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터뷰> EBS '흙'의 이의호 카메듀서
| EBS '흙'의 이의호 카메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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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의 세계 들여다봐
(서울=연합뉴스) 안인용 기자 = "공익을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하겠다는 사명감과 겸손함으로 자연을 대하니까 자연이 저에게 조금 실체를 보여주더군요."
EBS는 공사창립 5주년을 맞아 생물학 관점에서 흙을 바라보고 흙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의 세계를 들여다본 특별기획 자연다큐멘터리 '흙'을 마련했다.
22일 오후 10시 50분에 방송되는 이 다큐멘터리는 카메라맨과 프로듀서의 합성어 '카메듀서'라는 직책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진 이의호 카메듀서의 작품. 이 카메듀서는 흙 속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과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 농법을 담았다. 내레이션은 탤런트 최불암 씨가 맡았다.
이 카메듀서는 다큐멘터리 '생명의 터 논'과 '풀섭의 세레나데', '잠자리'를 만들어온 베테랑 자연다큐멘터리 연출가. 그는 10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흙과 미생물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계기는?
▲3년 전부터 경기도 과천에 주말농장을 마련해 15평 가량 되는 밭을 일구고 있다. 어느날 퇴비를 뿌리고 논을 갈려고 삽으로 땅을 파다가 지렁이가 잘려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 때 '나에게 서식지를 파괴한 권리가 있는가?', '꼭 흙을 갈아야 하는가' 하고 생각하게 됐다. 그 일을 계기로 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5%의 성공 가능성만으로 시작했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얻은 보람이 있었다면?
▲제작 중에 만난 많은 농민들은 감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미생물의 실체를 궁금해했다. 농민들이 흙과 미생물의 본질을 알고 농사를 짓는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농민들에게 다큐멘터리 가편집본을 보여줬는데 그 쪽에서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생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
나도 이번 다큐멘터리로 알게 된 농법을 내 농장에서 시험해봤다. 산의 흙에서 미생물을 키우고 그 미생물을 논에 뿌려 농사를 지었는데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땅을 갈지 않는다고 이상하게 보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튼실한 무를 보고 얻으러 오기도 했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처음 시도한 장면은?
▲식물 뿌리가 자라는 장면을 뿌리를 따라가며 촬영했다. 2분마다 0.1mm씩 자라는 뿌리를 따라 카메라를 조금씩 움직여가면서 찍었다. 이는 이전에는 없던 장면이다. 사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움직이는 화면으로 찍었고 박테리아가 증식하는 장면도 찍었다. 모두 힘든 작업이었다. 정밀한 촬영을 위해 렌즈 등 장비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카메듀서의 장ㆍ단점을 꼽는다면?
▲카메라맨으로 일하다가 1995년에 회사의 권유로 기획에서 제작까지 모두 책임지는 카메듀서를 시작했다. 장점이 있다면 기획한 대로 취재할 수 있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혼자 작업하기 때문에 시야가 좁고 객관성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은 단점이다.
dji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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