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아 기다려라.....
재천 금수산에서 2시간 52분 50초 (09:30 - 12:22:50) 동안 22km 대회참가
금수산 산악마라톤 대회...
역시 산악마라톤은 이래야 한다는 전형처럼 느껴진다.
그 동안 계족산 달리면서 산 뛴다고 했던 사람들은 금수산을 경험해 보아야 한다.
나름대로 백두대간도 달렸고 그 전에 대전 보문산(460미터)을 가볍게 달렸던 경험이 있던 나로써 이번 대회에 한판승부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강다구님(런다회원)과 함께 카이스트를 출발하여 중부고속도로의 거친 안개를 헤치고 재천에 도착해서 단잠 한숨 자고 출발했다.
이번 레이스의 최대 실패작은 초반 3킬로를 너무 빨리 달려서 오버페이스 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너무 급하게 달리다 보니 산에서 뛰지 못하고 그대로 멈추어 버렸다.
평소 같으면 충분히 달려서 올라 갈 수 있는 곳인데 우뚝 서버린 내 자신을 보고 너무 초라했다.
으.. 윽.. 이것 밖에 안 된단 말인가...
그래도 악을 쓰고 서지는 않고 걸어서 올라간다..
속으로 오늘의 치욕스러움을 반드시 설욕하겠다....다짐 다짐 또 다짐 하면서... ㅋㅋㅋ
로프구간 벼랑타기 구간.. 등 등 스릴 넘치는 구간들이 재미있다.
하지만 위험수위가 높다.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깎아지른 내리막길..
그 동안의 달리지 못한 것을 만회라도 하듯이 쏜살같이 내려오다가 진흙탕에서 나무등걸에 걸려 철 퍼 덕... 때 굴 때 굴.... 2바퀴 구르고 일어나 보니..
발목이 시큰거리고 무릎은 피가 질질 팔꿈치에도 피가 줄 줄
등에서도 피가 나고 옷은 찢어지고 얼굴에도 진흙이 묻고...
새끼 손가락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서 마치 “태극기 휘날리며”의 진흙 싸움의 장면을 막 촬영하고 나온 듯한 모습이다.
흙에 젖어 피를 흘리며 서있는 순간.. 에 느껴지는 비장함....
그러나 일어나자 마자 다시 달린다.
앞에 모든 상황은 달리면서 느낀 것이다.
그리고 기나긴 고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만둘 것인가 계속 달린 것인가...
부상이 악화되는 것이라면 여기서 멈추는 것이 현명하다.
아니다. 포기하면 안 된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달리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발목이 아프다…
단순 타박상에 의한 진통인가...
아니면…… 골절..이것은 아니겠지.. 그랬다면 걷지도 못할 것이고..
달려보니..
다른 곳은 문제가 없지만 역시 오른쪽 발목에 시큰거리고 욱씬 거리는 데 이것의 정확한 문제가 발이 삔 것인지 아니면 타박상에 의한 것인지 도저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
흙 뭍은 얼굴을 하고 달리기 시작한다.
온몸이 흙탕투성이다.
급수 대와 의료팀이 있는 곳 마다 스프레이 파스를 잔뜩 뿌리고 달린다.
몰골이 정상이 아니니 보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격려해준다.
감사...
그러나 결정적으로 아주머니 한 분이 몰골이 흉흉하니 보기 안쓰러운지 바가지로 물을 내던진다.
피하고 싶었으나 그 동작이 너무나 신속하여 아주머니의 사랑이 담긴 물의 모두 맞고 만다.
그나마 흙 묻어서 무거운 신발이 던진 물에 푹 젖어서 철벅거린다.
피난 곳은 쓰리고……
으윽...
더욱 힘들다.
하지만 그 아주머니를 어찌 나무랄 수 있겠는가..
어 퍼진 내 죄지.. 흑 흑
그나 저나 내 뒤에 오던 사람들에게 추월 당한 것이 못내 아쉽다.
6-7명 정도..
겨우 임도 구간에서 나름대로 페이스를 가지고 달리는데 조금만 달리면 아픈 다리 때문에 파스를 뿌리느라 추월하면 다시 추월 당하고 하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그 상황에서 힘 빠져서 달리지 못하는 사람 3명을 추월했다.
그나저나 청풍명월이라는 말에 걸맞게 산은 수려하고 참 좋다.
충주호의 멋진 모습을 감상할 기회를 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잠깐 잠깐 비치는 그 산하의 아름다움,,,, 멋져..
8키로 지점에서 만난 달림이와 서로 추월하기를 십여 합..
그 선수와는 파스 뿌리면 추월 당하고 다시 추월하고..
상당히 재미있다.
드디어 기나긴 산이 끝나고 도로다.
얼마나 남았을까..
지형을 살펴보니 1키로도 안될 것 같다.
발목이고 뭐고 그냥 냅다 달린다.
100미터 달리기 하듯 말이다.
내 뒤를 따르던 그 달림이는 황망한 듯 나를 처다 보았을 것이다.
골인 지점…
멋지게 포즈 한번 취하고 바로 의료지원단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상처는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다.
그냥 여기 저기 찢어지고 상처 나고 발목은 탱탱하게 부어 올랐다.
강다구님도 고생 고생 하셨나 보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강다구님과 와신상담(臥薪嘗膽)절치부심(切齒腐心) 해서 내년에는 반드시 이 설욕을 갚을 것을 다짐한다.
청풍명월이여 다시 보자..
금수산아 기다려라..
2004년 9월20일 오전… 대전 중구 산성동 모 한의원… 09:00분
한의원 의원님..
왈.. 오늘은 또 무엇 때문에 오셨습니까 또 달리기..
네..
상태를 보더니 굴렀군요..
네……
2시간 동안 침 맞고 피 빼고 물리치료를 받고 난 후…..
다 다음주에 하프 달려야 하는데 괜찮겠죠..
의사.. 왈 .. 뭐 말린다고 안 뛰겠습니까
네.. 그렇긴 하죠.. ㅋㅋㅋ
파르티잔은 달린다..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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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에 쓴 산악마라톤 참가기입니다.
하동에 막 내려왔을 때 입니다.
그때 다친 상처가 흉터가 되어 다리에도 등에나 남아있습니다.
지금 그 대회에 다시 참가 할 것인지 고민중입니다.
다시 참가 할까요... 하지 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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