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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색적 피서 경험.
강물처럼 2005-08-16 16:06:54 | 조회: 5824
“닥터 지바고”로 피서를 즐기며.

유난히도 요란스러운 금년 여름의 복중인 팔월 십팔일 셋째 주일의 오후이다.
나는 지금 교회 옥상의 문화공간인 시원한“여해”에서 영화 “닥터 지바고”를 보면서 피서를 즐기고 있다. 광활한 설경을 배경으로 펼처진 애절하고도 진실한 사랑을 그린 영화 “닥터 지바고”는, 시원스러운 설경으로 피서철이면 더욱 보고싶고 그리워지는 명화이다. 원작은 물론 “보리스 빠스쩨르니크”의 “닥터 지바고”로 1917년 볼세비키혁명을 전후하여 겪어야 했던 러시아 인텔리겐차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작품으로,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던 유명한 작품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대륙, 자작나무와 적송의 숲이 한시도 시야를 떠나지 않는 광활한 벌판에 백설로 뒤덮인 설경을 바라보면서, 세계에서 가장 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달린다. 혁명이라는 미명하에 학대받고 이용당하며 집단적 횡포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든 자유와 지성의 쓰라린 경험과 비참한 운명(작가자신의 증언이기도 한)을 “지바고”라는 주인공을 통하여 표출하고 있다.

의사이며 시인인 주인공 “유리 지바고”는 일차대전중 군의관으로 종군하나, 조국인 러시아에 혁명이 일어나 갑자기 공산주의 사회로 체제가 바뀌어 그는 귀환한다. 바꿔진 사회의 부유한 상류계층에 속했든 지바고에게, 정치적 강압과 획일의 강요, 그런데다 경제적 파탄으로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어 결국 그는, 모스크바를 떠나 우랄지방으로 도피하게 된다. 도피중에도 지바고는 혁명의 소용돌이로 많은 수난을 겪어야 하며, 이렇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탈진한 그에게 숙명적 여인 “라라”의 헌신적 사랑은, 그의 삶에 유일한 위안이 된다. 그러나 애절하고도 진실한 그들의 사랑도 결국은 비극적 결말로 끝을 맺는다.

혁명의 궁극적 가치란 무었인가. 모든 인간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어떤 혁명도 인간 존재를 고양시키기 보다는 이데올로기라는 광신에 의해 결국 파멸되고 만다는 혁명의 실상을 보면서, 한시대의 역사의 흐름속에 점철된 사건과 인물들이 완벽하게 구성되어 엮어진 완전 무결한 드라마 “닥터 지바고”를, 복중의 무더위속에서 넓고 시원한 박스에 앉아, 나홀로 이 기막힌 피서를 즐기려니, 이를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하겠는가.

열차는 지순의 사랑과 감동을 함께하며 긴 터널을 지나 순백의 설원인 시베리아 벌판을 달린다. 여행을 썩 즐기는 사람이 아닐 지라도,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고 싶은 곳 !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지구의 거의 1/3인 9300km를 달려보는 것은, 나가 꼭 경험해 보고싶은, 가장 바라는 나의 꿈인 것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빽빽한 산림의 눈덮인 대륙을 며칠이고 달리며, 젖줄처럼 끼고 도는 아무르강과 앙가라강, 오브강을 통하며, 가장 깨끗한 담수호로 세계 최대의 바이칼호를 바라보고, 또 이곳이 아니면 그 어데서도 볼 수 없는, 두 시간이나 계속되면서 형형색색으로 거대한 산림을 불태우며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일몰을 지켜보기 위하여, 나는 러시아의 명물인 뽀쪽 지붕에 통나무로 만든 별장 “다차(dacha)”의 자연속에서 하루쯤 머물기도 하면서, 목가적 전원 도시 하바로프스크, 시벨리아의 파리라 불리는 이루크츠크, 그리고 유배지로 가슴 아픈 상처를 간직한 예카테린부르크도 보고 싶다. 그래서 “시베리아 철도로 시베리아를 횡단해 보지 않는 사람은 러시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은 지극히 당연한 말일 것이다.

