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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에게 있었던 일... (세상을 보며)
강물처럼 2005-08-23 09:01:33 | 조회: 4924
요즘 있었던 일, 세상을 보며...

개와 고양이는 같은 집에서 함께 어울려 살면서도, 늘 불화로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지낸다. 흔히 동물들의 으르릉거림은 먹이 때문이라고 한다.(이는 인간 역시 오십보 백보 마찬가질 것 같다)
개는 탄수화물의 단맛을 즐기지만, 고양이는 육식 동물로 탄수화물의 단맛조차도 감지치 못한다. 전혀 식성이 다른 개와 고양이의 불화는 음식 탓이 아니라, 서로의 행동을 잘못 이해함으로 인한 싸움인 것이다.

개와 고양이의 오해는, 개가 귀를 뒤로 젖치면 복종하거나 친하게 지내자는 뜻인데 고양이는 정반대의 공격으로 오해하여 경계한다.
개가 서로 사이좋게 사귀자며 앞발을 내밀면 고양이는 싸움을 걸어온 것으로 오해하고, 개가 기분이 좋와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어도 고양이는 신경을 곤두세우며 덤벼든 것이다.

이처럼 상대의 뜻을 올바로 읽지 않고 매사를 정반대로 오해하려 들면, 화해란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다. 동물은, 개나 고양이처럼 도대체 의사를 알아들을 능력이 없어 해결 불능으로 방치할 수 밖에, 더구나 화해를 종용할 방법이 없으니 그로 인한 분쟁은 계속될 뿐이다.

그런데 의사가 통하고 오해를 풀 수도 있는 능력을 갖춘 인간들의 불화를 보면, 더구나 대화를 자랑으로 삼는 국회와 정치판은 도대체 안타깝고 답답하다. 최고를 자부하는 그 잘난 이들이 이해나 협력을 거부한 채, 매사를 사사건건 비방과 시비로 일삼는 작태를 보면 참으로 답답하여 울화통이 치민다.

개와 고양이보다 더 지독한 반목과 갈등의 대립만을 일삼는 여야의 갈등을 보면서, 의사불통의 어쩔 수 없는 오해로 인한 동물의 불화는 차라리 측은지심의 동정이 간다. 번연히 알면서도 상대를 비방과 욱박질로 불화를 일삼는 정치판은 일말의 동정보다는 구제불능이라는 절망감으로 측은지심이요, 지나친 그들의 속내에 국민은 통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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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실제 채험으로, 이런 신통 통쾌한 일이 있다.

요즘같은 더위엔 버스정류장까지 3km거리를 걷기가 힘들어, 정류장 부근에 차를 새워두고 버스로 환승하여 출근을 한다.

일주일전 쯤이다. 시동중 차밑에서 이쁜 애완견이 나온다.
잘생긴 말끔한 맵시의 외모가 가출한 귀염둥이 애완견 같다. 약간의 경계와 관심의 눈치를 외면한 채, 나는 집으로 왔다. 그런데 다음날도 주차중 부근에 기척이 있어 보니 그 놈이다. 가출하여 야박을 한 모양이다.

오후 퇴근하면서 이다. 주차된 내 곁의 차주인듯, 애완견을 달래며 접근하는 그를 한사코 으르렁거리며 그놈의 반항이 거세다. 달래서 대려가고 싶은가본데 보기보담 훨씬 사납게 반항한다. 나는 무심코 바라보면서 집에 왔다.

간밤 많은 비가 내린 다음 날이다. 차를 주차하는데 또 기척이다.
그 놈이 비에 홀랑젖어 기진인 채, 인기척에 꼼지락거림이 금방 눈을 감을 것만 같다. 그동안 꼽박 굶주린 채, 저녁내내 비를 고스란히 맞아 탈진 상태였다. 나는 비를 맞으며 500m도 넘는 가게를 들려서 빵을 먹였다. 입만 꼼지락거리며 겨우겨우 먹어 삼킨다.

