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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일본사과 견문록---下
미루사과 2005-10-30 13:22:43 | 조회: 5628




제6장 ; 일본의 토양




내가 토양 전문가도 아니고 일본의 토양을 연구한 적은 더더구나 없습니다.
따라서 여기에 쓰는 일본의 토양은 당구풍월(堂狗風月)이라,
서당개로 3년을 기웃거리며 나름대로 주워들은 풍월입니다.
보잘것 없는 얄팍한 지식과 오로지 나의 짐작이므로 신뢰도는 0%임을 미리 말씀드리오니
혹 잘못된 부분이 있더래도 눈감아 주시길...

이 산이 무슨 산일까요?




후지산이라고 생각하셨나요?
그렇다면 얼추 반은 정답입니다.
일본인들이 이산을 아오모리의 후지산이라고 부르는 "이와끼"산입니다.
해발 1,640m의 사화산이지요.
바로 이 산이 화산활동을 하여 아오모리 일대에 용암과 화산재를 뒤덮게 했습니다.
따라서 아오모리는 100% 불에 구운(^^) 화산재입니다.
고추밭에서 고춧대를 태워 보신적 있나요?
그 자리는 작물이 아주 잘됩니다.
토양을 불에 굽게 되면 선충이 완전히 죽게 되고 광물질이 엄청나게 증가하니까요.
따라서 아오모리의 토양은 미량요소와 광물질이 풍부합니다.
펄펄 끓는 용암과 잘 정제된 화산재가 수십미터 쌓였으니까요.


어느 사과원의 토양.


흙이 새까만거 보이시죠?
일본 과수원은 밟으면 발 주변이 넓게 꺼지는 듯 푹신합니다.
배수가 좋다는 뜻이지요.
또 히로사끼 어느 과원엘 가도 관수시설이 된 곳은 없습니다.
때맞춰 비가 내려주니까요.
강수량은 우리와 비슷하긴 해도 장마란 개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짧은 우기가 있을 뿐입니다.
아오모리의 위도는 북한의 청진과 비슷할 만큼 북쪽에 있으면서 영하 12~3도 정도에
머무르며 우리나라처럼 혹한이 없어 동해 피해를 거의 입지 않습니다.
또 눈은 10원 말부터 내리기 시작하는데 많게는 4미터까지 쌓여 오히려 보온 효과가 있다는군요.
다만 쥐피해가 극심합니다.
하여 유목은 아예 철망을 씌워 놓았습니다.





그러나 화산재 땅엔 인산이 거의 제로입니다.
따라서 일본의 농가는 유기인산의 시비를 꼭 해야합니다.
모든 무기물의 신진대사를 하는 인산이 토양에 없으니 대체로 일본의 농가는
인산 시비에 대한 강박관념 같은 게 있습니다.
이런 심정은 곧 과비로 이어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색을 내기 위해 과도한 적엽을 하게 되겠지요.


일본의 어느 농가, 차안에서 찍었으므로 흔들렸음.



나무가 거의 벌거벗을 정도로 잎을 따준데다 인산이 불용화된 곳도 있으므로
사과가 영 맛이 없습니다.
실제로 당도를 측정해 본 결과 11.8도가 나오더군요.
우리나라 같으면 이렇게 싱거운 사과는 먹지도 않을 겁니다.
내 짐작입니다만,
일본의 모든 사과가 이런 맛이니 일본인들은 원래 사과의 맛이 그러려니 하겠지요.
몇년전엔가 외신을 통해 본 기억이 나는데 워싱턴 지역의 사과가 일본에 상륙하여
일약 바람을 일으켰다고 하더군요.
그 워싱턴 사과를 수입한 회사가 일본 프로야구 다이에 호크스로 유명한
100엔숍 전문 슈퍼마켓인 다이에社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 회사는 얼마전 부도가 나서 문을 닫았고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진출한
"다이소"란 회사가 인수했습니다. - 별걸 다 아는군... -_-;;;
이 이야기를 하는 건 일본의 사과를 먹으며 토론을 할 때
만약 한일 FTA가 체결된다면 한번 겨뤄 볼만한 부분이다고 연구회원들이 말했기 때문입니다.





