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어느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강물처럼 2005-09-16 14:25:50 | 조회: 5332
어느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유달리 잦은 비에 무더위도 이젠 멀리 물러가고
어느덧 “더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좋은 계절 추석입니다.

늘 나비같은 태풍의 심술이 있을까, 맘조리며 보냈는데..
올 농사는 어떻신지요 아직도 마음 놓기는 이르지만.

좋으면 좋은데로, 또 좀 아쉬운 일이 있었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한 한가위를 보내시기를 빕니다.

바쁘신 중에도 좋은 상상을 위하여
어느 홈에 올려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올림니다.(여강)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준수한 외모에 시원시원한 성격, 섬세한 배려까지
어느 하나 나무랄데 없는
너무나 아름다운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농촌을 좋아하는
여자가 없어서 청년은 결혼을 못했습니다.

청년은 어느 날 부터 컴퓨터를 장만 하고
인터넷을 하면서 도시에 사는 젊은 사람들과
카페에서 활동을 하다가
어느 여자와 이멜을 주고 받게 되었습니다.

청년은 '바다'라는 닉네임을 가졌고
여자는 '초록물고기'였습니다.

청년이 느끼기에 여자는 박학다식 하면서도
검소하고 아름다운 마음을가지고 있어 보였으며
농촌에 대해서도 많은 이해를 하고 있어 보였습니다.

여자와 주고 받는 메일의 횟수가 많아 질수록
청년의 가슴속에는 여자를 향한 분홍빛으로
사랑이 싹틈을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이멜을 1000여통을 주고 받으면서
두사람은 무척 가까와 졌을때
청년은 뜨거운 마음을 담아 프로포즈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가 가까와 지고자 할 수록
여자는 점점 움츠려 들며 멀어져 갔습니다.

마치 눈덩어리에 입김을 불어 넣어서
따뜻한 온기를 넣어 주고 싶어하지만
그 온기에 눈물로 녹아지는 눈덩이처럼
여자는 자꾸만 작아졌습니다.

청년이 사랑을 고백하기 전에는
하루에 열통씩 오가던 메일이

사랑을 고백하고 나서는
일주일을 기다려야 답장이 오곤했습니다.
그 마저도 답장은 늘 한,두줄의 짧은 답이었습니다.

청년은 절망을 했습니다.

그토록 믿어 왔던, 또 믿고 싶었던
늦게 찾아온 사랑에
더욱 더 절망을 했습니다.

'누구도 시골은 싫은가 보구나...다 이상일 뿐이야...
나처럼 힘들고 열악한 환경에서
농촌을 지키고자 하는 내가 바보지.

누가봐도 이건 바보짓이야...'

그렇습니다.

청년은 대학을 나와서
다른친구들 좋은직장으로 취직을 하고자 할 때
우루과이라운드로 농촌이 신음을 할 때

농촌을 지키고자 부모님 반대를 무릎쓰고
농촌에 정착을 했지만
정작견디기 힘든것은 '외로움'이었습니다.

청년은 도무지 일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여자의 닉네임이 '초록물고기'란것 밖엔...
자신이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게
이렇게 빠져 버릴줄은 몰랐습니다.

그 무엇에도 두렵지 않던 자신이
이제는
초록물고기가 사라질까 두려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달째 멜 수신확인이 안되었습니다.
의도적으로 피하는지
아니면 무슨 일이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청년은 다시 절실하게 여자에게 멜을 보냈습니다.



♥초록물고기님 !

너무나 절실해서
가슴으로 울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남들은 쉽게 잠이 드는 밤에
술 기운을 빌려서 잠이 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그 사람이 맨 정신으로 잘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이유를
비오는 밤 사람이 그리워서
여기저기 수첩을 뒤적여도 맘 편하게
전화할 사람이 없어서 전화기를 들지 못할 정도로
서글퍼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그 사람이 느끼는 소외감을.

