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이 글은 100% NO마진 LOVE STORY입니다. 인내심이 필요함을 당부합니다.
손탈 2005-08-26 20:14:20 | 조회: 5185
목욕탕에서 할아버지 등 밀어드려 결혼에 골인하는 love story!!

때는 바야흐로 2004년 11월 어느 일요일…
점심을 먹고 친구와 같이 목욕을 하러 대중목욕탕을 갔습니다. 그 곳에서 한 할아버지를 만났고, 훗날 사랑의 서약을 하게 되는, 아름다운 반려자를 소개 받는 소설 같은 이 love story를 풀어가 보겠습니다.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목욕탕이었고, 원래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오전에 갈려고 했던 목욕탕에서 이런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다들 비슷하겠지만, 일단 옷을 벗고 샤워를 간단하게 한 다음 온탕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원래 목욕을 잘 안 해도 때가 끼지 않는 태생이라, 어렸을 땐 목욕하는 것이 일년 중 큰 행사였습니다. 이 날도 미루다 미루어 그 목욕탕에 간 것입니다.

때가 적당히 불어터질 때쯤 친구와 같이 자리를 잡고 때를 밀기 시작했습니다. 때타올로 빡빡 밀면 몸에 안 좋다고 들 하지만, 저한텐 사치일 뿐이지요. 열심히 때를 밀고 있는데, 한 할아버지께서 조심스레 제 옆 자리에 앉더군요.

약간 뜸을 들인 후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말을 거셨습니다.
“ 젊은이, 혼자 왔으면 우리 서로 등이나 밀지 않겠나?”
“ 어르신, 저는 친구와 같이 왔기 때문에 나중에 친구한테 밀어달라고 하면 되요. 그냥 제가 밀어드릴게요. “

그냥 저는 당연하게 밀어드린 것뿐입니다. 솔직히 어렸을 때 시골 목욕탕에 가면 어르신들 등을 많이 밀어드리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서울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기가 힘들더군요. 원래 머리는 안 좋아도 힘 하나는 좋기 때문에 이곳 저곳 구석구석을 밀어 드리고, 비누칠까지 해서 다시 밀어드린 다음, 물로 씻어 드렸습니다.

시원하셨는지 다 밀어드렸는데도 안 가시더군요. 고마 그 자리에서 한 30분 어르신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공무원을 30년 넘게 하시다가 정년 퇴임하셔서 전원생활을 위해 경기도 어느 곳에 집을 마련해 두었다는 말씀부터 자식들 이야기,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풀어 놓으셨습니다. 저도 그 동안 살아온 이야기들을 풀어냈습니다.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진지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들이 오갔지요.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납니다. 첨 만나 그것도 옷을 다 벗고 나이차가 거의 마흔 살 정도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 앉아 인생을 논하였으니깐요.

“손군, 자네 사귀는 여자친구 있나?’
일어나시다 말고 어르신이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 아 없습니다. 어르신 어디 괜찮은 처자 있으면 소개 좀 시켜 주세요.^^”
“아 그래…그럼 내가 자네에게 처자 한 명 소개 시켜 주겠네. 우리 아들도 한번도 목욕탕에 와서 내 등을 밀어주지 않았는데, 이렇게 시원하게 밀어주니 요새 젊은이같이 않아..”

이 때부터 대화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고향은 어디고 부모님은 뭘 하시고, 나는 어느 대학을 나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상세하게 물어 보셨습니다. 저도 편안한 맘으로 다 말씀 드리고 제 꿈까지 말씀 드렸지요. 그러더니 제 명함을 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궁금했지요. 아니 어떤 아가씨인가는 알고 만나도 만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심스레 여쭤 봤습니다.
“어르신, 근데 어떤 아가씨인데요…”
“아이쿠, 내 정신 좀 봐. 아 내가 정년퇴임하고 예술의 전당에서 서예를 배우고 있는데 우리 반 반장님한테 자네 나이 또래만한 아가씨가 있다고 하더군. 그 반장님도 성격이 참 밝고 정도 많고 친절해서 모두가 며느리 삼으려고 난리일세. 사실은 내 친한 친구 아들녀석에게 소개 시켜주려고 했었지만, 자네를 이리 만난 것도 인연이니 내 한번 주선해 보겠네. “

어르신 말씀을 정리해 보니, 나이는 동갑인 듯하고,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놀이수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부모님들을 봐서 참 착하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아가씨일 것 같았습니다.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도 낯설지 않고 만나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목욕탕에서 만난 어르신이 소개 시켜 주는 아가씨는 어떤 아가씨일까.

