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시시콜콜한이야기... 나의 휴일....
찬비 2005-10-09 16:44:13 | 조회: 5094




제목 없음










































































글을 쓰는 이유가 뭘까 자주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냥 혼자 담아두면 될 말들, 생각들, 그런것들을 굳이 표현하고자 하는건, 나누고자 하는 하는건, 어떤 마음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마음조차 없어진다면 그건 어떤 것일지...

지난 주말의 기억들...
구례에 다녀왔습니다... 운조루 안채에서 보이는 사각하늘입니다.. 언젠가 운조루를 소개하는 tv다큐멘터리에서 그곳의 옛여인네들은 이 사각 하늘밖에는 거의 보지 못한채 살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여인네들에게는 숨막혔을 저 하늘.. 아니 어쩌면 그들에게는 저 하늘만이 숨통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례의 5일장....섬진강이 생각날때면 별 계획도 없이 구례에 오곤 했습니다. 섬진강의 흐름을 잘 몰랐던 그 때의 저에겐 그냥 구례가 섬진강이었습니다. 분명한 이유도 없이 나에겐 특별했던곳... 혹시 이시영이라는 시인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시인의 "사이"라는 시집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그래서 그 시집을 나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과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나의 이십대를 떠올리면 항상 생각나는 그 시인의 고향인 구례... 하지만 전 현실의 구례는 아직 제대로 만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악양 평사리에서 축제가 열렸습니다. 토지문학제...그래서 이번 주말엔 악양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이런저런 축제마당이 있었지만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아마 저것이 아닐런지....^^ 패러글라이딩과는 달리 모터같은 것을 달고 하늘을 윙윙 날아다니던 날것.. 그 때마다 사람들의 눈길은 하늘로 하늘로 향했습니다~~

이 날밤, 최첨판댁에서 정태춘춘박은옥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대학시절 집회장에서 몇번인가 보았던 정태춘... 그 노래를 이제, 그 때와는 다른 곳에서 다른 느낌으로 다시 듣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느날,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라는 벅찬 노래의 감동만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변함 없는 옷차림, 마른체구의 그, 거기에서 뿜어져나오는 목소리... 많이 들었던 노래인데도 이 가사들이 이렇게나 쓸쓸했던가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악양이 너무나 좋다고 올해 들어 벌써 다섯번이나 왔다고..짐싸서 아예 이리로 내려올지도 모르겠다는 그의 이야기들에 괜한 설레임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의 공연을 기다리는동안 차가운 날씨에 어찌나 떨었던지.. 공연이 끝나고 쏜쌀같이 자전거로 평사리 벌판을 가로질로 방으로 돌아왔던 것 또한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모처럼...어디에도 가지 않은 일요일.. 나를 위한 밥상을 차렸습니다.. 오랜만에 해본 요리.. 구례장에서 산 알토란으로 토란국을 끓이고 오솔길님께서 말씀하셨던 산초열매와 함께 지진 두부, 묵은 김치, 그리고 현미밥... 제철의 재료들을 가지고 요리를 할때면 너무나 행복합니다.. 함께 나누어 먹었으면 좋았을텐데... 소심한 성격탓에 망설이기만 했습니다... 좀더 자신이 생기면 그때는 여러님들을 저의 밥상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밥을 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하리님이 알려준 하동읍의 매암차박물관으로 가는길.. 꽃길이 참 예쁩니다.. 이것저것 오밀조밀하게 심겨져 있는 꽃밭..그리고 저 사진모퉁이의 제 자전거...
이 자전거가 이 곳에선 저의 고마운 발입니다..^^

몇번이나 이 앞을 지나쳤는데도 왜 들어가볼 생각은 들지가 않았을까요


차 박물관안의 녹차밭... 평사리들판에 이런 녹차밭이 있을줄은...
차 밭을 볼 수 있는 작은 정자..

나무로 만든 탁자.. 차한잔을 하고 싶었으나 축제탓인지 아무도 없었습니다.. 가지고 간 박남준 시인의 수필집을 읽으며 한번씩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박남준.. 숨결님께서 그렇게도 많이 말씀하시던... 자농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뽑아온 책....



박남준 시인이 책에서 어찌나 술 얘기를 많이 하던지... 오는길에 악양마트에 들러 막걸리를 한병샀습니다.. 전 일하다 먹는 막걸리한잔을 무척 좋아합니다.. 아마도 전 그 맛에 농사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평화로운 주말이 지나고 있습니다...


