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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내 나이가 어때서?
찬비 2005-11-04 15:02:22 | 조회: 5871
요즘 내 마음을 데우고 있는 책 한권.." 내 나이가 어때서 "
평소 꽤 좋아하는 샨티출판사에서 혼자 국토종단을 하신 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다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아마도 감동적인/ 인간승리의/ 휴먼드라마 이겠지 ...
그런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아..그런분이 계시구나..요즘은 워낙 자신의 삶을
자기 색깔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뭐..그러고 말았다.

그런데 아마도 요즘 내가 나이를 인식하기 시작한 때문인가...
그리고 내 어머니 같은 분이 홀로 여행을 떠난다는건 어떤걸까 생각하니
그건 아주 특별한 일인듯 싶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책이 남은 페이지를 들춰보며
다 읽어나가는 것이 아쉬워서 몇번이고 책을 덮었다가 다시 읽고 그렇게 아껴가며
읽어가게 되었다.


어쩌면 이 책은 여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

결국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된 날
여자는 모든 그물에서 해방된다.
그때 자기자신을 돌아보면
이미 오십이 가까워진 나이가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그 땐 여자가 홀로 가방을 들고 기차에서 내려도
아름답게도, 매력적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청승맞고 초라해 보일 뿐.
아무도 그 여자에게 말을 걸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디로 가는지 무슨을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려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누구의 관심도 눈길도
끌 수 없는 여자가 되어버린 나이에야
겨우 모든 그물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

[책중에서]

--------------------------------------------------------

이건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일것이다..
누구의 관심도 끌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 뒤,
그 때부터 과감히 자신의 인생을 살기 시작하기란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일까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어머니가 생각났고
또 지은이가 들려주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가슴에 남았다.

"내 나이가 어때서?"
이래저래 여운이 많은 책이다.
20년 세월을 남편사업의 빚을 갚는데에 온전히 바쳐야 했던 여자..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버는 월급은 통째 빚쟁이에게 넘기며
너무나 가난하게 살았던 여자..
그래도 어쩌다 돈이 생기면 서점에 가 시집한권을 사고
청량리역으로가 주머니가 허락하는 만큼의 하루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 애쓴 여자...
그 여자가 그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예순 다섯의 할머니가 되어서
홀로 길 위에 섰다.

좀 무거운 이야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다 ^^
톡톡튀는 재치와 배꼽을 잡게 하는 실수담들...
무엇보다도 평생을 고생시킨 남편과의 사랑이 마음을 참 찡하게 만든다.

"여보,우리 아파트 화단에 벚꽃이 피었어요. 꽃망울이 터지려고 해.
벚꽃 다 지기 전에 와요!"
먼길 떠난 아내에게 벚꽂이 지기 전에 돌아오라는 남편,
요즘 젊은 남자들도 이런 말은 못할텐데...

평생 그 고생에 원망과 미움이 사랑보다 커지기가 쉬웠을텐데
서로의 질곡이 깊어지기가 쉬웠을텐데 그렇지 않았던 두 사람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내 나이가 어때서
그래...그 나이가 되어서야 삶의 굴레에서 놓여나는 우리 어머니들에 비하면
지금 우린 얼마나 자유로운가

삶의 모든것들에 새롭게 용기를 가지게 하는 고마운 이야기였다....
2005-11-04 1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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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코스모스 2005-11-05 00:38:48

    찬비님, 나도 그 책 좀...

    그건 그렇구,,, 속히 연락이 닿았슴 좋겠는데...
     

    • 찬비 2005-11-04 16:12:13

      청승? 누가 청승이라는 얘기? 나? 안나할머니? -.-++ 빠직  

      • 파르 티잔 2005-11-04 16:04:18

        청승... 에 한 표...
        책읽은 사람은 아름답다.
        좋은 책을 소개하는 여자는 더욱 아릅답다.
         

        • 호두나무 2005-11-04 15:23:17

          찬비님, 떠나세여~ 뒤따라 갈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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