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걷는 거리를
바쁘고도 무거운 걸음으로
혼자서 걸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그 사람이 왜 무거워 하는지.
누가 건들지 않아도 늘 깨질것 처럼 바람불면 날아갈듯
위태하게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기댈 사람이 없어 늘 누구에게 의지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쓸데 없는 생각의 깊이...

여기에 질식되어 죽을것 같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고자
가슴으로 울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릅니다.


그 사람의 외로움이 얼마나 깊은지...

사랑하는 이가 그리워도 보지 못하는 아픔을
견뎌 보지못한 사람은 모릅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는지.
그 속이 타서 얼마나 쓰린지...

한 달 후 쯤...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초록물고기에게서 이멜이 왔습니다.



♥바다님!

나 당신을 사랑해도 될까..하고 많은 시간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릴적부터 한쪽 다리가 불편한 소아마비를 앓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얼굴도 어릴적 덴 화상으로 흉터가 많이 져 있답니다.

그래서 직장생활은 커녕 집안에서
어둔 커텐으로 햇살을 가리고
혼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가진것도 없습니다.
더구나 몸마저 이래서 누구하나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동안 사이버상에서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사랑을 주고 싶었지만
다들 저를 보면 그만 등을 돌렸습니다.

그 이후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려워
저에게 호감을 주는 남자가 있다면 먼저 등을 돌리곤 했습니다.
사랑을 하기도 전에
버림을 받는 제 자신이 너무 가여워 서지요.

바다님에게 멜을 받은 순간 기쁘고 설레였으나
바다님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저에게 다시 아픔을 줄 수가 없어서
바다님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저를 사랑할수 있다고 자신을 합니까

청년은 눈앞이 아득해졌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자의 소식이었지만
여자의 결점을 알고 나니 갈등이 생겼습니다.

부모님의 실망 하시는 모습을 떠올리자
청년은 너무 괴로웠습니다.
육체보다는 영혼이 중요하다고 자부하던 청년이었기에
고통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자신은 위선자가 되는 것입니다.
남의 일에는 정신을 중요시 하면서
자신의 일은 껍데기를 더욱 중요시 하는 것이었습니다.

몇날 몇일을 고민하던 청년은
여자에게 다시 이멜을 보냈습니다.


♥초록물고기님!

사랑하는..이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겠습니다.

사랑하는 내 단 한 사람 ..
초록물고기님 당신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건강한 몸을 가진 내가
또한 저에게는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당신이 필요하다는것을 알았습니다.

당신이 말한 당신의 결점은
오히려 나에겐 기쁨이 된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바위틈에 조용히 피어나 눈길 한번 받지 못하는
제비꽃처럼
저만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초록물고기가 바다의 품에서 맘대로 헤엄치는날
나는 비로소
내 스스로 당신을 사랑할 자격이 있다고 말하겠습니다.
초록물고기가
너른 바다에서 자유로이 헤엄칠 자유를 드리겠습니다.

얼마후 두사람은 서로만나기로 하였습니다.

청년은 여자의 불편한 몸이 걱정이 되어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하였지만
사는걸 보고 싶어하는 여자의 부탁으로
지금은 폐교가 된 초등학교에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여자는 그녀의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고
무작정 3월 14일 학교에서
가장 큰 나무 밑에서 만나자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3월 14일..
청년은 여자가 혹 못찾을까봐
한시간 반이나 먼저 나가서 여자를 기다렸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애 간장을 다 태우고 20분이나 늦게 도착을 했습니다.
교문에서부터
웬 날씬한 여자가 목발을 짚고 머리엔
노란 스카프를 두른 채
뚜벅뚜벅 거리며 청년의 눈에 점점 크게 다가왔습니다.

혹시 초록물고기님이시나요

그럼 바다님 맞나요

여자는 부끄러운 듯이 살며시 고개를 숙이더니
이제 저를 보여 드리겠어요 하더니
여자는 안경을 벗고 스카프를 벗어서 나뭇가지에 걸었습니다.