꾸준한 햇빛정책의 결실로 금년내에 경의선을 연결하고 동해선도 공사를 한다는 얼마전 남북의 당사자 회담의 합의문 소식이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이런 저런 꿈과 아름다운 눈맛 등으로 즐거웟던 마음은, 다시 무더위의 숨막힌 현실로 답답하다. 아니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며 체 열명도 않된 관람자와 텅 빈 공간에 나는 허전하고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좋은 영화를 너무도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좋왔는데, 그래서 자랑스러운 나의 교회를 다시 한번 감사했는데.... 그런데 나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처럼 좋은 기회가 우리 교회 말고 또 있겠는가 그런데 교인을 위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할 관객이 겨우 십여명 뿐이라니! 지금 나의 아쉬움은 아마 이런 생각들때문이리라.

외부에까지 잘 알려진 일이거니와, 우리 교회는 문화공간이 잘 갖추어져 있다.
교회 건물은 독특한 외모의 건축미로 이미 세계적 명물이 되었거니와, 예배를 위한 본당은 어떤 공연을 위하여도 아름다운 공간의 명소이다. 본당 옥상의 여해기념관은 널리 알려진 문화공간이며, 이외에도 선교관 이층엔 분위기와 시설이 좋은 경동갤러리가 있다. 평소 식사와 차를 들며 대화를 나누는 친교실의 시설과 분위기는 연회장으로 참 좋다는 평이다. 이처럼 좋은 우리교회의 문화공간들이 만족스럽게 활용되고 있지 않음이 매우 아쉽다.

서울에는 큰 건물의 교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크지 않는 규모의 우리교회가 갖춘 문화공간의 시설은 훌륭하여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한다. 흔히 다가오는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로 정의한다. 교회가 문화공간을 만족스럽게 운영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그러나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교회가 발전하려면 변화에 잘 적응하고 대처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일찍이 선교의 방향을 문화선교에 두고 있다. 잘 갖추어진 문화공간들은 우리 교회의 상징으로 선교의 중심기지이다. 반석으로 잘 받들고 활발하게 활용되어야 할 선교의 메카인 것이다.

경동의 교우들이여, 우리 교회의 자랑인 문화공간에 대한 좀더 긍지와 관심을 갖자. 오늘과 같은 행사를 확대하여 의미 부여를 할 일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알뜰한 기획이 활성화되어 잘 운영될 때, 우리 교회의 좋은 문화시설이 보다 활발하여 더욱 활성화되지 않을까. 지겨운 무더위로 짜증의 금년 여름, 나의 알뜰한 피서를 도와준 우리 교회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여강)
2005-08-16 16: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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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강물처럼 2005-08-16 16:15:22

    유난히도 무더위가 심한 금년 여름.
    전국 자농 가족들 다 건강하시지요.

    저는 지난 연휴, 더위를 피해 서해안을 다녀 왔습니다.

    그런데 다녀와서 무언지 개운한 마음이 아닌 아쉬움과 불만

    몇년전 우리 교회보에 실었던 나의 이색 피서가 다시 그리워 읽다가
    여기 올렸습니다.

    모두 기억하실 것입니다. 닥터 지바고의 설경을. 비디오 아니면 소설을 읽어도 해수욕이나 산중의 체험보다는 훨씬 유익한 피서가 되리란
    저의 심정이 잘 못인지? 더위에 건강을 기원합니다.
     

    • 동천 2005-08-16 17:33:55

      부럽습니다....^^*  

      • 들꽃향기 2005-08-16 20:03:36

        강물처럼님 잘 읽었습니다.
        부럽습니다...
         

        • 강물처럼 2005-08-17 15:28:21

          내일엔 비가 내리고, 그러면
          더위는 한 풀 꺽인답니다.
          더위는 귀찮지만 여름에 묻혀 가는 세월이
          아쉬워집니다.
          동천님, 들꽃향기님, 여름 잘 보내십시요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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