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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비가오면 하지 못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파르 티잔 2005-06-10 11:29:57 | 조회: 4942
아침부터 추적 추적 비가 내립니다.
그래서 오랜 만에 자동차를 타고 출근을 했습니다.
비가 오면 하지 못하는 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일이죠.

이번주는 3일 내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는데..
힘이라는 것이 한도가 있는지요.

첫날을 가장 기분좋게..
다음날은 그래도 좋게
3일째 되는 날은 힘이들더군요.

아마도 아직은 자전거 타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것 같습니다.

앞으로 자전거 타고 출퇴근 하는 일이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면 자전거가 몸에 익숙해져
몸의 일부처럼 느껴질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비가와서 오늘은 자동차를 타고 왔습니다.
오랜 만에 자동차를 타고 오니 너무 편안했습니다.
다리 하나 까닥까닥 하는 것으로 사무실에 도착하니 말입니다.
오늘처럼 비가 와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날은 설탕의 달콤함처럼 편안합니다.
하지만 그 달콤함을 위해 자전거를 포기하지는 못하죠..

자전거가 주는 혜택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자전거 예찬론자가 될 듯 합니다.

자전거 타기 운동본부에가서 일해볼까 하는 생각도 듭답니다. 하 하

비오는 날 자전거이야기를 하다보니 아버지가 떠오르네요.

동네 분들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 논에 가시는데..
우리 아버지는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느릿느릿 논에 가십니다.
저는 그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 없습니다.

그 속도만큼 천천히 늙고,
천천히 가시기를 바라기 때문일지도 모르고요.
만약 자기가 평상시 이용하는 운송수단의 속도만큼 인생이 짧아진다면..
아마도 자전거를 타거는 걷는 사람이 엄청 많을 터인데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얼마전 억지 춘양으로 자농기본교육을 받으시고는 고추를 무농약으로 재배하시는 아버지...
어제는 전화해서 벌레가 많이 있는데 어쩌면 좋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제가 아는대로 이야기 했습니다.
일흔이 가까워지는 나이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너무 좋네요.

아들이 하는 일을 항상 밀어주시고, 이해해주셨던 그분들
초등학교가 학력에 전부인 분들이지만
무슨일이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자유와 책임을 가르치신 아버지와
나보다는 세상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가르친 어머니는 저에게 가장 큰 스승이었던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이렇게 비가 오면 나가서 놀기도 어렵지만 논 밭에서 일하기도 어렵죠.
비가 내리던 날은 학교갔다 돌아오는 자식들 위해 어머니는 술빵을 만들기도 하시고
호박전을 만들어 주시곤 했습니다.
아버지는 온돌방에 불도 넣어서 따뜻한 방에 이불도 깔아 놓으시고요.
학교에 돌아오면 하햔 술빵가 호박전을 먹다가 따스한 방이 주는 온기와 포근한 이불에 빠져 들어 스르륵 잠이 들곤 했습니다.

아마도 그런것이 삶의 모습이고 평화의 모습일 것입니다

무슨 무슨 목적이나 목표가 없으면 인생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목표지향적인 요즘..
그때 그시절 無爲의평화가 그립네요.

아마도 사람은 그렇게 사는 삶이 행복한 것이 아닌지...
2005-06-10 11: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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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6
  • 동천 2005-06-10 21:29:20

    자연과 함께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입니다.........자전거 타시면서 차조심하세요...^^*  

    • 지리산숨결 2005-06-10 17:12:35

      아~~~~
      맛있다.
      글맛말입니다.
      비오는 날....
      저도 언제고 해주시던 감자부친개가 생각납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성치못할 것 같습니다.

      목사골님도 비가오시니 이제 평화~~~~~ 이죠? ㅎㅎㅎ
       

      • 노래하는별 2005-06-10 16:40:44

        음... 저도 비가오니 산책을 할 수가 없네요 저녁먹고 평사리 투어~

        해가 길어진 덕분에 또 지금의 절기가 절기인지라
        제가 저녁먹고 평사리를 나가면 그 때까지 논에서 일하시는 분들고
        계시고 경운기를 타고 집으로 집으로 향하시는 모습들도 보입니다

        그 모습이 그렇게 평화롭게 보여질 수가 없습니다
        석양아래에 펼쳐진 논과밭 사이로 하루를 열심히 일하시고
        집으로 향하시는 그모습 파르티잔님 말대로

        그런것이 삶의 모습이고 평화의 모습일 것입니다
         

        • 목사골 2005-06-10 15:56:03

          오늘 마침 비가오니 나도 편안하네요.
          일거리가 있어도 모른척 돌아다니고 있지요.
          전에는 비온날 무지 바쁘던데 비오면 과수원에 나가서
          바닥에다 무엇을 열심히 뿌리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거 싫으네요.
          비가오면 그냥 쉬는것이 젤로 좋구만요.
           

          • 문사철시서화 2005-06-10 12:17:39

            크...이 글에 무얼 더 보탤까..
            보탠다면 그걸 뱀의 다리라고 하는 거지...
             

            • 차(茶)사랑 2005-06-10 11:45:46

              파잔님 보리똥 잘익고 있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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