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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난생 첨 배추 심던 날
호두나무 2005-09-05 11:48:10 | 조회: 5033
난생 첨 배추를 심었슴돠.
어제 일요일(9월4일) 아침 오전 9시 경,
하동 악양면 정서리의 500평되는 밭에 으아리님하고
오솔길님의 포터를 타고 갔슴돠.

관리기를 이용해 농로물을 끌어올려
커다란 플래스틱 통에 물을 가득 채운 후
오솔길님이 제작한 자재들을 풀어넣었슴돠.

자재라는 게 오솔길님이 은밀한 곳에서
심혈을 기울여 손수 제작해 잘 보관해온 스페셜한 비료들임돠.

천혜녹즙, 현미식초, 한방영양제, 바닷물... 등등 10여가지나 됨돠.
오솔길님이 그 중 한 병의 마개를 따고 마셔보라고 했슴돠.
마치 보르도의 최고급 포도주처럼 기가 막혔슴돠.
딸기잎과 줄기에다가 흑설탕을 넣고 숙성시킨거라더군여.

오솔길님은 호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그곳에 쓰인대로
팰트병에 담긴 원액을 정확히 덜어 물통에 부었슴돠.
그 모양이 마치 줄기세포 배아 숙성시키는 박사 같슴돠.

호두나무는 으아리님과 함께 배추 모종판을 특수비료통 속에
푸욱 담갔다가 꺼내 밭귀퉁이에 일렬로 놓았슴돠.

인근에 사는 사또님 내외가 품앗이를 해주러 왔슴돠.
40대의 사또님은 부산에서 직장생활하다 지난 7월
하동 악양에 귀농한 분임돠. 핸섬하고 스마트함돠. 쿵야~

사또님은 빈집을 소개 받아 군의 무상 지원으로 말끔히 수리했슴돠.
얼마의 임대료를 내는 조건으로 빌렸다고 함돠.
논밭도 조만간 임대를 할 계획이라고 함돠.

마을에선 젊은 사람들이 왔다고 좋아하고, 사또님 내외도
아침에 동네 마이크에서 아~ 아~ 소리만 나면 달려가는 등
눈치껏 잘 하고 있다고 함돠.

물론 아직은 수확이 없고 미래도 불확실해 불안한 감은 있지만,
도시에 있을 적 보다 마음도 편하고 이상하리만치 걱정도 안든다고 함돠.

오솔길님이 예초기를 등에 지고 풀을 깎는 동안
나머지 분들은 호미로 구덩이를 파고 배추 모종을 심은 후
석회를 뿌리는 식으로 앞으로 나아갔슴돠.

50여개의 모종을 심던 호두나무, 다리도 저리고
머리도 지끈거리고, 허리가 아파 오더군여.

슬그머니 일어나 밭을 걸어나와 오솔길님의 포터 차문을 열고
들어가 다리를 대시보드에 얹고 눈을 감았슴돠.

잠시 후 오솔길님이 "(호두)나무님, 과일 드쇼"하는 소리를
듣고 눈을 떴슴돠. 그 새 100여 미터 되는 이랑 하나에
배추가 두줄로 깔끔하게 심어져 있었슴돠.

과일 먹고나서 모종 몇개를 심던 중 오솔길님이
"점심 먹자'하더군여. "아이구 살았다" 하고는
얼렁 호미를 던지고 밭을 나왔슴돠.

일행은 근처 식당으로 포터를 타고 이동, 국밥을
맛나게 먹었슴돠. 어김없이 소주를 시키더군여.

다시 밭으로 와서 일을 하려고 폼을 잡는 순간
오솔길님이 "나무님은 쉬세요, 자농사무실에
물건 가질러 가니까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슴돠.

아무말 않고 포터 옆자리에 타고 사무실로 돌아와
과일 하나 깎아먹고는 그대로 사망~
서너 시간 후에 겨우 눈을 떴슴돠.

배추팀들은 그날 저녁 7시40분경 자농 사무실로 돌아 왔슴돠.
오솔길님 보기가 대단히 민망했슴돠.
오솔길님은 물론이고 으아리님, 사또님, 방글님 내외분들은
끄덕없이 보이더군여.

