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잡지<마을> 일백육십사호 : 오리를 食口로 들이며
정풀 2005-05-06 15:35:27 | 조회: 4639
잡지<마을> 일백육십사호 : 오리를 食口로 들이며
이천오년오월육일, 오래된미래마을, 정풀홀氏





두 食口가 늘었습니다.

새끼오리 2마리를 새로 들였습니다.

5일, 단성장터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오리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두당 2천5백원씩, 도합 5천원을 지불했습니다. 암, 수 한쌍입니다.



우선 집 옆에 비어있는 집 터에 '청산이'의 빠른 성장으로 소용없어진 휴대용 개집을 오리집으로 삼아 용도변경해 놓았습니다.

오리집을 중심으로 주위를 빙 둘러 대나무를 잘라 기둥을 박고 황토와 자갈을 이겨넣어 '공구리(Concrete)'를 치고, 지난해 텃밭 농사에 쓰고 누군가가 방치해놓았을 녹색 그물을 줏어널어 야생이나인간으로부터의 보호막을 설치해주었습니다.

그제서야 미지의 새집이 두려워 풀밭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오리가 거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림잡아 10여평 남짓한 오리의 생존반경이 마련됐습니다. 중앙에 오리새끼 서너마리를 족히 유영할만한 생태연못도 팠습니다.

특히 무성한 잡초밭을 기반이자 배경으로 삼으니 어엿한 오리사파리가 펼쳐졌습니다.



청산이는 단연 새 식구의 출현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오리를 경계하느라 나름대로 울부짖고 나뒹굴고 분주합니다. 안 하던 짓입니다. 아직 무기가 되기에는 역부족일성싶은 부자연스런 앞발로 해꼬지를 할 태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청산이가 그리하는 이유는 자명해보입니다.

그동안 독점하던 주인님을 오리들과 공유해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그것보다, 주인님을 독점하고 싶어하게 만드는 거의 모든 원인으로 작용하는 '주인님이 배식해주는 온갖 먹을 것들'을 이제는 '오리들과 나누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태산같은 걱정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과 다르게 노심초사하는 그 표정에서 충분히 읽어낼 수 있습니다.

벌써 본인의 사료 수십알을 오리에게 나눠주는 걸 목격한 다음입니다.

따로 말은 하지 않지만, 애절하고 비통할 것입니다.



새끼오리가 새로 집에 들어와 제딴에는 살아보겠다고 꼬물거리거나 뒤뚱거리는 꼴을 보고있으려니 마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생명력이나 자연의 기운이 교감되고 체감됩니다.

불과 1,2분을 버티지 못하고 챔피언스리그 결승 등극에 실패한 박지성과 이영표이 겪어내야 하는 아쉬움과 약오름을 같이 공감하느라 맺혀있던 울화통도 거의 해소되는 정도의 약발입니다.



바로 이런 맛 때문일 겁니다.

거창하거나 원대하지 않아도, 굳이 마을에서 사소하게 살아가고 싶은 이유.

http://cafe.daum.net/Econet
2005-05-06 15:35:27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2
  • 노래하는별 2005-05-06 16:24:40

    귀농후 그렇게 잔잔한 기쁨을 느끼시면 생활하시고 계시는군요
    평화롭게 좋은날 되세요 ^^
     

    • 늘푸른유성 2005-05-07 14:12:49

      오리가 알을 낳는 기쁨 까지 함께 누리시길 바랍니다.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24664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85015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89309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26112
      3139 내일은 창포에 머리를 감고 (5) - 2005-06-10 5297
      3138 노래 한 곡 들으세요. (4) - 2005-06-10 5109
      3137 자연다큐멘터리'흙'이 여러분곁을 찾아갑니다. (6) - 2005-06-10 5438
      3136 저희와 2년을 같이 한 작품입니다. (4) - 2005-06-10 5194
      3135 <연합인터뷰> EBS '흙'의 이의호 카메듀서 - 2005-06-11 4999
      3134 앞으로 또 어떤 큰일이 기다릴지 (8) - 2005-06-10 4819
      3133 비가오면 하지 못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6) - 2005-06-10 4943
      3132 매실 따기 (2) (4) - 2005-06-10 4449
      3131 매실 따기 (1) - 2005-06-10 4595
      3130 혜림농원에서 있었던일.. (6) - 2005-06-10 4686
      3129 내자식이 벌써 (13) 2005-06-10 4817
      3128 33도가 넘는 날씨속에... (13) - 2005-06-09 5319
      3127 황우석 교수님의 명강의 강력추천합니다. 절대 후회 없습니다. 좀 깁니다만... (7) - 2005-06-09 5011
      3126 이제는 Vegas 시대 ! (5) - 2005-06-09 4902
      3125 자농TV가 살아납니다~~~~ (3) - 2005-06-09 4982
      3124 우영아! 너는 졸면 안되지! (5) - 2005-06-09 5129
      3123 나눔이님 보세요~~~ (2) - 2005-06-09 4496
      3122 도대체 이 나라 정부는 어느나라 정부인가? (3) - 2005-06-09 5186
      3121 경악 "미국등에 또 다른 이면합의 발견" (2) - 2005-06-09 5778
      3120 일요일 단오 한마당에 초대합니다~~ (7) - 2005-06-08 5104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