제7장 ; 품종




이 부분은 대단이 민감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제 개인의 의견일 뿐이란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먼저 일본의 조생종 혹은 중생종으로는 나리따 후지와 히로사끼 후지가 대단히 각광을 받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장수 지역은 아예 나리따는 명월, 히로사끼는 만월, 료카는 수월로 부르기도 하던데
하여튼 이 세가지는 조나골드나 홍옥에 비해 거의 두배의 가격이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조나골드-10월 초순 한창 수확기였음.


많은 농가를 방문하였는데 그 중 "나카하라"씨 과원을 찾았을 때 그곳에 우리의 "홍로"가 있었습니다.
한데 상품성이 전혀 없더군요.
토양의 차이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홍로 특유의 달콤하고 아삭한 육질이 아닌 퍼석하고 싱거운 홍로더군요.
아오모리 사과 시험장에서 요즘 우리나라에서 각광을 받는 아오리 9호를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먹어 보기도 했구요.




그림으로 보기에 맨 왼쪽이 아오리 9호, 그리고 가운데 큰 사과가 아오리 13호, 히로사끼 후지입니다.
아오리는 모두 숙기가 9얼 초중순으로 크기와 맛, 경도 등에서 9호보다 13호가 월등히 나았습니다.
한데 제수문화 탓에 큰 사과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 왜 9호가 더 인기가 좋은걸까?
혹 묘목상들의 선전탓일까?


이 사진은 아오리 15호 입니다.





또 이건 장과 6호이구요.





시나노 레드로 불리는 9호입니다.





이 사과들을 아오모리 시험장의 육종부장님이 직접 깎아 주셨는데, 재미있는게 조각칼이 우리나라 제품입니다.
그러면서 부장님 말씀이 "한국산 조각칼 너무 좋아요"

이 중 제가 먹어 본 바 아오리 15호의 맛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조직감, 식미, 산도 등등 기가막힌 맛이었는데 이 노란 사과의 접수를 구할 수 없을까요?


덧붙임---
앞서 시치노헤 선생편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제발 몰래 가지를 꺾어 오지 맙시다.
사과 시험장 안내언도 가장 먼저 이 점을 주의 시키더군요.
챙피~~~





제8장 ; 만찬




땅에 바늘을 꽂고 하늘에서 작은 씨앗을 떨어뜨려
바늘에 그 씨앗이 꽂힐 확률,
이 계산도 안되는 확률로 너와 내가 만난 것이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 中에서



저녁 식사에 몇 분 선생님을 초대했습니다.
그분들우의 고견도 듣고 농사에의 소신도 듣고 싶었지요.
난 오로지 뒤늦게 만찬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영광스럽게도 헤드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마침 나리따 선생이 주빈이었으므로 바로 옆자리에 앉아 국문학을 전공 했으므로
통역없이 메모지에 필담을 주고 받았습니다.
선생께 한,중,일 FTA교차 체결에 관한 의견을 여쭈었더니 곤혹스러운 얼굴로 의식은 하고 있다고 합니다.
난 좀 직설적으로 여쭙길,
한국의 사과 산업이 비록 현재는 일본에 뒤진 게 사실이긴 하나,
개인적으로 FTA가 체결되길 희망한다, 그것도 극동 3국이 함께...
그래서 한국, 일본, 중국이 한번 붙었으면 한다, 그럼으로 서로 경쟁하며 발전할 것이 아닌가?


왼쪽은 성이 같은 나리따씨.