명함을 드리고 조만간 연락을 주겠다는 어르신의 말씀을 끝으로 어르신은 자리를 뜨셨습니다. 옆에서 쭉 보고 있던 친구와 웃더군요. 저도 따라 웃었습니다. 이것이 무슨 하늘의 조화인가 싶었습니다. 이건 정말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니 꼬옥 만나보라고 친구가 당부를 하더군요. 저도 솔직히 싫지는 않았지만, 설마 만나게 되겠냐 했습니다.

2주가 지났지요.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이것 저것 하다 보니 까맣게 그 일을 잊고 살았습니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습니다.

“어이. 손 군. 나 ㅇㅇㅇ일세. 기억하겠나?”
“아 어르신. 하하 아니 정말 전화를 주셨네요. “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습니다. 실례인 줄 알지만, 너무 신기했습니다. 정말 전화를 주실 줄은 몰랐으니까요.

오히려 전화가 늦었다고 미안해 하시면서, 2주동안 반장님(장모님)을 뵙고 이런저런 자초지종을 말씀 드리고 괜찮은 젊은이인 것 같으니 한번 만나게 해 보자고 열심히 설득을 시켰다고 하시더군요. 첨엔 우리 장모님이 부끄럽기도 하고 괜히 소문 잘못 나서 귀한 딸 혼사길 막지는 않을까 안 한다고 했대요. 어르신이 하도 계속 그래서 한번 만나는 보자고 하셨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두 분도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답니다.^^

저요. 전화를 끊고 나서 사람은 정말 평소에 조심을 해야겠구나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구나. 이게 나비효과인가 정말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한편으로는 저를 잘 보아주신 어르신이 넘 감사했습니다.

이 거짓말 같고 소설 같은 사건을 계기로 정말 한 주 후, 그 반장님과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서로 평범하지 않은 만남(?)이어서 그런지 그리 낯설지가 않더군요. 제가 원래 사람 잘 사귀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편안하게 만나지만, 그 아가씨는 첨 만나 30분 동안 딱 두 번 쳐다봤습니다. 그 시간에 뭘 했느냐. 이게 또 신기한 것이 우리 장모님과 대화가 잘 되었습니다. 목욕탕의 그 어르신처럼 우리 장모님과도 한 30분 편안하게 이야기를 했지요. 옆에서 아가씨는 장모님이 그만 가실 때도 되었는데 안가고 있으니 저에게 미안했나 봅니다. 자꾸 눈치를 주더군요.

나중에 들어보니 아가씨는 원래 나올 생각도 안 했고 떠밀려서 나왔다고 하대요. 또 자신의 이상형은 키가 크고 몸은 김상우에 눈이 큰 남자였다고 합니다. 저는 딱 그 반대거든요. 한국인 남자 평균 키도 안되고 약간 과체중에 눈은 작고 한마디로 퇴짜감이었겠지요. 대신 우리 장모님이 제 인상이 좋아 딱 맘에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연을 뒤고 하고 우리는 지금까지 만나고 있습니다. 범상치 않게 만나서 그런지 지금까지 1년도 안된 연에 기간동안 강산이 세 번 바뀌어도 다 일어나지 못할 사건들이 있었고, 다툼도 많았고 갈등도 많았습니다. 정말 서로 이별까지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우리 복딩이(제 여자친구)는 제 옆에 있습니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 때문이 아니라,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나 봅니다.
지금 한창 결혼 준비에 바쁘고, 반장님은 장모님이 되고 싶으신지 저를 너무 잘해 주십니다.

만난 지 162일만에 상견례를 했고, 바로 날을 잡았습니다. 1년도 안 되는 10월 2일에 우리는 사랑의 서약을 하고 부부가 됩니다. 아홉 수라고 다들 말씀하시지요. 둘이 동갑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아홉 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였구요. 그래서 주위의 많은 분들이 염려를 하십니다. 제 여자친구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일도 다 헤쳐 나왔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도 두렵지 않다.

아직 여자 친구가 없다거나 결혼은 하고 싶은데 대상이 없다고 푸념하시는 분들. 오늘부터 목욕탕에 가셔서 어르신들 등을 정성스레 밀어 드리십시오. 인연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는 하지만,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은 불씨가 인연이 되어 새로운 만남을 이끌어 내고, 이것이 발전하여 사랑이 싹트고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을지 누가 압니까.