일행은 자농 사무실 옆에 있는 사또님 댁으로 이동했슴돠.
남자들이 상만 달랑 차려놓고 이바구를 떠는 동안
불쌍한 방글님은 쉬지도 못하고 부엌에서 또 일을 해야했슴돠.흑흑
하지만 방글님, 밝은 얼굴로 힘들지 않다며 웃어 보였슴돠.
대단한 정력임돠. 사또님 장가 한 번 잘 가셨슴돠. 아무렴~

어느새 호박국, 감자볶음, 삶은오징어 등이 한상 가득차려 나왔슴돠.
또 소주 한 병, 아니 두병...세병이었나?

과연 논으로 쓰던 밭이어서 배추를 얼마나 수확할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됐슴돠.
오솔길님에게 "올해 배추는 해결됐네요. 서울에 있는 가족들한테도
보낼 수 있지요?"했더니 옆에 있던 사또님이 "사서 드세요" 하더군여.
다덜 "흐흐흐~"하고 웃었슴돠.

일어날 줄 모르는 오솔길님을 재촉해 사또님댁을 나와 자농으로 돌아왔슴돠.
난생 첨 배추 심었지만 정말 배추 사서 먹을 지도 모르겠슴돠. 음냐
방글님 저녁 잘 먹었슴돠. 꾸우벅~
2005-09-05 11: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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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6
  • 참다래 2005-09-05 20:19:28

    초보농군님들이 배추 심어서 분명히 풍년 덜겁니더 ,ㅎㅎㅎ
    건데 호두님의 이바구가 더 재미 있습니돠....
    사또님요 저희집 배추 심을때도 품앗이 하이시더....
     

    • 사또님 2005-09-05 18:40:32

      함 기달리 보이소 . 인자 자주 볼낍미더.
      쉬엄 쉬엄 가다 보믄 좋은 날 안 올가예^^
       

      • 으아리 2005-09-05 15:49:54

        완전 초보농꾼 죽는줄 알았습니다,
        내 일이었음
        진작 나자빠졌을텐디,
        품앗이라 차마 그러진 모하고..,
        그래도
        지금은 뿌듯합니다.

        사또님, 방글님..도 힘드셨을텐데
        저녁 식사까지
        맛나게 ..^^
        담에 또 부탁해요
         

        • 방글님 2005-09-05 15:24:21

          호두나무님.. 고생하셨지요? 모종심는거 저희도 어제가 처음이었습니다. 그까잇거 대충~ 닥치면 다 하게 되는거 같아요^^ 씨앗으로 심어논 우리밭에 배추도 쬐끔 올라왔어요. 근데 방아잎을 처음 보신다는 말씀이 황당(?) 했걸랑요ㅋㅋ 다음에도 자주 뵈여~  

          • 지리산숨결 2005-09-05 14:26:35

            검지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잘지내셨죠?

            호두나무님 3개월만 있으면
            짱짱한 농부가 돼있을 낍니더
            천천히만 꾸준히 가시라요. ㅎㅎ
             

            • 검지 2005-09-05 12:54:47

              호두나무님, 재밌게 읽었슴돠~
              저도 어제 배추 모종 심었슴돠~
              아침의 날씨는 비가 분명 올 기세였슴돠~
              비가 쏟아지기 전에 심느라 빠른 동작으로 심었슴돠~
              비가 적당히 맞아가며 심었슴돠~
              거름을 쌓았던 자리라 정말 기대가 되기도 했슴돠~
              그 거름은 섞어띄움비가 쌓였던 자리였슴돠~
              모종 한판을 심었슴돠~
              비는 오지 않고 해가 떴슴돠~
              지나며 바라보니 잎에 힘이 떨어지고 있었슴돠~
              이대로 비가 안 오면 저녁에 물을 주어야겠슴돠~
              환장하게 비는 안 오고 햇빛만 쨍 했슴돠~
              4시경 바라보니 완전 회생불능였슴돠~
              5000원 널라갔슴돠~
              배추는 포기하기로 했슴돠~
              심고 물을 줬으면 됐겠으나 또는 심기전 묘판에 물을 주고 싶었으면 됐겠으나 이미 버스는 떠났슴돠~
              마을 분들에게 창피했슴돠~
              또 대천의 유시웅님댁으로 배추사러 가야 되겠슴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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