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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양석준박사의마케팅이야기
오솔길 2005-10-11 15:50:09 | 조회: 6276


















양석준박사의마케팅이야기
'초란'의 진정한 가치
2005-10-4





헐값에 팔릴 뻔했던
작은계란
구하기 힘든
'귀한 음식'으로
4배나 더 비싸게
인기리 판매
'상품 가치'
제대로 알린 덕분

“이 계란은 알이 작아 소란(小卵)이라고 한답니다. 예전에는 초란이라고도 했지요. 양계장에 닭을 새로 들여놓으면 며칠 이렇게 작은 알을 낳는답니다. 좀 작기는 하지만 팔기는 팔아야 해서요. 한판에 980원에 팔면 이벤트도 될 것 같은데, 좀 팔게 해주세요”

7년전 여름, 필자가 근무하는 할인점에 계란을 납품하시는 분께서 처음 보는 조그마한 계란을 한판 들고 오셨다. 정말 작은 계란이었지만 당시 한판에 2400원(특란 기준) 하던 계란 값을 생각해볼 때 이벤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틀 뒤부터 판매할 수 있도록 전산작업을 해드렸다.

그런데 그 날 저녁, 흥미로운 사건이 일어났다. 옆 부서 부장님이 지나가다 필자 옆에 놓인 계란을 보시더니 "어!, 이거 혹시 초란 아니냐?"며 반색을 하시는 것이 아닌가 “초란은 정력에 좋다고들 하는데, 몰랐냐?”며. 서울서 자랐기 때문이지 몰라도, 초란이라는 계란을 그때 처음 봤는데 어떻게 알겠는가. 아무튼 다른 사람들도 아는지 궁금해 전화로 확인해봤더니, 20-30대는 잘 모르고 40대 이후의 분들은 거의 모르는 분들이 없었다. 예로부터 귀한 음식이라 남편한데도 안주고 아들만 주는 음식이라고들 하셨다.

대학원 때 전공했던 마케팅 개념을 활용할 때다 싶어 바로 납품하시는 분께 전화를 드렸다. 납품 계획중인 계란 700판을 모두 구매하겠으니, 필자가 무슨 일을 하든 보고만 계시라고. 그리고, 판매 가격은 980원이 아닌 3,980원으로 정했다. 판매장소는 강남지역의 2개 매장. 매장엔 다음과 같은 내용의 POP(판매장 주변의 디스플레이류 광고)을 붙였다.

“이 계란은 닭이 알을 처음 낳기 시작한 후 일주일 정도 낳는 알로 예전에 초란으로 불리우기도 했습니다”

판매가격을 예정보다 4배 넘게 올린 700판의 초란은 단 이틀만에 다 팔렸고, 매장에서는 더 구매하려는 고객이 상당수 있으니 계속 공급해 달라는 보고가 올라왔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왜 계란을 납품하시는 분은 싸게 팔려고 했고, 값을 비싸게 올렸는데도 고객은 적극적으로 구매에 나섰을까?

만일 예정대로 한판에 980원에 판매했으면 납품하시는 분은 싸게라도 다 팔았다며 좋아하셨을 것이고, 고객들은 싼 맛에 계란을 사 드셨을 것이다. 다만, 계란이 너무 작아 좀 불편하다고 생각하면서 계란 요리를 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한판에 3,980원인 초란을 사갔던 고객들은 귀한 초란을 구했다고 기뻐하며, 계란을 구매해 가셨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초란임을 알려주며 식구들에게 나눠주었을 것이다. 어쩌면 “남편한데도 주지 않고 아들한데만 주는 귀한 음식”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3,980원을 주고 구매하신 분들은 그 가격보다 초란의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해 초란을 구매해간 것이다.

'작아서 좀 불편하지만 싼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과 귀한 초란을 오랜만에 구매해 식구들을 건강하게 해줄 수 있는 것' 과연 어느 쪽이 고객을 성공시켰던 것일까

고객들은 상품의 절대적인 가격만을 가지고 "싸다/비싸다"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그 상품이 지닌 '가치'에 비해 싼지 비싼지를 따질 뿐이다. 한판에 980원에 내놓겠다고 했던 그 분은 초란의 '가치'를 찾지 못했거나, 혹은 그 가치를 소비자가 알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싸게 팔려고 했던 것이었고, 필자는 계란의 '가치'를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했기 때문에 비싸게 팔 수 있었던 것이다.

삼성은 애니콜을 '저렴하게' 공급하지 않는다. 삼성은 자신들이 가진 휴대전화의 장점을 최대한 고객에게 전달하고, 고객이 그 장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제값'을 받는다. 가격이 비쌈에도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인식되고 있고 한국내 시장 점유율 1위다.

휴대폰보다 훨씬 소중한 자산이자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농업도 이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 '저렴한 값'이 아닌 '제값'을 받는 작업을 빨리 해나가야 한다.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농민들도 스스로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깨달아야 하며, 농관련 종사자들도 우리 농산물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는 방법과 그 가치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그래서, 이제는 980원짜리 작은 계란 한판이 아닌 3,980원짜리 건강 한판을 공급하는 농업으로 변화해야 한다.


* 이 글을 쓴 양석준 박사는 서울대 농화학과 90학번 출신으로 마그넷(현 롯데마트)에 입사하여 신선식품 바이어를 하면서 현장 실무를 익혔고 현재는 경영학(마케팅) 박사 과정을 마치고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에서 <유통기관경영론>을 강의하고 있다.







제1797호/ 농기자재/ 기자

2005-10-11 15: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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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
  • 그모산 2005-10-12 00:05:28

    요즘은 마케팅을 잘해야디요
    똑 같은 거라도 ..
    근디 마케팅을 전공한 사람은 항상 그러죠(저도 마찬가지..)
    잘 팔린 물건은 마케팅 논리에 어쩌고 저쩌고 잘 맞고
    잘 안팔리는 물건은 그것도 마케팅 논리에 안맞아서 어쩌고..
    이미 지난 것은 때려 맞추면 모든 것이 논리에 맞죠
    다가올 것은 마찬가지로 잘 모르는 것이지만
    고객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중요한 마케팅이겠죠...아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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