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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오늘... 혜림농원에서^^
글터 2005-09-09 02:07:42 | 조회: 5195




어제, 혜림농원 차사랑님댁에 다녀왔습니다.
나비란 넘의 날갯짓이 너무도 거칠고 드세어
사나흘만 지나면 그나마 소담스런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많은 과실수와 나무들이 무참하게 쓰러졌더군요.
영남지역을 마구 할퀴고 지나간 흔적...
차사랑님이 이미 올리셨지만
많은 피해 입으신 농부님들의 마음, 어림짐작으로 헤아려 봅니다^^


비바람과 함께 무섭게 울컥이던 하늘은 얄미울 정도로 시침 뚝 뗀 채
시리디시린 쪽빛 하늘로 되돌아 오고...
불행중 다행인가, 차밭은 저리도 푸르고 그윽하더이다.




언제 찾아가도 농기구 하나쯤 걸머쥐고 차밭을 오가던 발걸음만 보았는데
차사랑님과 쯔쯔님의 굳은 표정을 본 것은 처음이지 싶어요.
산을 둘러보기 위해 경운기에 올라탔습니다.





지난 봄, 산자락 오르며 발견하곤 몹시도 부러워 탐내던 은사시나무...
십수 년은 족히 되었을 나이에 뿌리째 뽑혀 일어설 줄 모릅니다.





산초나뭇잎 하나 떼어 잘근거리며 걷는데




발길에 채이느니 푸릇푸릇한 밤송이 천지입니다.
이미 수마에 할퀴어 그 생명을 다했지만
어디를 밟아야 좋을지 난감할 정도로 바닥을 덮고 있어 민망하고 조심스러웠습니다.





"언니, 도현이(막내) 가졌을 때 아침마다 여길 올라오면
이 산길이 온통 빠알갰어... 카펫트처럼...
한 시간이면 세 푸대는 족히 긁어모았거든..."
쯔쯔님의 굳은 표정은 점점더 상기되어 갑니다.





후두둑~ 희부연 무언가 떨어질 듯하여 먼데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밤송이 몇 알 힘겹게 매달고 허청이는 밤나무 등 뒤로
아, 무심한 하늘은 어쩜 저렇게 찬란한 쪽빛을 내뿜는 것인지...





세찬 비바람의 횡포에도
기특하게 견뎌낸 자그마한 꽃들이 눈에 띕니다.

봄엔 금낭화 군락지로 화사하더니
가을로 접어들며 물봉선과 참취, 여뀌, 며느리밑씻개 등이
그 소박함으로 화사함을 대신하고...









두터운 운동화를 신고 갔는데 굳이 장화로 갈아신으란 말씀,
뱀 때문인 줄 뒤늦게 알았습니다.
가늘고 긴 혀를 낼름거리는 뱀을 이리 가까이 본 건 첨입니다.
집게로 잽싸게 들어올려 @#&^%#$%!!! 멀리 내동댕이쳤습니다.
산을 내려 올 때까지 두 차례나 뱀을 더 만나
아까보다 더 멀리, 그보다 좀더 멀리 던져버렸으니
차사랑님의 뒤끓는 속내는 적어도 세 번은 내동댕이쳐 가라앉힐 수 있었을까요...

"이거 파짠 줘야는디..."
"윽~ 벌써 몸보신 필요하대?"
"ㅋㅋ 입으로 껍질 벗기기 선수자녀..."
첨으로 씨익 웃습니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던가...^^







없는 것 없이 풍요로운 곳.
밤나무 산으로 향하는 곳곳엔 온갖 꽃과 나무가 그득하고
애써 조경에 신경쓰지 않아도
몸에 좋다는 것들 절로 나고 자라
가족에게 이웃에게 보약이 될 것들...
간에 좋다고 일부러 쭈욱 심어놓은 노나무도 첨 봅니다.
몸매는 그리 튼실해 보이지 않는데
잎 하나 떨구지 않고 꼿꼿한 채 싱싱해 보입니다.





