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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순천만 허수아비 축제 견문록
호두나무 2005-10-03 21:02:09 | 조회: 4870


순천만 갯벌에 사는 짱뚱어.




순천만 갈대밭 첨봤슴돠. 별볼일 없더군여.
그렇지만 순천만 진흙탕, 아니 갯벌은 아님었슴돠.

지난 10월1일 토요일, 지리산 숨결님이 운전하는 디젤 프라이드 승용차를
타고 순천만에 가보았슴돠. 하동에서 약 1시간 걸렸슴돠.
후투티님이 진행하는 순천만 허수아비 들녘 축제를 보러가기 위해서였슴돠.

프로 사진가들이 모여든다는 갈대밭이 속물의 눈에는 그저 넓은 벌판에
빗자루감이 잔뜩 들어차 있다는 정도였슴돠. 그분들이 무얼 찍는다는건지 모르겠슴돠.
갈대밭은 황혼에 와야겠슴돠. 시뻘건 대낮에는 꽝임돠.
숨결님이 저 갈대로 지붕을 이으면 50년이 간다고 말해주었슴돠.
빗자루가 아니라 지붕이었슴돠. 쩝

그에 비해 갯벌은 달랐슴돠. 우선 때깔이 좋았슴돠. 회색 잿빛이었슴돠.
거기다가 무광이었슴돠. 광이 안났다는 말임돠. 무광에 잿빛...한술 더 떠
부드럽기까지 했슴돠. 실키하고 풍성한 촉감이 느껴졌슴돠.
발가벗고 들어가 온몸을 문대고 싶은 욕망이 들었슴돠.

짱뚱어 게들 천지였슴돠. 짱뚱어란 놈 사람들 소리가 나니까 뻘속에서 기어나와
눈알을 이리저리 돌리며 좋아라 춤을 추어대더군여. 짱뚱어 맛있다고들 하는데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갯벌에서 자라는 것을 보면 맛이 있을 것 같슴돠.



갯벌을 사랑하는 사람.


에~또 후투티님의 행사장은 바로 갯벌 옆(별량면 장산들녘)에 있었슴돠.
마이크가 왕왕거리고, 승용차들이 꽉 들어차 있었슴돠.
먹는 장사들이 또 진을 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들어서기가 싫더군여.

행사장 따라 허수아비 수백 개가 길가에 주욱 늘어서 있었슴돠.
논에 허수아비 하나만 달랑 있을 땐 낭만적인데 이렇게 사람옷을 입혀놓고
한자리에 모아놓으니까 정신 사납슴돠.
원래 허수아비 축제는 경기도 양평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슴돠.

그래도 축제는 축제니까 밝은 표정을 지으며 들어섰슴돠.
검은 신사복 입은 분들이 제각기 한마디씩 했슴돠. 시장, 시의회 의원,
농협 관련장들... 농민들은 플래스틱 의자에 앉아서 그분들의 말들을 다들어주었슴돠.
대단한 인내임돠. 잠시후 개막식 축하 시루떡을 잘랐슴돠.



순천만 허수아비축제 개막식. 시루떡을 막 자르려고 한다.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졌슴돠. 비를 피해 천막으로 자리를 옮겼슴돠.
그런데 갑자기 숨결님이 하객들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갔슴돠.
그리고 똑같은 속도로 천막으로 되돌아 왔슴돠. 숨결님 손안에 시루떡이 가득
들어있었슴돠. 천막 안에서 비를 바라다보며 떡을 맛있게 먹었슴돠.
호두나무로서는 감히 생각도 못했던 것임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 운운하는
속담이 실감났슴돠. 잘 먹었슴돠, 숨결님.

에~또 본부석에서 후투티님을 만났슴돠. 후투티님과 숨결님은 호두나무를
사이에 두고 앉아 한국의 농업과 쌀에 대해 걱정스런 얘기를 나누었슴돠.
그 사이에 앉아 있던 호두나무는 잠깐 졸았슴돠. 그러다 갑자기 눈이 떠졌슴돠.
누군가 방금 찐 인절미를 가져왔다고 했슴돠.

행사장에다 밥을 날라다 그 자리에서 떡을 친 것임돠.
보들보들하고 쫀득하고 끈적끈적하고 -이게 아닌데- 아무튼 대단한 맛이었슴돠.
쉽게 먹는 떡이 아니지 않습니꺄. 그 자리에서 떡을 친 떡...

후투티님이 숨결님 일행을 천막식당으로 안내해 팥국수와 묵, 동동주를 시켜주었슴돠.
음식값은 후투티님이 내주셨슴돠. 감솨함돠. 더는 시키지 않았슴돠.

숨결님은 주최측이 마련한 친환경 농산물 부스에서 커다란 호박을 하나 사서
머리에 이고 차로 돌아왔슴돠. 일행은 행사장을 빠져나오다가 눈에 익은 사람을 만났슴돠.
자연을 닮은 사람들에서 함께 일하는 찬비님이었슴돠.

혼자서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찬비님은 순천만 허수아비 축제장을 보고
악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가던 참이었다고 함돠.
찬비님, 아침 일찍 길을 나서 버스를 서너번 갈아타고 왔다고 함돠.
숨결님 일행 만난게 천만 다행임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찬비님은 애처롭게 보임돠.
자연을 닮은 사람들 의리 있고, 인정 많고, 본능에 충실하고, 자연처럼 순수함돠.

에~또 순천만 허수아비 축제 진행하던 후투티님의 바짝 마른 입술이 안타까웠슴돠.
순천시와 농협에서 수천만원을 들여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다섯번째라고 함돠.

10월1일 첫날은 개막식을 비롯해 사물놀이, 풍물놀이, 벼베기 경연, 허수아비
만들기 대회, 건강 달리기대회 등 아기자기한 행사로 가득 했슴돠.
이틑날인 10월2일엔 메뚜기 잡기, 새끼꼬기, 순천시민의 날 노래자랑 등이 열렸다고 함돠.
허수아비 전시는 10월5일까지 계속됩니다.
노래자랑 본선은 10월14일 있다고 함돠. 함 가봐야쓰겄슴돠.
순천만 허수아비들녘 축제, 모쪼록 아무 사고 없이 잘되기를 바람돠.


순천 여인. 허수아비 축제장 친환경 농산물 판매부스에서.
2005-10-03 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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