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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망연자실 씨리즈 ...
하리 2005-05-09 21:30:03 | 조회: 4560
망연자실 씨리즈 1탄.


주말에 집에 갔드랬져.

일요일 아침 일찍 텃밭에 일하러 아부지랑 둘이 나섰지요.

저는 앞에서 끌고 아부지는 뒤에서 이랴~ 끌끌.. 함시로
쟁기하나 가지고 밭을 만들었지요.

다 갈고 풀도 골라내고 고랑토 만들고 이랑도 만들고..

족제비도 왔다갔다 하고..

황소 개구리 울고.. 새들도 멋들어지게 우는 밭에서..

이제 모해요.. ^^* 라고 쳐다보는 순간에

뭔가 하얀것 한포대 갖고 오시는 아부지.

"비료 뿌려야지"

하얀 비료가 .. 비료가 .. 눈처럼 뿌려집니다.

어버버.. 뭔가 어색~한 장면.

-1탄 끝



망연자실 씨리즈 2탄.


저는 망치로 철근을 박아서 고춧대 세우고..

아부지는 가지랑 토마토옆에 말뚝을 박아주고..

일을 먼저 끝낸 제가 어슬렁 거리다 배나무 한그루를 보니

우와.. 잎사귀에 꼭 이슬 떨어진것 처럼 벌레알이....어쩌면 그리도 많은지 허거덩~

엇그제 배운 천연 살충제를 써먹어볼,

그리하야 아부지에게 자연농업의 바다를 만나게 할 절호의 찬스가 왔구낫~!!

얼른 농기구 모아놓은 창고에 가서..

짊어지고 다니며 뿌리는 들통(이라고 하는거 맞지요?)
에 살충제를 만들어 넣으려고 번쩍 들었는데 뭐가 출렁출렁 하더군요.

"아부지~~ 여기 뭐 들었는데요... 내가 좀 써야 겠는데...?"


"어.. 어~ 거기 제초제 들었다.
그러고 보니 바빠서 제초제도 못 뿌려줬네~"


짊어지고 가서 남은 병에 있는것까지 다 모아서 좌악~좍~ 뿌려주는 아버지.

오.. 망연자실 바라보는 하리. -_-;


- 2탄 끝.



망연자실 씨리즈 3탄


"아부지.. 거 다 뿌리면(흑흑) 통 줘요.
내가 천연 살충제 만들어서 여기 배나무에 뿌려줄께요"

"천연 살충제? 그거는 어떻게 만드는데?"

"근께 비누넣고 커피넣고 콩기름 넣고 (신나서 우짜우짜 ^^).."


"게 말이 살충제 라는거지 그래갖구 벌레 안죽는다"


그러고는 말난김에 살충제 뿌리러 가시는 아부지.

아... 농약치는 아부지를 망연자실 구경하는 하리.


- 3탄 끝.




얼마전 귀농까페에서 만난 회원 한명과 대화를 나누던중 나온 이야기가
부모님이 관행농을 오래 하셔서
친환경농업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본인이 농약병 감춰놓으면 밤에 몰래 찾아서 뿌린다 했었지요.
게 뭔소린지 알듯한.. 주말 이었슴다.


아.. 시골집의 망연자실 씨리즈는 언제 끝나려나.


다다음주엔 집에 가면서 천혜녹즙하고 제충국 한포기 들고 가야 겄습니다.
2005-05-09 21: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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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3
  • 문사철시서화 2005-05-10 11:58:34

    아하, 무지 재미있네요.
    머잖아 변하시게 될 아버님의 선택이 기대가 됩니다. ㅎㅎ
     

    • 노래하는별 2005-05-10 10:04:31

      ㅎㅎㅎ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 정도령복숭아 2005-05-09 23:31:43

        하리님 마음고생이 심하시군요.. ㅎㅎ
        아버님께서 관행농업에 연연하시고
        아직은 친환경농업에 모르셔서 그런가 봅니다
        낙심마시고 조금씩 알려 드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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