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섬진강도 래프팅이 되나????
호두나무 2005-09-06 20:55:23 | 조회: 4979
섬진강을 래프팅했슴돠.
베리굿이었슴돠.
래프팅이라면 동강이나 내린천만 가능한 줄 알았슴돠.
어딘가 섬약한 느낌의 섬진강은 거리가 먼 줄 알았는데...가능했슴돠.

지난 9월3일 토요일 오후 1시 경, 구례군 간전면에서 보트를 탔슴돠.
지리산숨결님 부녀를 비롯, 자농식구들 9명(남자 5명, 여자 4명)이
노를 하나씩 들고 보트 좌우로 걸터 앉았슴돠.
구명조끼를 입어 머시멜론처럼 불룩한 모습들이
마치 알록달록한 과자봉지같았슴돠.

날씨 좋았슴돠. 적당히 구름이 껴 덥지가 않았슴돠.
출발하자마자 급류를 만나 다덜 소리를 질렀슴돠.
역시 래프팅은 물살이 빨라야 함돠. 위험은 하지만...

누군가 "급류에선 노를 빨리 저어야 돼"하고 악을 썼지만
다덜 물살이 보트를 통해 궁뎅이에 전해지는 짜릿한 촉감을
즐길 뿐이었슴돠. 꿈틀대는 그 감촉이란...

물살이 잔잔해지자 보트가 정지한 듯 했슴돠. 무료하더군여.
키를 잡은 숨결님이 노를 젓자고 외쳤슴돠.
하나, 둘 구령을 맞춰 저었지만 하나같이 노젓는 실력들이
다르고 호흡이 맞지를 않아 보트는 삐뚤빼뚤 나갔슴돠.

강 왼편으로 짙푸른 지리산 줄기가 이어짐돠.
강물 위에서 정통으로 보는 산 정경은 또다른 멋을 주더군여.
한참을 내려오니 피앗골이었슴돠.

미리 준비해간 술을 마시고, 우유를 마시고, 초콜릿을 먹고,
오징어땅콩을 먹고, 맛동산을 먹고, 물을 마시고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사진도 찍었슴돠. 한평 조금 넘는 보트 위에서 10여명이 별짓을 다했슴돠.

순결님은 낚시꾼들이 보일 때마다 "안녕하세여 고기 잘 잡혀여?"
하고 큰소리로 물어봄돠. 강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소리로 말임돠.
어떤 낚시꾼은 숨결님을 멀건히 바라보았슴돠.
그래도 또 묻더군여. 집요한 숨결님임돠.

물 위 여기저기에 동심원이 그려졌슴돠. 비가 오기 시작했슴돠.
처음엔 겁을 내더니 나중엔 비를 즐기더군여.
숭어가 물위로 힘차게 뛰어올랐슴돠. 은빛 비늘이 번쩍였슴돠.
고기가 순간적으로 수면 위를 박차고 오르자 환호성을 질렀슴돠.
비 맞으면서 래프팅 하는 것도 괜찮슴돠.

갑자기 누군가 "차사랑님이다!!"하고 외쳤슴돠.
역시 어김없이 나타났슴돠. 차사랑님 대단함돠. 비오는데도 산중턱 밭 모서리에다
카메라 삼각대를 박아놓고 자농 일행이 통과하는 것을 기다렸던 것임돠.
일행은 차사랑의 열정에 감동 받아 미친듯이 손을 흔들었슴돠.
별님의 두손을 번쩍 치켜든 손동작은 '그분이 오셨습니다' 바로 그것이었슴돠.

강물이 넘 조용하자 파르티잔님이 티셔츠를 벗고 강물에 뛰어들었슴돠.
이어서 숨결님 따님이 물속으로 첨벙, 결국 다덜 따라 들어갔슴돠.
코스모스님 한 사람만 빼고...
분명 일행 중 한두 사람은 볼일도 보았을 검돠. 아무렴~

구명조끼를 입어 몸 전체가 물에 걍 뜸돠.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강물이 흐르는 대로 흘러감돠.
자농식구들 여기저기 둥둥 떠내려감돠. 벼락맞은 고기들처럼...

