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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어느 홀애비의 멜랑꼬리한 주말 보내기
호두나무 2005-10-17 23:28:17 | 조회: 5697



남해 미조항. 한낮에는 한가함돠. 멸치 보러 갔다가 멸치대가리도 구경 못했슴돠.

지난 주 토요일 기리니끼니 10월15일 이네여.
혼자였슴돠. 아주 철저히 혼자였슴돠.
오전에 자연농업센터 현관에 의자를 갖다놓고 앉아
가을 햇살 아래서 거울을 보며 콧쉐엠이를 다듬었슴돠.

그리고 나서 센터를 걸어나와 자그만 시골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하동으로 나갔슴돠.
하동에 온지 2개월에 다돼가는 데도 남해 코빼기도 못봐 큰맘 먹고
사또 행차여...가 아니라 바다 바람 좀 쐬고 오리라는 생각에서였슴돠.

남해가는 버스를 찾았지만 역시나 우려했던대로 시간이 안맞았슴돠.
무려 2시간이나 기다려야 했슴돠. 진교에 오히려 남해가는 차가 많다고 해
진교까지 버스를 타고 나가 그곳에서 남해가는 버스를 탔슴돠.


남해읍 전경. 터미널 옥상에서 찍은 것임돠.

버스 옆자리에 앉은 여성에게 말을 걸었슴돠. 흐이미~
마산에 있는 대학에 다닌다는 그 여학생은 토요일마다 남해 집으로 간다고 했슴돠.
여학생에게 멸치 잡아서 삶는 걸 구경하려면 어디로 가야 되느냐고 물었슴돠.
여학생이 가르쳐준대로 남해읍에서 버스를 내려 다시 미조항까지 가는
버스를 갈아 탔슴돠. 아~ 버스 갈아타기 피곤함돠.

미조항에 도착하니까 오후 3시20분. 하동에서 12시30분에 출발해 무려 3시간
가까이 걸린 셈이네여. 승용차로 왔으면 아마 한시간 남짓 걸렸을 것임돠.
증말 시골버스 징하더군여. 버스 기다리느라 거리에서 아까운 시간 다 까먹었슴돠.


진교 시외버스터미널 풍경. 시골 아주머니들의 외출복 구경하세염.

버스비도 만만치 않슴돠. 악양 축지에서 하동까지 1천원, 하동에서 진교까지 1900원,
진교에서 남해까지 2,200원, 남해에서 미조까지 2,500원 해서 1만 원 가까이 들더군여.
액수는 정확치 않고 대충 그 언저리임돠. 앞으로 버스 여행은 검토해봐야겠슴돠.

오후의 미조항은 완전 썰물이었슴돠. 바다는 마치 김빠진 맥주 같았슴돠.
생선 비린내만 가득하고 모든게 텅 비었슴돠. 공판장도 비었고, 다방도 비었고,
갈치횟집도 비었고, 어선도 비었고, 거리도 비었더군여. 조용했슴돠.

그런데 미조항 말임돠. 소문처럼 그리 아름답거나 인상적이 않더군여.
흔히 보는 평범한 포구였슴돠. 미조항을 터덜터덜 걸으면서 배와 등대, 횟집, 어항을
찍고는 다시 남해행 버스를 탔슴돠. 버스 기사에게 미조항 느낌을 슬쩍 건넸더니
기사 분이 "그렇죠. 그럴 겁니다. 통영을 가보세요"라고 대답하더군여.

통영이라...담주에 갈...지는 모르겠고 언제 갈 지 계획도 없슴돠. 갈 때와 역순으로
버스를 타고 하동 악양으로 돌아왔슴돠. 매우 멜랑꼬리한 솔로 투어였슴돠. 흐이미~


유등제 하고 남은 각종 등들. 강 한켠에 몰아넣었다.

담날 10월16일 일요일 오전 11시 경.
자연농업문화센터 식구들이 진주에 영화 보러 간다고 해 꼽사리를 꼈슴돠.
혼자 남는 게 싫어서였슴돠. 식구들이 영화를 보는 사이 호두나무 혼자서
마티즈를 끌고 진주 시내를 너댓 시간 배회했슴돠.
촉석루가 있는 진주성 강가가 근사했슴돠. 유등제 잔해를 치우는 모습이
쓸쓸해보이더군여. 화려했던 등이 찢어진 채 땅 위에 뒹굴었슴돠.


진주성 촉석루. 보트 바로 옆의 바위가 논개가 뛰어들었다는 의암임돠.

진주성 입장료를 사야 한다고 해 입구에서 획 돌아나와 다리를 건너 강 건너로
이동했슴돠. 강 건너편에서 진주성이 더 잘 보임돠. 논개가 물에 뛰어들었다는 의암을
찾았슴돠. 잘 안보임돠. 한참 찾았슴돠. 자그만 바위였슴돠.
오리배가 그 앞을 천천히 지나갔슴돠. 언젠가, 누군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쉐이가
"물 깊이가 사람이 뛰어들어도 헤엄쳐 나올 수 없을 만큼 깊은가"라는
조카핼애비턱쪼가리잡아댕기는 말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 씁쓸했슴돠.

설사 무릎 깊이라 하더라도 그런 걸 따지면 안되죠. 낙화암 가지고도 아나더 쉐이가
씹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아니면 말고...아니야!!! 분명 씹었어.
거기 높이가 3천 궁녀가 빠져서 죽을 수 있을 만큼 높은 데냐고...쩝


진양호. 망향비라는 돌뎅이가 있는데 진주에 웬 망향비인쥐??? 통일전망대도 아닌데...

