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오빠와 저 이렇게 셋을 앉혀놓고 고향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아버님 연세가 79.
그동안 이렇게 장시간 앉아서 이야기를 듣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아버님은 6.25때 월남하신 분입니다 고향이 함흥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몇살에 왜 월남하셨는지 북의 가족상황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왜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님이 북쪽 상황에 대해서는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촬영한 동영상자료와 직접쓰신 편지가 북으로 간다네요
북쪽에 지금의 큰오빠보다 더 큰 50을 넘긴 오빠가 있다는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북에서 철도근무원 노동위원장을 하시다 내려오셨다네요 22살의 어린 나이에...
원하지 않게 개인의 모든것을 단절당하는 비극을 당하신거죠
이산가족이 되신 모든 분들이 그렇듯 정말 아무생각없이 잠깐 다녀오겠다고
손흔들고 돌아서서 그게 그렇게 이별이 되었다고 부모님과 동생들 이야기를 하시며
많이 흐느끼시는 모습을 뵈면서 역사속에서 내팽겨쳐진 '한 인간'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자식인 오빠와 제가 그 아픔을 알까요 부부로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님이 그 아픔을 알까요
그냥 그렇게 눈물로 가슴에 묻고 살아가실 수 밖에 없는 그리움과 회한이겠지요
이번 겨울에는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가자미 식혜를 글터님을 마구 쫄라서 만들어 드려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 위로가 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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