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을 넘어 동해안으로 가는 길
멀리 보이는 단풍이 내 마음 안타깝게 합니다.
차를 버리고 산으로 달려가고 싶은데
마음 뿐,
어두워진 고갯길에 내 발은 악세레다를 힘껏 밟습니다.
양양 낙산에서 맞이하는 밤
밤바다엔 도시에서 별을 찾지 못한
숱한 사람들이 술에 취해 어슬렁거리며
별 대신
잃어버린 꿈을 밤 바다 위로
밤하늘로 폭죽을 터뜨리며 울고 있습니다.
자정을 넘기니 안셀모님 댁에서 먹은 점심이
꺼져가고 배가 고파옵니다.
컵라면과 맥주 한 깡통을 사다
낙산 모래사장에 앉습니다.
컵라면은 남기고
맥주는 비웁니다.
웰컴 투 동녘골
강릉시 옥계면 장수리 동녘골
그곳엔
동막골 사람들보다 더 맑고 깨끗한 자농회원님이 계십니다.
두 분이 동녘골에 자리잡고
도룡뇽이 살아나고
청개구리들이 찾아왔답니다.
백년 된 흙집을 그대로 살리고
마당엔 대추나무가 익어가는 집.
풀과 배추가 고랑과 고랑을 사이에 두고 가지런히
어울려 사는 곳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우리 자농 회원들은 한식구잖아요."
나를 친자식처럼 반겨주시는 모습에
마음을 한순간에 내 보여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강원도 골짝골짝에
나를 반기고 자농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자연농업의 길
외롭지 않은 행복의 길입니다.
풀과 싸우기보다는 어우러져 사는 법을 깨우치고
흙을 죽여 돈을 벌기보다는
흙을 자연의 모습으로 되돌려 주며 살아가는 모습
동녘골을 떠나 대관령을 넘는 길 내내
붉은 단풍으로 내 눈 앞에 어른거립니다.
자농삼님의 홍삼액
나무신장님의 낙지전골
안셀모님의 자연 밥상
박민서님의 귀농의 고집스런 눈빛
그리고 동녘골님의 삶은 밤의
고소함 뱃속에 담아
달린 천릿길
지치 지도
지칠 수도 없는
멈추지도
멈출 수도 없는
사랑으로 피어나는 길
아름다움 흐드러지는 길
사람이 자연에 묻혀버린 길
아
정다운 길에 피어 난
자연 농업 농사꾼의
땀이 이슬보다 초롱하게
단풍보다 뜨겁게
찰옥수수보다 찰지게
열매 맺어 가는 길 입니다.
강원도 회원님들 다 찾아뵙지 못하고 돌아 와
미안하고 죄스럽네요.
달려갑니다.
돌 돌 돌
바위가 닳아져
돌멩이가 되고
모래알 될 때까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