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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우포늪에서 있었던 일들...
호두나무 2005-10-09 22:35:14 | 조회: 5397




우포늪을 보러 부산에서 온 초등학생들.


요즘도 초등학교에 자연 과목이 있는가 모르겠슴돠.
그 자연 공부라는 거 우포늪 한번 갔다오면 끝임돠.
머 없는게 없더군여. 온갖 식물, 곤충, 조류, 어류, 패각류, 양서류 등등...
한상 잘 차려놨슴돠. 그나저나 우포라는 말 늪과 참 잘 어울림돠.

에~또~ 기리니끼니 이게 무슨 야그인가 하면 말임돠.
지난 토요일(10월8일) "자연을 닮은 사람들" 번개가 우포늪에서 있었슴돠.
이 날 오전 9시, 지리산숨결님을 비롯 "자연을 닮은 사람들" 일행은
경남 하동 악양을 출발, 승용차로 진주-문산-함안을 거쳐 창녕 우포늪
넓다란 주차장에 도착했슴돠. 2시간 남짓 걸렸슴돠.

전국에서 온 많은 늪매니아들이 디카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던게 아니고
아무도 없었슴돠. 신선님 혼자 배낭 하나 달랑 매고 서 있었슴돠.

해서 단촐한 일행은 지리산숨결님을 앞세우고 우포늪으로 서서히 빠져들어갔슴돠.
발목-허리-어깨 그 다음 머리까지 늪으로 빨려들어가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평사리논보다 조금더 넓고 물이 고여 있는 논길을 걸었슴돠.

미류나무가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는 시골길을 5분여 정도 걸어내려가자
왼편에 전망대라고 알려주는 이정표가 나왔슴돠. 수백개의 가파른 나무 계단을
간신히 걸어올라가 전망대 안으로 들어갔슴돠. 에어컨이 켜 있었지만 더웠슴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우포늪은 길게 늘려놓은 파노라마 같았슴돠.
마치 노르망디의 독일군 초소같았슴돠.
돈 넣고 망원경으로까지 볼 풍경은 아니었슴돠. 젠장~

약간 실망스런 맘으로 전망대를 나와 비탈진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왔슴돠.
일행은 왼쪽으로 난 길을 계속 걸었슴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때마다
우포늪의 속살이 서서히 드러나더군여. 노랑어리연꽃, 부들, 생이가래, 가시연...
읽기도 힘든 수서 식물들이 물위를 가득 메웠슴돠.
청둥오리떼가 일행을 반기듯 물살을 튕기며 하늘로 날아올랐슴돠.

아무리 봐도 지루하지가 않았슴돠.
역시 "원시숨결 가득한 자연생태계의 보고"라는 수식어가 실감났슴돠.
여기서 잠깐 우포늪에 대한 개요를 말씀드리자면 그게 그렇슴돠.




우포늪 수문에 있는 이끼. 시멘트로 만든 수문이 기이한 느낌을 주었다.


에~또 우포늪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자연내륙습지로 창녕군 유어면과 이방면,
대합면과 대지면 4개의 행정 구역에 걸쳐 있다고 함돠. 1997년 환경부에 의해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국제적인 물새 서식처로 등록되었다고 함돠.
면적은 약 854헥타르이고 물을 담고 있는 면적은 약 231헥타르 정도임돠.
동행한 일본인이 "일본에는 이런 늪이 없다'고 말했슴돠.

왜가리 한마리가 모가지를 철사처럼 구부러뜨리고 늪 한가운데 한발로
떡 버티고 서서 미동도 하지 않았슴돠. 그 주변으로 논병아리, 가창오리, 물닭 등
수십종류의 늪새들이 시골 국도변에 널어놓은 콩알처럼 퍼져있었슴돠.
숨결님 왈 "자세히 보면 엄마오리, 새끼오리, 작은 오리, 큰오리가 있어여"

일행이 걸어가는 소로의 왼편에는 억새풀, 오른편에는 갈대가 코스모스처럼
한들거렸슴돠. 자연을 닮은 사람들 포토난에 격조 높은 사진을 선보이는 다리님은
얼굴에서 디카를 뗄 줄 몰랐슴돠. 들꽃향기님도 일본에서 구입했다는
값비싼 디카의 셔터를 눌러댔슴돠. 호두나무도 마빡 없는 디카를 자주 꺼내들었슴돠.

늪 가까이 다가가면 물땡댕이, 게아재비, 장구애비, 소금쟁이 등이 도망갔슴돠.
연꽃을 손으로 헤쳐보면 맑은 물속에 논우렁이, 물달팽이 등이 보였슴다.




우포늪 수문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일행들. 우포늪 물은 줄지도 늘지도 않는다고 한다.