그 순간 남자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여자는 얼굴에 흉터하나 없이 우윳빛 얼굴에
이목구비가 또렷한 굉장한 미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자는 목발을 내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무밑 벤취에 앉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놀랬나요

처음부터 속이려던것은 아닙니다.
다만 내 영혼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바다에서 헤엄쳐도 될까요

청년은 물기어린 눈빛으로 와락 여자를 껴안았습니다.
멀리 바라보는
보리밭 위로 아지랑이가 아른아른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

사랑이야기의 시말 한 꼭지를 다 예기할려니 무척 길어졌습니다

글쎄, 영혼까지 사랑하는 진실한 사랑이 과연 가능할련지?

바람직스러운 사랑의 결실임에도, 저는 어쩐지 좀 빼뜸한 생각으로
개운치 못한 마음입니다. 견우직녀를 떠올려서인가?
"비밀을 끝까지 지키라는 사슴의 충고에도 옷을 내주어 사랑을 빼앗긴
순박한 나뭇꾼에 비하여 여기 바다 청년의 넘친 사랑의 행복"이
샘나는 것인가. 어떻든 저는 무언가 좀 아쉬움이 있습니다.

온 가족과 더불어 즐거운 한가위 보내십시요. _()_
2005-09-16 14:25:50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강물처럼 2005-09-20 09:46:32

    동천님, 산야로님, 정도령복숭아님 넘 반갑습니다.
    저는 한가위 모처럼 시골을 많이 다녀 인제야 피씨앞에
    앉았습니다. 모두 즐거운 한가위 보내셨지요!

    모든 자농님들, 인제는 풍성한 수확만 남았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결실로 더욱 보람된 가슬이 되시길 빕니다.
     

    • 정도령복숭아 2005-09-16 22:57:38

      진한 감동이 가슴에 남네요
      글을 읽으며 끝부분이 장애자인줄 알았는데..
      진솔한 사랑 !!

      강물처럼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한가위 즐겁게 보내세요.
       

      • 산야로 2005-09-16 21:20:49

        정말 감동적인글 잘 읽었습니다. 저한테는 먼나라 얘기 같은가보네요 ㅎㅎ 강물 처럼님 가족과 함께 좋은 추석 되시길 빕니다 .  

        • 동천 2005-09-16 16:10:07

          감동적인 글입니다........아니 사랑입니다.......그러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겠죠......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아.....나도 그러한 사랑을.........^^*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24289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83285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87732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24212
          3548 죄 많은 여인네... -_-+ (5) 2005-10-26 7734
          3547 생명평화운동-준비모임에 다녀와서(펌글입니다..) (3) - 2005-10-26 6345
          3546 오늘 11시에 - 2005-10-26 5039
          3545 아름다운 당신에게 / 정유찬 (향기님 보이소~) (2) - 2005-10-26 5511
          3544 사랑은...... (3) - 2005-10-25 5287
          3543 혜림농원 방문기 - 사진.. (11) - 2005-10-24 5779
          3542 내가 본 미소애플님의 은일농장 (3) - 2005-10-24 5301
          3541 들깨 두드려 패기 ^^* (2) - 2005-10-24 5293
          3540 "들깨 터는 폼이 제법이네요!" (1) - 2005-10-24 5309
          3539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2) - 2005-10-24 5022
          3538 자연스러운 고들빼기 맛이 기대 됩니다 (4) 2005-10-24 5205
          3537 겨울이 오면 말벌은 뭘할까요? (7) - 2005-10-23 5282
          3536 일본은 나락을 이런 식으로 건조하더군요.... (7) - 2005-10-23 5341
          3535 일본은 나락을 이런 식으로 건조하더군요.... 2005-10-25 5914
          3534 어느 토요일의 잊지 못할 순간들 (11) - 2005-10-23 6297
          3533 어느 토요일에 겪은 잊지 못할 순간들..0000 (8) 2005-10-23 5367
          3532 애구 부러워라~~ (3) 2005-10-21 5603
          3531 지리산 숨결님~~ 문의드립니다 (1) - 2005-10-21 5582
          3530 동해의 아침 (5) - 2005-10-21 5930
          3529 당진 석문사과 파이팅~~~ (4) - 2005-10-21 6194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