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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친구야 미안하다.
파르 티잔 2005-05-04 11:42:34 | 조회: 5117

친구야 미안하다.



자농식구들이 아침에 꼭 해야 할 일은 밥 먹는 일......
아침 밥을 먹는 일도 매우 중요하지만요.

하지만 정말 꼭 해야 할 일이 있답니다.
그것을 바로 "청소"랍니다.


제가 맡은 곳은 중앙계단과 2층 사무실 바닥을 쓸어내는 일을 합니다.
청소기를 윙윙거리면서 돌리는 거죠.

다른 분들 역시 자기가 맡은 담당구역이 있답니다.

별님은 1층 사무실

하리님은 책상과 컵 정리

손탈님은 바닥 걸레질

숨결님은 중앙현관 바닥과 앞 정면 유리..

숨결님 유리 닦는 솜씨는 정말 예술입니다.

오솔길님은 외부 청소를 합니다.

코스머스님은 숙직실 청소를 하시고요.

이렇게 모두 청소로 하루를 시작한답니다.

사실 처음에 중앙현관을 청소를 배정 받고 나서 청소를 할 때 마다
초등학교 때가 떠오릅니다.

저의 초등학교 6학년 청소구역이 바로 중앙현관이었거든요.
그때 청소담당은 저하고 한 동네 친구이자 당숙인 용배,
그리고 쇠돌이마을에 살던 병철이와 세 명이 함께 했습니다.

잠깐 고백하자면 초등학교 때 저는 우리 학교에서 두 번째로 키가 컸고
싸움질 좋아하는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이른바 "불량학생"이었습니다.

그러니 청소 같은 것을 할 일이 없죠.
한 명은 당숙이니 제외하고 나머지 남은 병철이라는 친구 혼자 청소를 1년 동안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학년이 끝나던 10월에 병철이가 울면서 그러더군요.
이제까지 너희 둘은 한번도 청소 안 했다.. 알고 있느냐.. 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주먹을 한 대 툭 때리면서 말했죠.
"그러니까 앞으로도 쭈우욱 너 혼자 해라" 하고 말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못된 학생이었습니다.
병철이 그 친구는 지금 결혼해서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가 그렇습니다.
덩치도 저보다 크고요.

아마 그 친구 마음속에 저의 그런 행동이 많은 상처를 주었겠죠.

그 친구에게 상처를 남아있을 바로 그곳 "중앙현관"을
제가 지금 청소 하고 있습니다.
아침 청소를 할 때마다 그 친구를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돌아가는 청소기 소리를 빌려 이렇게 말합니다.

친구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2005-05-04 11: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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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이장집 2005-05-05 12:24:48

    와~~
    이상하게......
    멋져 보이네.....
    결혼 날을 받아서 그런가....
    하긴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고 (하리씨 화내지 마슈....)
    그래서 나는 21살에 애를 낳다고 해야하나........
     

    • 평화은어 2005-05-04 23:49:49

      청소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한장 올려주시지 그러셨어요.
      중국은 잘 다녀왔나요?
       

      • 늘푸른유성 2005-05-04 13:49:16

        그 친구한테 전화를 한번 해 보세요. 그리고 그때 못한 청소를 지금 하고 있노라고 해보세요. 아마도 웃으며 흐뭇해 할겁니다.  

        • 하리 2005-05-04 13:29:29

          "그러니까 앞으로도 쭈우욱 너 혼자 해라"

          먼 영화속의 대사 같습니다 그려.. ^^;

          영화같은 삶을 사신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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