12시 조금 넘은 시각, 일행은 커다란 바위와 이끼 낀 수문 앞에 도착했슴돠.
점심 먹기 딱 좋은 장소였슴돠. 널찍하고 서늘하며...분리수거용쓰레기통이 있었슴돠.
사가지고 온 김밥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었슴돠. 신선님이 가져온 감으로
후식을 했슴돠. 신선님 농장 감은 당도가 높고 탄닌 성분도 알맞아 뒷맛이 개운했슴돠

배가 적당히 부른 일행은 부들, 줄, 갈대, 골풀 등으로 뒤덮힌 풀밭을 걸었슴돠.
갈대 사이에 새집들이 여기저기 매달려 있었슴돠.
알이 없는 새집을 찾아 손안에 담았슴돠. 연한 갈대잎으로 가운데를 비워놓고
실타래처럼 말아놓았슴돠. 가볍고 부드러웠슴돠. 생명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듯했슴돠.




갈대숲 사이에 있는 새집. 깃털처럼 가볍고 부드럽다.


옆으로 누운 골풀들이 스폰지 역할을 해 걷는데 푹신푹신했슴돠.
앞서가는 일행이 술렁댔슴돠. 첨 보는 신기한 열매를 발견한 것임돠.
덩쿨처럼 얽혀있는 잎과 줄기 사이에 도토리처럼 뚜껑이 달린 열매가 매달려
있었슴돠. 플래스틱 느낌이 강했슴돠.

아무도 꽃 이름을 몰랐슴돠. "걸어다니는 식물도감" 으아리님조차
모른다고 함돠. 열매를 반으로 툭 자르자 속에 까만 씨 두개가 포개져 있었슴돠.
누군가가 "까지다만 거시기"라고 해 다덜 웃었슴돠.
속은 아나더 거시기 같다고 해 또 한번 다덜 푸헤헤헤하고 웃었슴돠.




아무도 이름을 모르는 정체불명의 열매. 겉과 속이 거시기 닮았다고들 해 웃었다.


처음 보는 꽃과 풀들을 들여다 보고, 사진을 찍으며 2시간 여를 걷다보니
어느새 우포늪의 가장자리까지 왔슴돠. 우포늪은 크게 네곳으로 나뉨돠.
가장 큰 우포늪을 비롯해, 지름이 1미터가 넘는 가시연이 있는 목포늪,
물옥잠 군락이 있는 사지포늪, 오리의 휴식공간 쪽지벌 등이 그것임돠.

일행은 목포늪까지 전진할까 망설이다가 "그 늪이 그 늪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돌아섰슴돠. 호두나무와 별님, 다리님, 코스모스님 등 마티즈를
타고온 팀은 곧장 고속도로를 타고 하동으로 돌아왔슴돠. 오후 5시가 훨 넘었슴돠.
숨결님 일행은 진주 유등제에 들러 가수 남진의 노래를 다 듣고 밤늦게 돌아왔슴돠.

사람들은 우포늪 경치가 아름답다고들 엄살을 떰돠. 찍어놓은 사진들도 근사함돠.
그러나 실제 우포늪 풍경은 그렇게 호들갑 떨 정도로 아름답지도,
사진처럼 근사하지도 않슴돠. 색깔도 화려하지 않슴돠. 누런 갈색톤임돠.




우포늪. 우포늪에는 생이가래, 자라풀 등이 자라고 있다.


그렇지만 우포늪은 살아서 움직이는 풍광임돠. 생명체임돠. 그래서 우포늪인 것임돠.
우포늪은 전체 보다는 부분이 더 매력 있슴돠. 가까이 숨죽이고 들여다보아야 함돠.

우포늪에서 딱 한가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담배불을 버리지 말자...는 말이 아니라
전망대에 오르지 말라는 것임돠. 늪을 따라 걸으면서 늪속을 돋보기로 봐야 함돠.
그래야 우포늪의 진가를 느낄 수 있슴돠. 증말임돠.

이상 우포늪 번개 스케치 끄으읕 피휴우~
2005-10-09 22: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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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2
  • 하리 2005-10-10 13:33:32

    진짜 망원랜즈 같은게 있으면
    새들 노는 모습도 보고 참 좋겠다 싶었어용.

    근디 뚜껑덩굴이라.. 이름도 재미있네엽 ^^
    뚜껑따면 2개의 수세미 씨 비슷한 까만씨가 두개 들어있지요.
     

    • 으아리 2005-10-10 09:56:04

      첨 보는 놈이라 당혹스러웠습니다,
      돌아와 도감을 찾아보니 '뚜껑덩굴'이란
      이름을 가진 놈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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