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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이런 기분 뭐라 할까요?
한량 2005-07-05 11:07:49 | 조회: 4828
날씨가 또 우중충합니다.

너무 웃자라 버린 콩모종, 바람이 불면 단박에 꺾일것만 같은 모종을
산 밑 묵은 밭에 몇개 심다가 심은 모종 수보다 더 많은 모기에 물리고서
기냥 호미도 내 던지고 집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콩농사를 좀 많이 지어 보려고,
3년이상 묵인 선배의 밭을 얻어서 종자처리액에 담그고 설탕 흙 녹즙 섞어서 지난 달
열심히 심었드랬지요. 워낙 풀밭이라 물길을 내고 두둑을 치는데도 신랑이 고생을 했지요.
혹여 산새들이 너무 많이 먹어버릴까 경유 몇방울 섞어 심었는데...

다 먹었어요. 삼분의 일이나 남았을까?
예전에는 논이었던 밭은 너무 질어 발이 푹푹 빠지고 여기저기 물이 괴어 있네요.

한 두번 그 밭으로 콩모종을 나르다가 도저히 콩이 달릴것 같지 않은 밭에 포기하고
또 다른 산 밑 쑥뿌리 뒤엉킨 밭에 콩모종을 심고 있었던 게지요. 그도 콩모종 생긴걸 보니 몇알 달릴수나 있을까 의심이 들고 해서 몇두둑 심다가 들어와 버렸지만.

집 앞 밭에는 고추가 오백개 크고 있지요.
장마초기 강풍에 일제히 다 누운 고추들... 그 나마 실했던 열 몇개는 부러져 버리고,
다시 일으켜 세우고, 다시 한번 끈을 묶고 했지요.
올해 들어 네번째로 고추밭을 매고 있는데... 워낙에 작았던 고춧모에,
심던 나의 실수로 인해 뿌리가 약하고 잘 크지 않네요.(모가 작았던거에 비하면 잘 큰건가?) 방아다리를 제거했던 곳에 하얗게 뭔가 생겨 죽는것도 있고.

풍성한 가을수확을 기대하며
애썼던 봄여름이, 사전에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준비하지 않고
엄벙덤벙 뛰어 들었던 나의 실수로 인해 티도 안나게 생겼습니다.
너무 욕심을 부렸던 모양입니다.
이러면서 또 배워야 하겠지요.

자연은 쉽게 자신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나 봅니다.
그 결을 어루만지며 서로 소통할 만한 이에게 그에 합당한 보답을...
그렇지 않은 자에겐
더 많은 인내와 정성을 요구하는 거겠지요.

일하기 싫을 때, 짜증날 때
자농에 들어오면 여러님들의 열심인 모습속에서 저도 용기와 희망을 얻어 갑니다.
오늘도 그렇구요.

다시 해가 드네요.
다시 모기 엥엥대는 밭으로 출발!!!
2005-07-05 11: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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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들꽃향기 2005-07-06 01:01:39

    한량님 옆지기님과 아드님 정말 넘 멋지세요.
    와~~부러웠습니다. 언제나 울 남편은 아들 데리고 저렇게 산 교육을 다니려나~~
     

    • 이장집 2005-07-05 21:14:30

      장난꾸러기 아이를 보는듯 합니다^^  

      • 하리 2005-07-05 11:43:58

        한량님 모습이 곧 다가올 저의 모습이라 생각하니
        정말 맘이 예사롭지 않습니더 -.-;

        새나 맷돼지나 두더지나..
        농사에 관심이 생기면서 은근히 미워지네요.
        좀 적당히 먹지 쩝..

        장마에 낙과가 많이 된분들도 계시고 모종들도 그렇고
        정말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게 맞군요.

        상심이 크시겠지만 힘내세요..!
         

        • 노래하는별 2005-07-05 11:38:02

          정말 쉬운일이 없네요... 그래도 힘내세요 한량님!
          많은 분들을 겪으면서 느끼는것은
          한때 실망과 좌절 안해보신분 없더라구요
          그렇게 이겨내셔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는 멋진 농부로 생활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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