나리따 선생은 특유의 큰안경 너머로 지긋 웃으며 제 수첩에 적습니다.
"내가 가본 한국의 과원 중 장수는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화강암 풍화 작용으로 만들어져 힘이 약한 토양을 어찌 살리며
경화된 토양의 구조를 킬레이트화 하는가 이점이 관건이다. 우리 잘해보자"
난 깊이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존경을 표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산 깻잎 통조림을 드리며 내 동포가 만든 농산물이니 받아주길 원했습니다.
선생은 참이슬 소주 한병과 함께 받으시며 내 어깨를 토닥임으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에필로그




21호 태풍이 왔습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 아오모리 공항은 폐쇄되었고 태풍은 동경 한복판에 상륙,
도심을 강타하고 있다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TV는 자막으로 요란하게 떠들어댑니다.
돈은 거의 떨어졌고 내일도 비행기가 뜨지 못한다면 3일을 더 일본에 있어야 하는데
내심 불안한 연구회원들은 마지막 남은 소주 몇병을 비우며
아무 과원에 가서 머슴살이라도 하지 머! 하고 웃어 넘깁니다.
난 몸살기가 있어 비가 내리는 야외 온천에 몸을 담그었습니다.
멀리 이와끼산이 희부연 어둠속에 보이고 난 히로사끼 사과 공원에서 들은 일본의
국민 가수 "미소라 히바리"의 애절한 노래를 떠올리며 마흔한살에 낳은
늦둥이 딸아이를 몹시도 그리워 했지요.
보고싶다를 연발하며 탕속에서 맥주를 홀짝거리고 딸아이 이름을 부르는데
벌거벗은 바로 내 옆에서 웬 아낙네가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들어와 수온을 재는게 아닙니까?
기겁을 한 난 몸둘 바를 몰라 하는데 정작 여인네는 태연합니다.
당황하여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객실로 돌아와 그 말을 하자 다들 뒤로 넘어가며 웃습니다.
하긴 보여주는 나냐 머...아쉬울 게 있남
보는 사람만 깝깝하겄지!! ^___________흐흐____________^*


아침,
다행이 태풍은 소멸되었고 잔잔한 비가 일본 열도를 뒤덮었습니다.
회원들은 시내로 쇼핑을 가고 난 홀로 히로사끼 시내를 걸었습니다.
서점에 들러 읽지도 못하는 책도 한권 사고, 미소라 히바리의 CD도 한장 살--------려다가
너무 비싸 인터넷으로 들어야쥐!! 포기하기도 하고...
혹은 비오는 거리 한모퉁이에 우두망찰 서서 오가는 여인들을 보기도 합니다.


거리에 비 내리듯
내 가슴에 눈물이 흐른다
가슴깊이 스며드는
이 우수는 무엇이련가

부드러운 빗소리는
땅에도 지붕에도
권태로운 마음위에
내리는 오, 비의 노래여!

울적한 마음위로
까닭없는 눈물이 흐른다
왜 아무 배반도 없는데
이 슬픔 까닭도 없다

까닭없는 슬픔이길래
참을 수 없는 고통
사랑도 미움도 없는데
내마음 한없이 괴로워라
--랭보(Paul Berleine Ranbord)"거리에 비내리듯" 全在





히로사끼 성에 갔습니다.
수백년전, 쇼군으로 아오모리의 번주로 살았던 한 사내의 거처를 돌며
비내린 공원의 우수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나는 왜 농업에 들어왔을까?
농업에서 내가 해야 할 일과 맨처음 내가 목표했던,
이루고 싶었던 우리 농촌 현실에의 작은 힘이 되길 다시 다짐 했습니다.


링고 사과 가공회사에서 사과껍질로 옷을 만드는 89세의 할머니. 흑백


생활에 배반하고
자식의 교육에 열등하고
문화에의 갈증에 열망하고
대인과의 관계에 혹은 갈등 할 망정 애시당초 가졌던 내 작은 결심이 흔들리지 않길 소망합니다.
90의 나이에도 소박한 웃음과 정성으로 옷을 깁는 저 할머니처럼
잔잔하게 늙어가길 비오는 히로사끼 성에서 소원합니다.


The End.


좀 더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만,
역시 기술과 학문에 가까운 글이어야 했으므로 좀 딱딱하게 쓰려 했습니다.
자비로 다녀온 일본이었고 그런만큼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주고 싶었읍니다.
끝까지 읽어 주시고 격려의 답글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자주 인사 올리겠습니다.


정읍 농부 미루사과

2005-10-30 13: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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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
  • 미소애플 2005-10-30 18:24:22

    넘 수고 하셨네요
    이노고를 언제 만나면 확 풀어봅시다
    참 원종은 잘 번식 시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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