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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오늘... 혜림농원에서^^
글터 2005-09-09 02:07:42 | 조회: 5177




어제, 혜림농원 차사랑님댁에 다녀왔습니다.
나비란 넘의 날갯짓이 너무도 거칠고 드세어
사나흘만 지나면 그나마 소담스런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많은 과실수와 나무들이 무참하게 쓰러졌더군요.
영남지역을 마구 할퀴고 지나간 흔적...
차사랑님이 이미 올리셨지만
많은 피해 입으신 농부님들의 마음, 어림짐작으로 헤아려 봅니다^^


비바람과 함께 무섭게 울컥이던 하늘은 얄미울 정도로 시침 뚝 뗀 채
시리디시린 쪽빛 하늘로 되돌아 오고...
불행중 다행인가, 차밭은 저리도 푸르고 그윽하더이다.




언제 찾아가도 농기구 하나쯤 걸머쥐고 차밭을 오가던 발걸음만 보았는데
차사랑님과 쯔쯔님의 굳은 표정을 본 것은 처음이지 싶어요.
산을 둘러보기 위해 경운기에 올라탔습니다.





지난 봄, 산자락 오르며 발견하곤 몹시도 부러워 탐내던 은사시나무...
십수 년은 족히 되었을 나이에 뿌리째 뽑혀 일어설 줄 모릅니다.





산초나뭇잎 하나 떼어 잘근거리며 걷는데




발길에 채이느니 푸릇푸릇한 밤송이 천지입니다.
이미 수마에 할퀴어 그 생명을 다했지만
어디를 밟아야 좋을지 난감할 정도로 바닥을 덮고 있어 민망하고 조심스러웠습니다.





"언니, 도현이(막내) 가졌을 때 아침마다 여길 올라오면
이 산길이 온통 빠알갰어... 카펫트처럼...
한 시간이면 세 푸대는 족히 긁어모았거든..."
쯔쯔님의 굳은 표정은 점점더 상기되어 갑니다.





후두둑~ 희부연 무언가 떨어질 듯하여 먼데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밤송이 몇 알 힘겹게 매달고 허청이는 밤나무 등 뒤로
아, 무심한 하늘은 어쩜 저렇게 찬란한 쪽빛을 내뿜는 것인지...





세찬 비바람의 횡포에도
기특하게 견뎌낸 자그마한 꽃들이 눈에 띕니다.

봄엔 금낭화 군락지로 화사하더니
가을로 접어들며 물봉선과 참취, 여뀌, 며느리밑씻개 등이
그 소박함으로 화사함을 대신하고...









두터운 운동화를 신고 갔는데 굳이 장화로 갈아신으란 말씀,
뱀 때문인 줄 뒤늦게 알았습니다.
가늘고 긴 혀를 낼름거리는 뱀을 이리 가까이 본 건 첨입니다.
집게로 잽싸게 들어올려 @#&^%#$%!!! 멀리 내동댕이쳤습니다.
산을 내려 올 때까지 두 차례나 뱀을 더 만나
아까보다 더 멀리, 그보다 좀더 멀리 던져버렸으니
차사랑님의 뒤끓는 속내는 적어도 세 번은 내동댕이쳐 가라앉힐 수 있었을까요...

"이거 파짠 줘야는디..."
"윽~ 벌써 몸보신 필요하대?"
"ㅋㅋ 입으로 껍질 벗기기 선수자녀..."
첨으로 씨익 웃습니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던가...^^







없는 것 없이 풍요로운 곳.
밤나무 산으로 향하는 곳곳엔 온갖 꽃과 나무가 그득하고
애써 조경에 신경쓰지 않아도
몸에 좋다는 것들 절로 나고 자라
가족에게 이웃에게 보약이 될 것들...
간에 좋다고 일부러 쭈욱 심어놓은 노나무도 첨 봅니다.
몸매는 그리 튼실해 보이지 않는데
잎 하나 떨구지 않고 꼿꼿한 채 싱싱해 보입니다.





"햐...어쩜 저리도 몽땅 털어가 버렸으까..."
어딜 둘러봐도 민둥~ 밤나무입니다.





"흐... 마치 새떼가 습격하고 지나간 자리 가토여..."
한 마디 거든다는 것이 자발없는 수다만 떨었으니^^





...........

하늘의 움직임과 자연의 순환에 따라
크고 작은 기쁨과 애환에 늘 함께하고 계신
자농의 선배님들을 생각합니다.





이번 태풍으로 잃은 것이 많든 적든
어느 한 분도 혜림농원보다 덜하거나 더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슴으로 삭히며 더욱 순응하려 애쓰는 님들,
부디 용기 잃지 마시고 힘 내세요~!



...^(^
2005-09-09 02: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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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4
  • 풀벌레 2005-09-14 16:59:43

    차사랑님..
    너무 기운세시다
    나도 저런 뱀 며러마리 봤데..
    촌사람이 시골 풍경에 이토록 빠져드는데...
    아!
    행복해라
     

    • 실미원 2005-09-13 07:52:20

      자연의 힘앞에 우리는.....
      차사랑님 쯔쯔님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우리 농부들에게는 저력이 있잖아요
      어쩌면 그렇기에 버텨내는것 아닌가요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재해는 점점 더 커져만 갈것이라 생각해요

      누구의 탓이겠습니다.
      우리 인간들이 뿌린것을 이제 하나씩 거두어 드리는것 아닌지요...

      힘내시구요...
      우리에게는 우리를 사랑하는 이웃이
      우리가 사랑하는 이웃이 있잖아요....

      차사랑님 쯔쯔님 홧팅!!!!
       

      • 오리 2005-09-12 16:48:08

        멋있습니당!!!!!!!!!!!!!!  

        • 차(茶)사랑 2005-09-11 21:22:31

          찬빈미, 하리님, 이영국님, 호두나무님, 으아리님, 옆집아줌마님, 오리님, 동천님, 정도령복숭아님 만은 격려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자연은 자연에 불과한것...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 정도령복숭아 2005-09-09 23:48:11

            자연이 가져다준 시련이
            농부에게는 크나큰 상처로 남네요
            세월이 약이지만
            약으로 느껴질때의 시간에서는
            자연으로 부터 많은 보상을 받았으면
            합니다.
             

            • 동천 2005-09-09 18:46:56

              저렇게 멋지 풍경을 그넘의 나비가 할퀴고 지나가다니.....힘내세요.....  

              • 오리 2005-09-09 18:01:25

                차사랑님,쯔쯔님 파이팅.

                글터님 수고하셨습니다.태풍으로 차밭이 ...아...아자아자 힘내세요.

                그럼.
                 

                • 옆집아줌마 2005-09-09 09:50:34

                  차사랑님 쯔쯔님 힘내세요
                  자연은 더 다른거로 차사랑님 쯔쯔님께 더 큰복 주실꺼예요
                  아자~아자 차사랑님 쯔쯔님 화이팅!!!!!!
                   

                  • 으아리 2005-09-09 09:49:26

                    세옹지마! 분명 내년엔 자연이 더 많은 선물을 가져다 주실 겁니다!  

                    • 호두나무 2005-09-09 09:25:46

                      죄송함돠. 쯔쯔님 넘 상심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되겠지요. 차사랑님이 강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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