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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일하기 좋은 날
강변연가 2005-05-17 21:17:38 | 조회: 5383
오래전 나 어릴 때
비가 오면 울엄만 밭에서
하던 일손을 멈추지 않으시며
"일 하기 좋은 날이야."하셨지요.

비를 쫄딱 맞으며 일을 하는데
왜 하기 좋은 날이라고 하는지
변변한 비옷도 없던 그 시절.
왜 비 오는 날이 일하기 좋다고 하셨는지
오늘에야 알았답니다.

시골로 들어와 햇수로 삼년.
워낙 농사가 많은 집 맏딸로 태어나
밭일만큼은 겁안내고 할 자신이 있었지요.
그러나 도시 생활에 길들며
몸도 길들어버려
햇빛을 쬐면 알레르기로 고생을 하고요.

특히나 돌이 많은 이 곳 땅의 특질은
일하고픈 맘을 가끔 빼앗아가곤하지요.
거름을 잔뜩 넣지 않으면
흙이 제 역할을 거부한답니다.

동생이 가져온 당귀랑
당고개 산에서 캐온 산더덕이랑
며칠전에 갈아 고랑을 지어놓은 밭에
호미로 깊이 파고 묻기를 시작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군요.

비옷 웃도리만 걸치고
머리엔 모자를 눌러쓰고
내리는 비에 아랑곳없이 하던 일을 했지요.
땀이 안나니 좋군요.
눈으로 흘러드는 땀때문에
일 할 때면 항상 이마에 손수건을 둘렀는데
그러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제 막 본잎 두장이 나기시작하는 동부
이참에 흙을 덮기로 했습니다.
비닐 멀칭을 하고 심었거든요.
올핸 멧비둘기랑 산까치가 보이질 않네요.
덕분에 심어놓은 콩이 제대로 발아를 합니다.

비닐위로 후드득거리며 세차게 비가 옵니다.
고양이 뚱이는 그 비를 맞으면서도
내 옆에서 꼭 지키고 있고요.
털이 온통 젖어서 씻어줘야겠지요.

비가 그치면 뙤약볕이 자릴하겠지요.
그걸 알기에 울엄만
이렇게 비오는 날이 일하기 좋은 날이라고 하셨군요.
일하기 좋은 날.
다리에 알이 배도록 쪼그려 앉아
밭 고랑을 누빈 오후였습니다.
2005-05-17 21: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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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들꽃향기 2005-05-18 09:46:46

    정말 오랜만에 뵙니다.
    눈에 쥐 나는줄 알았잖아요. 넘 보고파서...*^^*
    늘 푸른 유성님은 잘 계시죠...
    우째 요즘 출석을 안 하시니 허전합니다.
    꼭 부디 안부 전해 주세요...
     

    • 노래하는별 2005-05-18 09:34:11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곳도 어제 비오는날 손탈님과 하리님이 뭔가를 심었습니다
      저는 잘되면 얻어먹을 생각만하고요 ㅎㅎㅎ
       

      • 지리산숨결 2005-05-18 09:23:20

        강변연가님
        무지 오랜만이어요. 꺽꺽~~~~~~

        비가와서 색다른 쌍큼한 아침입니다.
        요즘 저희는 자농몰 개편에 전식구가 집중해 농사(?)짓고 있습죠.
         

        • 목사골 2005-05-17 22:51:18

          바람도 세차게 불면서 많은비가 쏟아지던데요.
          그 비를 맞고 일을 하시는 뚝심이 참 대단 하십니다.
          이번에 비가 흠뻑 왔으니 우리도 모종을 심을것이 있네요.
          제충국 포기나누기. 어성초 옮겨심기. 호박모종 심기.
          많지는 않지만 비가 오니 잘 자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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