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강원도 통신] 단풍보다 붉은 사람
오돌 2005-10-12 21:27:21 | 조회: 5435




강원도로 첫 취재를 가는 날입니다.


산등성을 가로 지르며 뚫린

대구에서 춘천가는 중앙고속도로는 가을을 흠뻑 담고 있습니다.


산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로 뚫린 안동에서 풍기 가는 길은

차가 푸른 하늘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풍기를 지나니 소백산이 길 앞을 가로 막습니다.

순간 차가 소백산 왼쪽 가슴을 파고듭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터널이라고 하지요.


소백산 심장을 뚫고 나서니 단양.

산봉우리 위론 단풍이 점령해 마을로 남하할 준비를 합니다.


단양 휴게소에 차를 멈추니 붉은 단풍이

가슴을 쥐어 뜯는 것 같습니다.


가을을 인생의 노년에 비유하는데,

가을은 삶의 최절정이라는 것을 심장을 드러내며 시위하고 있습니다.


가장 젊음을 뜨겁게 아낌없이 바치며 떨어지는

저 단풍이야 말로 가장 젊지 않을까





오늘 원주에 사시는 자농삼님과 나무신장님을 만났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얼굴엔 흐뭇함이

가슴엔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인삼농사를 아는 사람은 인삼을 안 먹는다지요.

인삼이 농약 덩어리라고.

그 고정관념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깬 자농삼님의 인삼 사랑,

무슨 일이 있어도 토종과실로 승부를 걸겠다는 나무신장님의 집념.

두 분의 눈에 자연 농업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그보다 자농삼님과 나무신장님의 아내를 보며

저는 두 분의 미래의 밝음을 알았습니다.

"제 신랑은 인삼밖에 몰라요.

취직을 하라고 해도 하지 않아요.

술이 취해 꾸벅꾸벅 졸면서도 농사일기를 써요.

맨 날 똑같은데, 멀 쓸게 있다고."



말과 다르게, 자농삼님의 인삼 상당분을 직장에서 직접 파시는 아내가 있기에

그 어려운 무농약 인삼에 도전 할 수 있을 겁니다.


나무신장님의 아내는 함께 꽈리 고추랑 산머루를 재배하시다

얼마 전부터 돈을 벌러 나섰답니다.


"여보 돈을 내가 어찌 하든 벌테니 당신 아무 걱정 말고 농사만 지어."


귀농자의 어려움을 부부의 사랑으로 극복해 가는 두 분의 가정을 보며

눈물 겹도록 행복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기사로 올릴 예정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길을 나선 나를 꾸짖고 채찍질하는 삶의 이야기 속에

내 마음 너무도 묵직해 잠 이루지 못할 밤입니다.


낮에 본 붉은 단풍에

자지러질 것 같습니다.


내일 홍천에 안셀모님 만나러 갑니다.

2005-10-12 21:27:21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12
  • 오돌 2005-10-12 21:36:34

    가을 단풍을 악양 식구들에게 미리 보냅니다.  

    • 차(茶)사랑 2005-10-12 21:48:47

      오돌님 좋은취재허고 오십시요...  

      • 오돌 2005-10-12 21:57:42

        취재가 아니라 공부합니다. 글고 자농삼님이 차사랑님 드리라고 삼뿌리를 주셔서 가져갑니다. 택배비 준비 하시구요. 암튼 이야기 듣는 것에 빠져 기사 쓰기가 어려울 듯.....  

        • 지리산숨결 2005-10-12 22:13:22

          글을 읽는 순간
          저도 눈물이 쏫아질듯했습니다.
          님들이 함께하니 진정, 더욱 따뜻함이 시작되는 것 같아
          참 좋습니다. 드뎌, 자농삼님을 만나셨군요.
           

          • 하리 2005-10-13 09:15:35

            아침부터 감덩을 주시네엽.

            강원도 돌아댕기니라 수고 많으심다 ^-^
             

            • 으아리 2005-10-13 10:39:15

              많은 보따리 기대됩니다.., 오가는 길 조심하시고^^  

              • 찬비 2005-10-13 13:12:28

                가슴을 쥐어뜯는것 같다..자지러질 것 같다.. 흑흑..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마구마구 파고들어오시네요... 오돌님~ 뜨거운 가을단풍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세요 ^^  

                • 노래하는별 2005-10-13 15:16:22

                  오우~ 돌님 멋집니다 붉은단풍과 파란하늘의 강렬한 빛깔이...  

                  • 호두나무 2005-10-13 17:13:03

                    오돌님 오바센스 아닙니꺄. 거 머 단풍잎 첨 봅니꺄. 호들갑을 떨고 그러세여. 거 남자 가슴 함부로 쥐어짜면 안됨돠. 으이그 요즘 머스마들 넘 야게서리...  

                    • 오돌 2005-10-13 21:08:41

                      강원도에 와서 돈 좀 잘 버는 농부 만나는게 소원인데, 아, 제 빈 주머니가 원망스러네요.....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24335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83406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87850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24362
                      3879 드디어 "유기재배"인증을 받았습니다 (13) 2005-11-20 6185
                      3878 자연농업 농산물 품평회를 마치고 (5) - 2005-11-19 6103
                      3877 우리 부부야? 웬수야? (4) - 2005-11-19 11146
                      3876 체.체.체 그속에 사는 우리... (3) - 2005-11-18 5959
                      3875 기다림이... (2) - 2005-11-18 14297
                      3874 고진하 목사님(자닮 연재시인)의 책이 나왔습니다. (1) - 2005-11-18 7152
                      3873 신비로운 물의 세계!! (4) - 2005-11-18 5932
                      3872 올 겨울 내내 먹을 곶감을 준비했답니다 (2) - 2005-11-18 5468
                      3871 품평회 특별상 수상 (4) - 2005-11-18 5481
                      3870 감고을 싱싱일요일프로에 방영 (4) - 2005-11-18 5581
                      3869 며칠 달이 훤~ 했습니다. (5) - 2005-11-18 5606
                      3868 며칠 달이 훤~ 했습니다. (1) 2005-11-20 5544
                      3867 봤십니데이~ 맘에 듭니데이~ ^^;; - 2005-11-22 8335
                      3866 기본연찬 카풀요청...하동에서출발.. (2) - 2005-11-17 5918
                      3865 농부로 살아간다는 것 (4) - 2005-11-17 6076
                      3864 행복하세요 ^^ (3) - 2005-11-17 5744
                      3863 아무 말도 없이 (4) - 2005-11-17 9536
                      3862 농민은 같은 농민인데 (4) - 2005-11-16 5587
                      3861 저희 홈페이지 사진과 내용을 도둑맞았습니다ㅠㅠ (5) 2005-11-16 6979
                      3860 관련 업체에 연락 했습니다. (1) - 2005-11-17 11294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