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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없는남자랑사는이야기-7] 과거가 많은 여자
평화은어 2005-05-04 23:52:28 | 조회: 5358
신랑을 처음 만난 건 물론 지리산에서였습니다.
육 년 전이던가요?
스치듯 지나갔지요.
250cc의 오토바이를 탄 촌스런 사내를 그 후 2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인연이란 때로는 알 수가 없어서 그를 처음 만나고 3년 만에 제가 지리산 사람이 되어
살고 있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지고는 하지요.
그런데 그이가 제게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 더 묘합니다.
4년 전 겨울 그이를 다시 실상사 앞에서 만나고도
우리는 별반 서로를 이성으로 생각하지는 못합니다.
그이는 같이 온 문인들 사이에서 제가 누구의 애인일까, 궁금해 했다고 하더군요.
다행인지 저는 그당시 누구의 애인도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그 다음다음날 카드놀이에 열중해 있는 문인들을 뒤로 하고
칠불사에 오르게 됩니다.
이미 그 전날 나는 그이가 술김에 잡아준 손이 참 따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방송 인터뷰에서도 말 했지만 술먹으면 손 잡는 몸짓은 신랑 또래의 40대 남자들 집단 증상이더군요. 흐흐흐)

지나간 일들에 대해서 서로 잠깐 얘기를 했지요.
저는 헤어진 사람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사람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어쩌면 사는 동안에는 몰랐지만 그사람을 사랑했었나보다고.
바로 그말에 그이는 저를 매력적으로 보았다고 합니다.
‘헤어진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제 이 여자는 정말 사랑을 할 수 있겠구나.’
참 묘하지요?
70년대 드라마나 혹은 영화를 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자가 자기의 과거를 말해서 사랑을 잃게 되는 내용의 진부한 스토리
그래서 과년한 딸을 시집보내는 옛날 엄마들은 딸에게 그럽니다.
‘첫날밤에 신랑이 아무리 꼬셔도 옛날 얘기는 하는게 아니다’ 라고
실은 요즘도 지나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그리 세련된 매너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분이 더 많지요.
대 놓고 푼수라는 말을 듣기도 하니까요.

사랑,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그의 과거까지 안아주는 것, 그게 사랑 아닐까, 하고 배워봅니다.
그의 과거에는 그의 가족도 있고 그의 지나간 인연들도 있고 그의 말하고 싶지 않은 상처도 있고...
나의 전 남편까지도 측은지심을 가지고 안아주는 이 남자, 과거가 많은 저는 졸지에 60년대 비련한 여성이 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데 혹시 그의 지나간 인연들로 인해 괴로워 하는 이가 있다면 그냥 안아보세요.
달리 생각하면 사랑의 장애가 사랑의 힘이 되기도 한답니다.

덧붙여
과거의 인연이라 하니 사랑만 가지고 떠들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에서 가장 큰 부분은 그의 가족이지요.
그의 과거를 안고 이해하고픈 오늘,
사랑하는 이의 부모님을 한번 생각해 보지요.
내일 모레가 어버이날인데 그의 부모님께 들꽃 한묶음이라도......

저도 그러고 싶은데 그이의 부모님은 한분도 이세상에 계시지 않네요.
그래서 저의 엄마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돈없는남자랑사는이야기일곱번째 끝.
2005-05-04 23: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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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6
  • 평화은어 2005-05-07 12:26:33

    무례는요, 무신...
    헌데 가끔 돈 만 없는 게 아니라
    인정 없을 때도 있어요.
    배 앓이가 심한 제게 마음의 병이라며
    명상을 권할 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요.
    일단은 돈없는 으로 가 볼께요.
    처음이니 이리 슬슬 풀고
    나중에는 막 흉보고 그럴꺼거든요.
    ㅎㅎㅎ
    실은 이 글쓰며 저 엄청 반성해요.
    저야말로 그 사람 과거 하나도 이정하지 않았거든요.
    실은 그 과거가 하루 아침에 단절되기 힘들다는 거 알면서
    마구 화내고 그랬어요.
    그러다 문득 알았지요.
    그 사람 내 지난날로 화내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읽어 줘서 고마워요.
    노래하는 별, 하리, 파아란, 검지 꼬두메님 등등 자농 여러분...
     

    • 꼬두메 2005-05-07 01:22:43

      제목을 돈만없는남자랑사는이야기 로 바꾸는것이 좋을것 같은데요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7번째글만해도,오토바이타는 터프남,손이 따듯했다니 마음은 또얼마나 따스할까,과거까지 안을수 있는 바다같은가슴..... 영혼이 아름다울것같고,순수하고,욕심없고,무엇보다 사랑이 넘치는 분이 아니던가요!!!? 제말에 동의 하신다면 한표 던져주세요. 제목-돈만없는남자랑사는이야기-8 기대합니다.추신:매번 하고싶었던 말을 오늘 결국하고 말았음,무례했다면 제발 용서하세요
       

      • 노래하는별 2005-05-05 20:42:05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지금의 나, 뿐만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한 개인의 역사를 존중하고
        인정하지 않는 인간관계, 사랑은 기반이 너무 취약한 것이겠지요
        가끔 올리시는 평화은어님의 글이 너무 재미있네요 ^^
         

        • 하리 2005-05-05 16:41:37

          사랑하는 (또는 사랑한다고 내지는 사랑하나? 싶은) 사람의 과거까지
          더 나아가서 현재 주변에 있는 사람까지 다 안아줄수 있다...

          그런 사람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그리고 물질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정신적으로 뭔가 가진것이 많은
          사람이란 생각도 들고요..

          저는 아직 그런걸 잘 못합니다.
          앞으로도 가능할까..? 싶은데요. ^^;
          그런 사람이 되고싶긴 하군요.
          살다보면 될날도 오겄지요. 하하..

          두분 모습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 파아란 2005-05-05 09:17:50

            정말 행복해 보입니다.*^^*.
            날마다 좋은날만 있으시길...
             

            • 검지 2005-05-05 05:19:57

              벌써 일곱번째 였나요?
              얘기 중에 사랑 얘기가 언제나 재밌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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