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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강원도 통신] 단풍보다 붉은 사람
오돌 2005-10-12 21:27:21 | 조회: 5417




강원도로 첫 취재를 가는 날입니다.


산등성을 가로 지르며 뚫린

대구에서 춘천가는 중앙고속도로는 가을을 흠뻑 담고 있습니다.


산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로 뚫린 안동에서 풍기 가는 길은

차가 푸른 하늘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풍기를 지나니 소백산이 길 앞을 가로 막습니다.

순간 차가 소백산 왼쪽 가슴을 파고듭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터널이라고 하지요.


소백산 심장을 뚫고 나서니 단양.

산봉우리 위론 단풍이 점령해 마을로 남하할 준비를 합니다.


단양 휴게소에 차를 멈추니 붉은 단풍이

가슴을 쥐어 뜯는 것 같습니다.


가을을 인생의 노년에 비유하는데,

가을은 삶의 최절정이라는 것을 심장을 드러내며 시위하고 있습니다.


가장 젊음을 뜨겁게 아낌없이 바치며 떨어지는

저 단풍이야 말로 가장 젊지 않을까





오늘 원주에 사시는 자농삼님과 나무신장님을 만났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얼굴엔 흐뭇함이

가슴엔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인삼농사를 아는 사람은 인삼을 안 먹는다지요.

인삼이 농약 덩어리라고.

그 고정관념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깬 자농삼님의 인삼 사랑,

무슨 일이 있어도 토종과실로 승부를 걸겠다는 나무신장님의 집념.

두 분의 눈에 자연 농업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그보다 자농삼님과 나무신장님의 아내를 보며

저는 두 분의 미래의 밝음을 알았습니다.

"제 신랑은 인삼밖에 몰라요.

취직을 하라고 해도 하지 않아요.

술이 취해 꾸벅꾸벅 졸면서도 농사일기를 써요.

맨 날 똑같은데, 멀 쓸게 있다고."



말과 다르게, 자농삼님의 인삼 상당분을 직장에서 직접 파시는 아내가 있기에

그 어려운 무농약 인삼에 도전 할 수 있을 겁니다.


나무신장님의 아내는 함께 꽈리 고추랑 산머루를 재배하시다

얼마 전부터 돈을 벌러 나섰답니다.


"여보 돈을 내가 어찌 하든 벌테니 당신 아무 걱정 말고 농사만 지어."


귀농자의 어려움을 부부의 사랑으로 극복해 가는 두 분의 가정을 보며

눈물 겹도록 행복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기사로 올릴 예정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길을 나선 나를 꾸짖고 채찍질하는 삶의 이야기 속에

내 마음 너무도 묵직해 잠 이루지 못할 밤입니다.


낮에 본 붉은 단풍에

자지러질 것 같습니다.


내일 홍천에 안셀모님 만나러 갑니다.

2005-10-12 21: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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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2
  • 오돌 2005-10-13 22:21:14

    그러찬아도 미시령 깜깜 밤 중에 넘어 오느라 바지에 오줌이 축축이 젖었답니다.  

    • 차(茶)사랑 2005-10-13 21:35:17

      오돌님 삼뿌렝이 가꼬 오시먼 우리집이까정 배달해주실거죠..
      자농삼팜님 어떤삼뿌렝이를 주셧을꼬?
      궁금허네요...
      기다려지네요그랴..

      강원도...
      제가 농협에있을때 영업을 했는디 그때 강원도를 한달에 한본썩돌았지요 봄부터 겨울까정,강원도는 억시로 크고 길도꼬부랑길이고 산이 만터만요..그런디 강원도 황태맛은 직이더만요...

      아~~강원도 함가고잡네요...
      취재잘허시고 조심허니 니러오씨요...
       

      • 오돌 2005-10-13 21:08:41

        강원도에 와서 돈 좀 잘 버는 농부 만나는게 소원인데, 아, 제 빈 주머니가 원망스러네요.....  

        • 호두나무 2005-10-13 17:13:03

          오돌님 오바센스 아닙니꺄. 거 머 단풍잎 첨 봅니꺄. 호들갑을 떨고 그러세여. 거 남자 가슴 함부로 쥐어짜면 안됨돠. 으이그 요즘 머스마들 넘 야게서리...  

          • 노래하는별 2005-10-13 15:16:22

            오우~ 돌님 멋집니다 붉은단풍과 파란하늘의 강렬한 빛깔이...  

            • 찬비 2005-10-13 13:12:28

              가슴을 쥐어뜯는것 같다..자지러질 것 같다.. 흑흑..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마구마구 파고들어오시네요... 오돌님~ 뜨거운 가을단풍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세요 ^^  

              • 으아리 2005-10-13 10:39:15

                많은 보따리 기대됩니다.., 오가는 길 조심하시고^^  

                • 하리 2005-10-13 09:15:35

                  아침부터 감덩을 주시네엽.

                  강원도 돌아댕기니라 수고 많으심다 ^-^
                   

                  • 지리산숨결 2005-10-12 22:13:22

                    글을 읽는 순간
                    저도 눈물이 쏫아질듯했습니다.
                    님들이 함께하니 진정, 더욱 따뜻함이 시작되는 것 같아
                    참 좋습니다. 드뎌, 자농삼님을 만나셨군요.
                     

                    • 오돌 2005-10-12 21:57:42

                      취재가 아니라 공부합니다. 글고 자농삼님이 차사랑님 드리라고 삼뿌리를 주셔서 가져갑니다. 택배비 준비 하시구요. 암튼 이야기 듣는 것에 빠져 기사 쓰기가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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