그런데, 거의 한개쯤을 먹더니 갑자기 으르렁거리며 나에게 달겨든다.
어제도 비스킷 쪼각을 내밀었더니 으르렁거리며 접근을 경계했었다.
오늘은 전혀 기력이 없이 받아먹다가 배를 체우자 본성이 발동한
지독한 악바리 개세끼다.

조그만 체구에 기품있는 상당히 고급 애완견인 듯 싶은데, 나는 애완견을 싫어해 품종 이름은 물론 관심이 없다. 어떻든 죽어가는 생명체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안도의 자위로, 반항하는 모습에 성깔도 돋보여 차라리 귀여웠다.

그런데 다음날도 비는 내렸고, 그 놈은 꼭 내 차밑에서 지내며 멀리 가지를 않는다. 누군가 대려갈려고 많은 시도를 했으나, 그 성깔로 누구도 실패이다.(먹을 것을 주며 달래는 것을 나는 실제로 몇 차례 목격했다) 가정집은 약간 떨어져 있고, 창고곁에 풀밭 공터가 나의 주차장이다. 주차하면 차밑에서 지내고, 없으면 주위에 노숙하며 기다리는 개세끼!

알면서 굶길 수도 내 쫓을 수도 없는, 그런데 사이마저 가까워질 수 없는 속수무책 악연의 애물단지 그 놈때문에 나는 고민이요 남사스럽다. 삼일간을 공양 보시했는데도 전혀 진척의 기미가 없다. 탈진으로 운신도 못한 처지에 받아처먹고 기운을 채려 달겨든 괘씸도 되세긴다.

다음날 나는 먹거리와 더불어 정신이 바짝 들 회초리를 준비했다.
그리고 먹는 모습을 보다 거의 끝날무렵, 회초리를 사정없이 내려첬다. 그리고 출근했다. 물론 감정은 절대 아니였다. 그래선지 마음도 그리 짠하진 않았다.

그런데 오후 퇴근 길, 차밑에서 어슬렁 거리며 나온 그놈이 달라졌다. 완전히 변하여 나에게 경계를 놓고, 몽당 꼬리에 화해의 응덩이까지 흔들고 있다. 그리보니 찝보의 얼굴도 활짝 펴져 보인다. 이럴 수가?
나는 준비해 간 먹거리를 얼른 던져주고 돌아서 달려와 버렸지만, 어쩐지 신통하고 통쾌한 기분은 콧노래감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지 믿거나 말거나, 그저 신통으로 벙벙 근래에 내가 체험한 일이다. 처지를 망각한 버릇없는 개세끼는 회초리가 속효였다.
그럼 매사 시비요 갈등만 일삼고 무고방자한 저 양반들에게 우리 국민이 내릴 처방은 무었일꼬
주말 이후 내가 비운 사이에, 그 놈이 인정많은 호인을 따라 좋은 곳에서 귀염받고 잘 지냈으면 좋겠는데... (05 8. 여강)
2005-08-23 09: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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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3
  • 들꽃향기 2005-08-24 08:13:26

    강물처럼님 잘 읽고 갑니다.
    웃으면서 읽는 순간 우리집 성은이가 생각이 났습니다.
    문화센터는 강아지 천국이거든요. 가끔 회장님께 바치는 일이 있어서 성은이가 슬퍼하지만...

    아마 우리 성은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그 개는 바로 성은이를 따라서 지리산으로 내렸왔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다음에도 있으면 울 성은이를 강물처럼님 주차장에 보낼까요???ㅎㅎㅎ
     

    • 하리 2005-08-23 13:22:38

      푸하하하하하~~~

      넘 잼있네요. ^0^

      저희 센타도 개랑 고양이가 많아서 더 재미있기도 하궁..
      왠지 그 처지를 망각한 버릇없는 넘을 강물님이 키우시게 되는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 노래하는별 2005-08-23 09:54:19

        하하 재미있네요
        여기 센타 강아지와 고양이는 가족처럼 지낸답니다
        이상하게도 엄마개보다 고양이가 강아지를 키웠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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