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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에 아버님께서
노래하는별 2005-09-22 15:19:05 | 조회: 5206



두 오빠와 저 이렇게 셋을 앉혀놓고 고향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아버님 연세가 79.

그동안 이렇게 장시간 앉아서 이야기를 듣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아버님은 6.25때 월남하신 분입니다 고향이 함흥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몇살에 왜 월남하셨는지 북의 가족상황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왜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님이 북쪽 상황에 대해서는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촬영한 동영상자료와 직접쓰신 편지가 북으로 간다네요

북쪽에 지금의 큰오빠보다 더 큰 50을 넘긴 오빠가 있다는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북에서 철도근무원 노동위원장을 하시다 내려오셨다네요 22살의 어린 나이에...

원하지 않게 개인의 모든것을 단절당하는 비극을 당하신거죠

이산가족이 되신 모든 분들이 그렇듯 정말 아무생각없이 잠깐 다녀오겠다고

손흔들고 돌아서서 그게 그렇게 이별이 되었다고 부모님과 동생들 이야기를 하시며

많이 흐느끼시는 모습을 뵈면서 역사속에서 내팽겨쳐진 '한 인간'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자식인 오빠와 제가 그 아픔을 알까요 부부로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님이 그 아픔을 알까요

그냥 그렇게 눈물로 가슴에 묻고 살아가실 수 밖에 없는 그리움과 회한이겠지요


이번 겨울에는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가자미 식혜를 글터님을 마구 쫄라서 만들어 드려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 위로가 되실까요?


2005-09-22 15: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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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6
  • 하리 2005-09-23 09:12:52

    참.. 슬픕니다.

    아직도 가족이 서로 얼굴도 못보고 살아야 할만큼의 상황인건지..

    전쟁 1세대가 살아있을때 자유롭게 오갈수 있어야 할건데 말이지요.
     

    • 문사철시서화 2005-09-23 01:48:40

      살면서 이산의 고통보다 더한 게 있을까요?
      결단코 없습니다.
      차라리 사별이 덜 고통스러운 것이지요.
      본인들은 얼마나 가슴이 메일까요....
       

      • 호두나무 2005-09-22 23:06:02

        아니 무시기 댓글이 본문보다 깁니꺄. 그나저나 여긴 다 삼팔따라지(?)들만 모였나봄돠. 저희 부모님들도 다 니북에서 넘어왔슴돠. 부모 모두 피양이고 어머니 말씀으로는 외가가 평양 선교리에서 김박사냉면집을 했다고 함돠. 어머니도 부천에서 한동안 평양손만두집 했거들랑요. 이거 또 댓글이 길어지네여. 음냐  

        • 글터 2005-09-22 22:07:12

          엄마는 황해도가 고향이고,
          아부지는 함흥이 고향이고...
          아, 당연히 할머니도 함흥이지...

          엄마는 '바위고개'를 흥얼거리셨다...
          아빠는 '울밑에 선 봉선화'를 흥얼거리셨고...
          삼팔선에 그어진 검은 줄 따라
          세 분이 하염없이 넘나들었을 그 고개를 따라
          오글오글 5남매도 덩달아 너울너울 넘나들었지.

          어린 날,
          세 분이 즐겨 드시느라 무에든 맹길기만 하믄
          모든 것이 다 이북 음식이라 여겼었지.
          제피가루 넣고 득득 갈아 들들 삶은 추어탕이 그랬고...
          울엄마만의 독특한 게장과 닭볶음이 그랬고...
          팥 끓여 단팥 만들어 툭~투욱~
          수제비처럼 뜯어넣어 버무린 개떡이 그랬고...

          그 무엇보다
          참가자미로 담근 식혜의 맛을 내내 잊을 수 없다.
          어느 해 겨울엔 가자미 아닌 동태로도 삭혀 동태식혜를 맹길곤 했던...

          세 해쯤 전까정은 그래도
          옛맛 되살려 삭혀 먹던 가자미식혜...
          별이 덕분에 올핸 참가자미 식혜 한 번 삭혀보자꾸나.

          여든 넘으신 울아버지
          당신 관리 넘 철저하여
          암에 걸렸어도,
          연세 많아 수술 불가하다 하여 약으로만 버티시다
          의사도 놀랄 만큼 자연치유 되어
          이젠 암이란 넘 저만치 물리치셨어도
          여든 훌쩍 뛰어넘은 세월의 더께는 어찌 감당하랴.

          그 옛날, 울아버지의 할머님이 주무시다 편안히 돌아가셨듯
          그렇게 담담하게 엄마 만나러 가시길 소원하는데
          무심한 울엄마는 소풍 한 번 안 오시누나...

          별이 아버님이나 울아부지나
          살아계신 동안은 그래도 천국이셨음... 싶다.
          못난 딸래미 그저 하루하루 염려와 걱정으로 일삼으시는데
          그 걱정이라도 덜어드렸음...싶다.

          아, 오늘밤 갈바람은 우째 이리도 삽상한 것이냐...
           

          • 참다래 2005-09-22 19:51:48

            별님 집안도 이산가족이군요...
            하루빨리 통일이 되마 좋을낀데...
             

            • 으아리 2005-09-22 15:45:21

              으악, 가자미 식혜라..,감동입니다.
              아버님이 북의 가족을 만나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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