섬진강 물 위에 둥실둥실 떠내려가면서 지리산과 잿빛 하늘을 보며
어린 시절 물에서 놀던 친구들과 추억들을 떠올림돠.

다덜 래프팅이 지겨워지는 순간 화계 다리가 나타났슴돠.
다리 밑을 쏜살같이 흐르는 급류에 보트가 나뭇잎처럼 가볍게 나아감돠.

금새 하동 평사리 모래밭이 다가왔슴돠.
보트를 모래 위로 끌어올린 후 양쪽에서 잡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오솔길님의 포터 위에 사뿐히 올렸슴돠.

구례에서 하동까지 약 20여킬로미터를 5시간여 동안 원없이 래프팅했슴돠.
속도는 걷는 수준이었슴돠. 모두 쌈박한 레저를 즐겼지만 숨결님만
엄청난 대가를 치렀슴돠. 값비싼 디카와 핸폰, 승용차키가 물을 먹은 것임돠.

그것만 빼고는 섬진강 래프팅 베리굿이었슴돠.
물론 미국의 콜로라도계곡 처럼 보트가 요동치고 뒤짚어지는 등의
스릴과 서스펜션, 공포, 괴성 등은 없더라도 그런대로 낫배드였슴돠. 음냐~
(아~ 참~ 외마디영어가 자꾸 튀어나와서리...쩝)
사진은 요아래 숨결님이 이미 올렸슴돠. 디카 한대 잡아먹은 비싼 사진들임돠.
2005-09-06 20:55:23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2
  • 들꽃향기 2005-09-07 09:37:03

    넘 부럽습니다.
    우째 제가 가출한 사이에...
    앙앙앙
    슬프당~~~
     

    • 정도령복숭아 2005-09-06 23:19:01

      정원초과 아닌지요*^^
      호두나무님 반갑습니다
      자연을 닮아가는 시발점이
      넘 멋진것 같아요
      활기도 돌고..
      값비싼 댓가는 치렀지만
      영원히 기억될 래프팅 이네요.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24307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83339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87774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24269
      3560 이 ♀,♀,♀ 가 일을 맹글어 버렸네요 (3) - 2005-10-21 5490
      3559 따듯한 아랫목.. (7) - 2005-10-21 5473
      3558 쌀값은 '하락' 대파 '금값' (3) - 2005-10-20 12450
      3557 배추 밭떼기값 작년 2~3배 폭등… 中신선배추 수입 우려 - 2005-10-20 4842
      3556 샛별이 오랜만에 문안드리옵니다. (6) 2005-10-20 5207
      3555 사람 직이는 이 냄시는 뭔교?? (4) - 2005-10-20 5260
      3554 품아시 땜에 죽은 도야지 (10) - 2005-10-20 5127
      3553 젊은 부부의 씨앗서신... (7) - 2005-10-20 5131
      3552 이 만큼 컸어요**누구게? (4) - 2005-10-19 4769
      3551 맛있는 뚜기,뚜기,메뚜기~~ (3) 2005-10-19 5314
      3550 전화 광고 조심하십시요. (1) - 2005-10-19 4938
      3549 "어머니, 잘못했어요." (1) - 2005-10-19 5136
      3548 고양이는 몹시 필요한 동물입네다.....???????? (5) - 2005-10-19 5133
      3547 여주,이천지역 후원농가 방문 - 2005-10-19 5000
      3546 일본 自休自足잡지에 소개된 새로운 농업 스타일 (1) - 2005-10-18 5645
      3545 내가 사랑하는 이 남자.... (4) - 2005-10-18 5453
      3544 이사람 이었구나... (2) - 2005-10-18 7035
      3543 어젯밤의 달, 월식... (1) - 2005-10-18 5332
      3542 지리산천년의 향기를 머금은 차씨앗을 ... (7) - 2005-10-18 6223
      3541 어느 홀애비의 멜랑꼬리한 주말 보내기 (7) - 2005-10-17 5697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