"햐...어쩜 저리도 몽땅 털어가 버렸으까..."
어딜 둘러봐도 민둥~ 밤나무입니다.





"흐... 마치 새떼가 습격하고 지나간 자리 가토여..."
한 마디 거든다는 것이 자발없는 수다만 떨었으니^^





...........

하늘의 움직임과 자연의 순환에 따라
크고 작은 기쁨과 애환에 늘 함께하고 계신
자농의 선배님들을 생각합니다.





이번 태풍으로 잃은 것이 많든 적든
어느 한 분도 혜림농원보다 덜하거나 더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슴으로 삭히며 더욱 순응하려 애쓰는 님들,
부디 용기 잃지 마시고 힘 내세요~!



...^(^
2005-09-09 02: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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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4
  • 차(茶)사랑 2005-09-09 06:48:16

    새벽녁 빗줄기가 내립니다.

    그누구도,그무었도 원망치 않습니다.
    그져 자연의 힘을 느낄뿐입니다.

    아마도 내년엔 자연이 우리집에 더 좋은일을 만들어 줄것입니다..

    바람....!!!

    그것은 바람일뿐입니다.

    자연은 시치미를 떼고있습니다, 그러나 그자연속에 우리가 살아갑니다...
     

    • 찬비 2005-09-09 07:43:05

      차사랑님, 힘내세요!! 그저 자연의 힘을 느낄 뿐이라는 차사랑님의 말씀이 참 울림이 깊습니다.. 이곳 자농에 와서 처음으로 맛보았던 밤이 차사랑님이 가져다주신 알밤들이었는데...다시 생각이 나에요..
      앞으로 좋은 일들이 차사랑님의 상심을 얼릉 가져가길 빌겠습니다..
       

      • 하리 2005-09-09 09:17:33

        차사랑님 기운없는 목소리 듣고 사진 보니까
        거참 눈물이 날라구 하는구만유
        그런 목소리 첨 들어봐서리..

        맨날 기차화통 쌂아먹은 목소리로 센타에 함 오시면
        저~ 먼데서 부텀 오셨구만 싶을 정도로 힘이 펄펄 넘치는 분이 T-T

        힘 좀 내시라우요~
        말씀대로 내년엔 호박이 아주 넝쿨째
        지발로 굴러오는 일만 있을거니깐.


        근디 뱀잡는거 대단합니다욧.
        팔티잔도 발로 뱀을 툭툭 밟더만. 둘다 흐미... @.@;
         

        • 이영국 2005-09-09 09:23:59

          하동의 하늘은 저리도 푸르건만... 매년 계속되는 자연재해지만
          올해도 지역적으로 어김없이 핧기고 지나 갔네요

          호탕하게 웃으시는 차사랑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멀리 보내시고 일어서시리라 믿습니다요
           

          • 호두나무 2005-09-09 09:25:46

            죄송함돠. 쯔쯔님 넘 상심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되겠지요. 차사랑님이 강하잖아요.  

            • 으아리 2005-09-09 09:49:26

              세옹지마! 분명 내년엔 자연이 더 많은 선물을 가져다 주실 겁니다!  

              • 옆집아줌마 2005-09-09 09:50:34

                차사랑님 쯔쯔님 힘내세요
                자연은 더 다른거로 차사랑님 쯔쯔님께 더 큰복 주실꺼예요
                아자~아자 차사랑님 쯔쯔님 화이팅!!!!!!
                 

                • 오리 2005-09-09 18:01:25

                  차사랑님,쯔쯔님 파이팅.

                  글터님 수고하셨습니다.태풍으로 차밭이 ...아...아자아자 힘내세요.

                  그럼.
                   

                  • 동천 2005-09-09 18:46:56

                    저렇게 멋지 풍경을 그넘의 나비가 할퀴고 지나가다니.....힘내세요.....  

                    • 정도령복숭아 2005-09-09 23:48:11

                      자연이 가져다준 시련이
                      농부에게는 크나큰 상처로 남네요
                      세월이 약이지만
                      약으로 느껴질때의 시간에서는
                      자연으로 부터 많은 보상을 받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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