지금까지 장문의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여자친구와 만나면서 잘해 준 게 하나도 없어 이것만은 제가 해야겠다 싶어 못쓰는 글이지만,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저 손병홍과 복딩이 위은희는 사랑이 충만한 행복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축복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추신..
요기까지 다 읽었다면
아래 댓글에다가 청첩장 받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고리 딱 써 주세용.
그냥은 안 드립니다. 흐흐
2005-08-26 20:14:20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8
  • 지리산숨결 2005-08-27 06:17:19

    ㅎㅎㅎㅎ
    그렇게 만나게된 얘기는 처음인디...
    그게 다 손탈님 인복이여
    사진을 보니 두분의 사랑이 더욱 깊어 진거 같어
    그래요. 행복하게 행복하게만 사세요.
    다른 생각말고...
     

    • 그모산 2005-08-27 10:11:23

      사랑과 축복이 항상
      함께 하시기를
      무한한 영광과 은혜가
      손병홍과 위은희 두사람에게
      충만하리라 ^@@^
       

      • 노래하는별 2005-08-28 23:38:10

        손탈님. 러브스토리에 마진을 남기는 사람은 없답니다!
        어떤 사랑이라도 그렇지요 ^^
        목욕탕에서 만난 인연이 특별한 만큼 특별한 행복을 꾸미시길
        바랍니다!
         

        • 들꽃향기 2005-08-29 07:47:39

          추카드려요. 드디어 결혼에 골인하시는군요.  

          • 문사철시서화 2005-08-29 19:46:05

            손탈님, 이제 도시에 사는 소비자이니
            우리 모임때 동참합시다.
            두 분의 사랑, 참 아름답네요.
             

            • 차(茶)사랑 2005-08-29 22:50:44

              ㅋㅋㅋ

              인자 노총각 노처녀들 모욕탕 억시게 가것다..ㅎㅎ
               

              • 손탈 2005-08-30 08:25:39

                오~~~~감사합니다.
                저도 이젠 소비자군요.^^아니쥐 이전부터 그랬네요
                서울의 하늘엔 누가 담배를 거세게 피는지 며칠째 안개가 자욱합니다.
                가을님의 기운이 대지를 젖혀 아침밤으로는 선선하고 한낮도 이젠 짜증날 정도는 아닙니다.

                이 손탈의 팔자가 얼마나 억센지
                서울에 다시 입성하여 자리 좀 잡아 볼까 했더니 다시 지방으로 갑니다.
                혼자가는 것은 아니고 회사차원의 이전입니다.
                경기도 화성군 그 살인사건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게 되는데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주말엔 땅이라 실컷 밟으면서 살 계획입니다.
                쪼아~~~
                 

                • 봄마중 2005-08-30 22:39:01

                  우리 아버님 경기도 화성에 아카시아 꿀 뜨러 매년 가는데 그렇게 무서운곳만은 아닙디다 .두분 행복하게 신혼을 꾸며보세요. 지금이 제일좋을 때다,,,,,,,,,,,,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24287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83279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87722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24200
                  3699 요놈들 참 귀엽습니다 (3) - 2005-10-14 5275
                  3698 이런일이 생기다니.. (9) - 2005-10-14 5318
                  3697 가을의 편지 (2) - 2005-10-14 5063
                  3696 질문 있습니다 (1) - 2005-10-14 5235
                  3695 이것이 횡재! (1) - 2005-10-14 5162
                  3694 도망가지 않겠노라 (8) 2005-10-14 4882
                  3693 도시와 시골의 젊은 부부들 (3) 2005-10-13 5258
                  3692 강원도 통신2]벌어 둔 돈 까먹고 있는 중 (5) - 2005-10-13 5145
                  3691 겁나게 고마운 친구들..** (7) - 2005-10-13 4921
                  3690 별님! 다 그런거래~~ (6) - 2005-10-13 4965
                  3689 강원도 통신] 단풍보다 붉은 사람 (12) - 2005-10-12 5432
                  3688 1m 넘는 초대형 광어 보셨나요? (1) - 2005-10-12 6015
                  3687 억새으어~~~ 순정~♪ (3) - 2005-10-12 5104
                  3686 배따기체험행사를 마치고 (8) - 2005-10-12 5411
                  3685 일본에서는 지금... (8) - 2005-10-11 5614
                  3684 오늘 사고쳤습니다. (3) - 2005-10-11 5242
                  3683 놀러왔으요.. (1) - 2005-10-11 5322
                  3682 구공탄집 아가씨~~~ (3) - 2005-10-11 5496
                  3681 양석준박사의마케팅이야기 (1) - 2005-10-11 6294
                  3680 파마를 했더니.... (6) - 2005-10-10 5884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