지난 밤 정태춘박은옥님의 공연에서 이원규 시인이 그러더군요..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고


돌이켜보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로 인해 이곳까지 왔습니다.
이젠 그 기억조차 그저 지난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때는 그 일자체가 슬픔이었고
지금은 그 절실함또한 그저 이렇게 잊혀지고 있다는 것이 슬픔입니다...
아마도 이곳에서 만난 분들,
누구의 가슴에나 그러그러한 슬픔들이 담겨있지 않을까 합니다..


행여 견딜만하면 오지 말라한 이곳에서 이렇게 만났으니까요..


삶에서 영원한 것은 무엇일까.. 막걸리 한잔에 담는 상념입니다...






2005-10-09 16:44:13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7
  • 늘푸른유성 2005-10-10 22:29:20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 합니다. 찬비님의 다음 휴일이 기다려 지는군요. 먹거리도 맘에 들고....  

    • 찬비 2005-10-10 14:51:16

      호두나무님... 탐내도 소용없어요~
      오돌님카메라는 이미 저하고 정들고 있는 중이니까....^^
       

      • 호두나무 2005-10-10 14:47:50

        정말 카메라 좋은 것 같아여. 그거 마빡 얼만큼 커여??????  

        • 하리 2005-10-10 13:23:55

          사진에 찬비님 성격이 고대로 나타나는군요.
          조용하고 안정감 있구 흐흐흐흐..

          같이 가자했던 정태춘 박은옥 역시 안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난 그런노래 들으면 왠지모를 서러움에 며칠 후유증이 생겨요.
          요즘은 걍 마냥 낭만적으로 살고 싶어서리.

          그나저나 그 밥상 언제 묵을수 있지비?
          우리는 언제건 부르기만 하면 콜이엽~!!
           

          • 지리산숨결 2005-10-09 20:42:57

            ㅎㅎㅎ
            막걸리 걸린 상념이 뭘까 아주 궁금해요.

            삶에서 영원하단건 없다는 것이 영원한거죠. ㅎㅎ
            좋은 것을 영원으로 짐착하면 항상 화가된것 같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다 그렇고 그런 콜콜한 얘기가 되는데,,,,

            오돌님 그 말씀은 맞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찬비님의 찬한 마음이 사진의 내공을 더하는것 같습니다.
             

            • 오돌 2005-10-09 18:18:09

              사진을 보니 카메라가 참 좋은 것 같네....  

              • 호두나무 2005-10-09 16:59:59

                찬비님 방구석에서 혼자 막걸리 마시고 있나여????? 배고파요. 밥상 차려줘여~~~~~~~~~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05770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60414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73299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01382
                3927 어제는.... (6) - 2005-12-04 6081
                3926 김장 해쑤미다요... (6) - 2005-12-04 6211
                3925 오늘 뭐하세요..? (4) 2005-12-04 6193
                3924 밤새 조용히 니러와서... (8) 2005-12-04 6220
                3923 혜림농원 안주인님 생일 축하 합네다아~~ (2) - 2005-12-04 6025
                3922 외갓집에 가고 싶다 (3) 2005-12-03 6209
                3921 사회를 감동시킨 유언장 (4) - 2005-12-02 6589
                3920 폐암에 좋은 약초 알고 싶습니다 (1) - 2005-12-02 6683
                3919 하눌타리뿌리,우엉뿌리,너삼, 율무쌀,질경이,소철잎, 대추.... (1) - 2005-12-04 7233
                3918 발을 다쳤습니다. (8) - 2005-12-02 6418
                3917 신장에 좋은 약초는? (7) - 2005-12-01 6710
                3916 샛별농원 자제창고 에 신입생 덜어 왔다 아임니꺼... (8) - 2005-12-01 5995
                3915 남편들이 아내를 위해 필요한 말들 (9) - 2005-12-01 6103
                3914 표정이 끝내 주는군요. ^^; (9) - 2005-12-01 5937
                3913 표정이 끝내 주는군요. ^^; (1) 2005-12-03 5739
                3912 아직은 부족하지만 이런 희망이고 싶습니다 ^^ (1) - 2005-11-30 6309
                3911 나무보일러 설치기 (6) - 2005-11-30 6478
                3910 12월의 엽서 - 이 해인 (1) - 2005-11-30 5919
                3909 [펌]11월15일 여의도 농민집회 - 2005-11-30 12016
                3908 저도 땀흘려 일하는 농업인이 되고 싶어요... (2) - 2005-11-30 6001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