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로 첫 취재를 가는 날입니다.
산등성을 가로 지르며 뚫린
대구에서 춘천가는 중앙고속도로는 가을을 흠뻑 담고 있습니다.
산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로 뚫린 안동에서 풍기 가는 길은
차가 푸른 하늘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풍기를 지나니 소백산이 길 앞을 가로 막습니다.
순간 차가 소백산 왼쪽 가슴을 파고듭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터널이라고 하지요.
소백산 심장을 뚫고 나서니 단양.
산봉우리 위론 단풍이 점령해 마을로 남하할 준비를 합니다.
단양 휴게소에 차를 멈추니 붉은 단풍이
가슴을 쥐어 뜯는 것 같습니다.
가을을 인생의 노년에 비유하는데,
가을은 삶의 최절정이라는 것을 심장을 드러내며 시위하고 있습니다.
가장 젊음을 뜨겁게 아낌없이 바치며 떨어지는
저 단풍이야 말로 가장 젊지 않을까
오늘 원주에 사시는 자농삼님과 나무신장님을 만났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얼굴엔 흐뭇함이
가슴엔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인삼농사를 아는 사람은 인삼을 안 먹는다지요.
인삼이 농약 덩어리라고.
그 고정관념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깬 자농삼님의 인삼 사랑,
무슨 일이 있어도 토종과실로 승부를 걸겠다는 나무신장님의 집념.
두 분의 눈에 자연 농업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그보다 자농삼님과 나무신장님의 아내를 보며
저는 두 분의 미래의 밝음을 알았습니다.
"제 신랑은 인삼밖에 몰라요.
취직을 하라고 해도 하지 않아요.
술이 취해 꾸벅꾸벅 졸면서도 농사일기를 써요.
맨 날 똑같은데, 멀 쓸게 있다고."
말과 다르게, 자농삼님의 인삼 상당분을 직장에서 직접 파시는 아내가 있기에
그 어려운 무농약 인삼에 도전 할 수 있을 겁니다.
나무신장님의 아내는 함께 꽈리 고추랑 산머루를 재배하시다
얼마 전부터 돈을 벌러 나섰답니다.
"여보 돈을 내가 어찌 하든 벌테니 당신 아무 걱정 말고 농사만 지어."
귀농자의 어려움을 부부의 사랑으로 극복해 가는 두 분의 가정을 보며
눈물 겹도록 행복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기사로 올릴 예정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길을 나선 나를 꾸짖고 채찍질하는 삶의 이야기 속에
내 마음 너무도 묵직해 잠 이루지 못할 밤입니다.
낮에 본 붉은 단풍에
자지러질 것 같습니다.
내일 홍천에 안셀모님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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