진주성에서 죽치다가 그래도 시간이 남아 무거운 몸뚱이를 일으켰슴돠.
진주성 외곽을 돌아 진양호 댐을 보러 갔슴돠. 댐에 거진 다 올라간 순간 갑자기
톨게이트가 나타났슴돠. 아줌마가 차 통행비를 요구했슴돠. 황당하더군여.
댐 보러 돈까지 내고 들어갈 게 뭐 있느냐 싶어 바로 옆에 있는 망향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그 곳 벤치에 앉아 잠시 누웠슴돠. 기분이 써금써금했슴돠.

벤치에서 일어나 마티즈에 몸을 싣고 진양호댐을 나와 남강변을 달렸슴돠.
진주사람들 늘 수려한 강가를 가까이에 두고 보고, 걸을 수 있어 행운임돠.
진주라는 도시는 그리 넓지 않지만 차와 사람이 무자게 많더군여.
아마 관광객들이 대부분일 것임돠.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게 많을 수가 없지여.


진주 남강변 풍경. 신무림제지 공장이 무척 크네여.

야트막한 산위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진주 시내를 굽어보았슴돠.
거대한 공장이 시선을 가로 막았슴돠. 지붕 위에 영어로 "신무림제지"
라고 씌어 있었슴돠. 아니 신무림만 적혀 있었나?? 아무튼...신무림제지라면
왕년에 주식할 때 자주 보았던 그 제지업체였슴돠. 신무림제지...이름이
멋져서 몇주 샀던 기억이 남돠. 먹고 나왔는지 깨졌는지는 기억이 안남돠.

전망대를 내려와 영화를 보고 나오는 식구들을 픽업해 하동으로 돌아왔슴돠.
저녁 6시가 조금 넘었더군여. 졸지에 홀애비 신세가 된 호두나무가 이렇게
주말을 정신없이 두서없이 보냈다는 야그임돠. 음냐~
2005-10-17 23: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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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7
  • 호두나무 2005-10-24 23:09:41

    세상에나...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겠습니까. 뭐라 위로의 말도 안나오네요. 며칠 전 제 아들이 술 먹고 싸우다가 머리를 맞아 병원에 간 일이 있을 때도 며칠동안 마음이 안좋았는데...하물며...자식이 먼저 세상을 뜨면 부모의 마음은 어떨지 상상하기도 무섭습니다.  

    • 풀잎 2005-10-24 22:06:21

      네 호두나무님.... 고 3 아들이 지난 12일새벽에 하늘로 먼저 갔어요. 지금도 눈물이 걷잡을수 없어요. 얼마나 착했는데....공부한다고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는데 전날밤 감기땜에 두통과함께 목이 아프다고 밤 10시반까지 야,자하고샤워하고 잤다는데 새벽 5시쯤 119 실려갔다길래 달려 가보니 그때 이미....경찰이 보니까 약국에서 시판하는 약을 사먹었더라는데 약이 부작용인지.....감기 안 걸리는 사람은 없잖아요?  

      • 호두나무 2005-10-21 23:21:05

        불행한 일이란게 뭔지...몹시 괴로운 일인가 보죠?  

        • 풀잎 2005-10-21 21:46:33

          전 지난 월욜에 아들과(남편은 바빠서)여동생 내외와 통영에 다녀왔는데 집에 불행한 일이 있어서 슬픈 여행이었어요. 아들 군대서 휴가 나와서 위로차 다녀 왔는데 제 작년 친정 가족들 다 같이 갈땐 그렇게 즐거웠는데 자연산회를 그때 먹었던 집을 찾아서 먹었건만 마음에 슬픔이 가득해서 그때 그맛도 아니고 도남 관광지 일주해도 좋은 경치를 봐도 탄성이 안 나오고 그랬어요........  

          • 호두나무 2005-10-18 17:18:28

            검지님 새벽 3시까지 어인 일로 주무시지도 않고 댓글을 다시는지...혹 저와 신세가 같은 분 아니세여? 함 뵙고 싶네여.  

            • 찬비 2005-10-18 15:56:24

              호두나무님! 그러셨군요!!!! 에구..그런줄도 모르고...
              어째 이리 글마다 서글픔이 묻어나시나요?? 그러지 마시고
              멋진 50대의 로망스를 보여주셔야지요? ^^
              남해...진주... 다음부터는 입장료 너무 아끼지 마시구요..
              진주성 그냥 누워서 낮잠자기에 딱 좋은데.. 그런데서 자면
              그렇게 서글퍼 보이지도 않고 여유로워보이고 좋잖아요~~
               

              • 검지 2005-10-18 03:01:41

                호두나무님의 주말 솔로 여행 얘기~
                재밌게 읽었습니다.
                전에 저도 터미널에서 무조건 어느 방향의 시외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다음 버스를 타고 집에 오던 기억이 납니다.
                종점에서 내리면 그게 바로 오지 여행이 되더군요
                여행 중 가끔 짜증스런 곳이
                쓰잘떼기 없이 입장료 받는 곳들이었습니다.
                짜증이 났던 그런 곳들이 나중에 입장료 받는 일들이 사라져서 다행이었고요
                우리 나라의 아열대 기후대가 계속 북상하듯이요
                (어릴 적 썰매타기가 지금은 저희 고장에서 사라졌습니다.)
                바닷물도 많이 빠져나갔답니다.
                어느 바닷가 노인분의 얘기가
                자기의 한 세대에서 뻘의 길이가 근 십리는 멀어졌다고 합니다.
                저희 고장에서도 옛 적 물길이 상당히 깊숙히 들어왔다는 얘기들이 전해져 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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