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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마을>백칠십일호 : 십억짜리 집에 삽니다
정풀 2005-07-06 13:13:06 | 조회: 4598
잡지<마을>백칠십일호 : 십억짜리 집에 삽니다

이천오년칠월일일쇠날, 오래된미래마을, 정풀홀氏




이사했습니다. 역시 이사는 드문 고행입니다. 자주할 일은 아닙니다. 잦은 고행을 피하기 위해 많이 다녀보고 정한 집이라 오래 살아볼 생각입니다. 다만, 집주인 마음은 집주인만 알고 있습니다.



이사한 집의 효용은 십억원 쯤 되지않나 싶습니다.

우선 '지리산 자락에 산다'는 점부터 1억원으로 쳐야하겠습니다. 지리산 자락에 산다는 사실만으로 그 정도 기분이 납니다. 서울 강북의 북한산이나 남산, 또는 강남의 우면산 자락에 산다면 결코 들지않을 그런 기분이 듭니다. 지리산은 살아가는 힘을 줍니다.



내가 아는 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인간적인 풍광이라서...), 섬진강의 한줄기를 뜯어놓은듯한 경호강이 마을 앞을 흐른다는 점도 최소 1억원은 나갑니다. 시멘트로 직선으로 발라놓은 하수도같은 강이 아니라, 제 멋대로 휘어지고 뒤틀린 냇물같은 자연하천입니다. 그런 강을 끼고 삽니다.



지은 지 2백년이 됐다는 시골한옥 집입니다. 조악하게 개조한 시멘트벽에 황토를 퍼다 발라 황토집으로 위장해놓으니 싯가 2억원짜리는 돼 보입니다.



툇마루는 딱 5천만원만 치겠습니다. 벽으로 막힌 방바닥이 아닌 탁트인 툇마루에 앉아 밥을 먹거나 툇마루에 누워 책을 보거나 툇마루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맛의 가격을 제대로 산정하는 건 사실 어렵습니다만.



백평이 넘는 흙마당도 1억원은 족히 넘습니다. 맨발로 흙을 직접 밟고 섰노라면 몸이 살아있음을, 나도 생물이라는 사실을 자각시켜줍니다.



텃밭도 1억짜립니다. 옥수수, 당근, 치커리, 들깨, 호박, 당귀, 오이, 고추, 콩, 상추 등, 텃밭의 컨텐츠를 이루는 야채들이 옮겨심은 것들만 아니었던들 2억원 어치는 수확할 수 있었을 겁니다.



오래된 '뿌리깊은나무'들로 합쳐서 1억5천만원으로 매기겠습니다. 저마다 마당의 무게중심을 이루고 서있는 감나무, 앵두나무, 석류나무, 대추나무는 1억원, 거기에다 병풍처럼 집을 휘감은 대나무 숲은 따로 5천만원은 받아야겠습니다.



온돌방도 1억원입니다. 초겨울로 접어들면 등을 지질 수 있는 방구들 아랫목하며, 감자, 고구마, 옥수수, 밤등의 구워먹을 수있는 아궁이까지 2배 이상의 값어치로 폭등하게 될 겁니다.



지하수도 1억원입니다. 맑고 시원한 물이 연중 콸콸 솟아날 기세입니다. 집속으로 계곡물이 파고드는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합쳐보니 얼추 십억원 상당입니다.

사고파는 상품으로서의 부동산 가격은 아닙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집으로서의 값어치일 뿐입니다.

부동산으로서의 시세는 보증금없이 월세 5만원입니다. 난생 처음 수지맞았습니다.

http://cafe.daum.net/Econet
2005-07-06 13: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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