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미안하다.
자농식구들이 아침에 꼭 해야 할 일은 밥 먹는 일......
아침 밥을 먹는 일도 매우 중요하지만요.
하지만 정말 꼭 해야 할 일이 있답니다.
그것을 바로 "청소"랍니다.
제가 맡은 곳은 중앙계단과 2층 사무실 바닥을 쓸어내는 일을 합니다.
청소기를 윙윙거리면서 돌리는 거죠.
다른 분들 역시 자기가 맡은 담당구역이 있답니다.
별님은 1층 사무실
하리님은 책상과 컵 정리
손탈님은 바닥 걸레질
숨결님은 중앙현관 바닥과 앞 정면 유리..
숨결님 유리 닦는 솜씨는 정말 예술입니다.
오솔길님은 외부 청소를 합니다.
코스머스님은 숙직실 청소를 하시고요.
이렇게 모두 청소로 하루를 시작한답니다.
사실 처음에 중앙현관을 청소를 배정 받고 나서 청소를 할 때 마다
초등학교 때가 떠오릅니다.
저의 초등학교 6학년 청소구역이 바로 중앙현관이었거든요.
그때 청소담당은 저하고 한 동네 친구이자 당숙인 용배,
그리고 쇠돌이마을에 살던 병철이와 세 명이 함께 했습니다.
잠깐 고백하자면 초등학교 때 저는 우리 학교에서 두 번째로 키가 컸고
싸움질 좋아하는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이른바 "불량학생"이었습니다.
그러니 청소 같은 것을 할 일이 없죠.
한 명은 당숙이니 제외하고 나머지 남은 병철이라는 친구 혼자 청소를 1년 동안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학년이 끝나던 10월에 병철이가 울면서 그러더군요.
이제까지 너희 둘은 한번도 청소 안 했다.. 알고 있느냐.. 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주먹을 한 대 툭 때리면서 말했죠.
"그러니까 앞으로도 쭈우욱 너 혼자 해라" 하고 말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못된 학생이었습니다.
병철이 그 친구는 지금 결혼해서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가 그렇습니다.
덩치도 저보다 크고요.
아마 그 친구 마음속에 저의 그런 행동이 많은 상처를 주었겠죠.
그 친구에게 상처를 남아있을 바로 그곳 "중앙현관"을
제가 지금 청소 하고 있습니다.
아침 청소를 할 때마다 그 친구를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돌아가는 청소기 소리를 빌려 이렇게 말합니다.
친구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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