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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농부로 살아간다는 것
미루사과 2005-11-17 20:11:12 | 조회: 6078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합니다.


더구나 요즈음의 세상살이는 속도전이고 정보전임을 실감합니다.


난 82학번이므로 386세대의 전형인데요,


컴퓨터에 아주 능숙하진 않아도 요즘 유행하는 포토샵이나 나모쯤은 다룰 수 있으니


아주 어두운 편도 아니고 가난과 압축 성장을 한꺼번에 겪고 자랐으므로


타세대에 비해 아주 다양한 굴곡을 지내온 세대라 할만 합니다.


또 우리들 대부분 그렇듯 오랜기간 펜을 사용했으므로 가운뎃 손가락엔 아주 큰 펜혹이 있었지요.


근데, 어느날인가 문득 본 손가락엔 펜혹은 대부분 사라지고 흔적만 남아 있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이젠 펜을 거의 쓰지 않고 노트북의 자판을 주로 두드리니 사라졌습니다.


요즈음의 조간신문 한부의 정보량은 중세의 일반인들이 평생에 걸쳐 습득한 정보량보다 더 많다고 하네요.


그러니 요샛사람들 머리가 아프기도 하겠습니다.


헌데, 이런 속도와 정보속에서 우리같이 한적한 곳에 파묻혀 육신의 노동으로 살아가는 농부들은 어떨까요







남자-농부로 살아가기

요즘 전 여기저기에서 사진들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디지털카메라와 컴퓨터 덕에, 특히 인터넷이 세계 1위를 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으니


좋은 사진과 그림들을 공짜로 원없이 보는 세상 아닙니까


특히 요샌 미니 홈피와 블로그가 유행이므로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거나


혹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뜻밖의 사진을 받고 간혹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런 것들 중 하나,


한 이삼년전쯤 어느 카페 게시판에 올려진 사진입니다.



난 이 사진을 보며 농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를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더럽고 냄새나는 개똥과 그위에 앉은 아름다운 나비,


어느것이 세상의 아름다움이고 어느 것이 세상의 귀한것일까를 생각하게 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내 삶의 모습을 이 단 한장의 사진이 표현했습니다.


장자의 "나비의 꿈"이나 오쇼 라즈니쉬의 "흰구름의 길"이 생각나지 않습니까


세상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물고 뜯기 혹은 너 가진 것 나 뺏기가 부끄럽지 않게 되어버린 세상.


“모든것이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도 헛되도다.


내가 태어남은 한조각 뜬구름이 생겨남이요, 내가 스러짐은 한조각 뜬구름이 사라짐이니


지각없는 부나비가 저 죽을줄 모르고 불빛을 탐하도다....”


부질없는 욕심으로 마음이 흔들리면 몇번씩 외워보는 구절인데 그럴때면 이 그림이 생각나더라구요.


하여, 난 이 사진을 일년 가까이 미니홈피의 표지 사진으로 이용합니다.

=
그리고 메신저 닉네임은 "이건 어때?"이지요.


언젠가 홈피를 찾아온 젊은 아가씨는 이 사진과 닉을 보고 사행시를 지어주는데 아주 재밌습니다.


내용인즉슨,


이~이러지 마시어요, 서방니임~~


건~건넛방에...


어~어머님이 계시어요옹...지금은~


때~때가 아닌듯 하와요오~~~옹...








여자-농부의 아내로 살아가기

또 이런 것도 있습니다.


이 그림은 프랑스의 여성 의류회사인 '쿠카이'사의 광고 사진인데요,




사진이 좀 야한 듯 하나 사실은 정말 놀라운 창작력입니다.


남자의 고단한 일생, 혹은 운명으로 주어진 바위를 언덕위로 올려야만 하는 시지프스의 운명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딴은 여성들이 이 세상의 절반임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더구나 농부의 아내는 남편보다 더한 노동력을 요하기도 합니다.


하루 왼종일 들에서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그러나 다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심지어는 아이들 교육까지....


그야말로 수퍼우먼이 바로 우리나라 농부의 아내인데, 그러나 이사진의 여성은 남성을 통쾌하게 복수합니다.


여성의 은밀한 그어딘가에서 잔디를 깎으며 노동하는 남성들,


그리고 여성의 온몸 구석구석을 깨끗이 세척(?)하는,


일종의 노리개 혹은 장신구로써의 남성들의 모습은 이미 세상은 확실하게 변하였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더구나 오른쪽 하단에 있는 '쿠카이'사의 로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예 번갯불에 절명하는 남성이니....


"세상의 남자들이여~~ 까불면 번갯불에 맞아 죽으리라!!!"


아아~~ 고단한 세상이여~~!








가족-농부가 2%부족할 때



이 사진은 요즘 한참 사진찍기에 열중한 중학교 1학년짜리 제 딸아이가 찍어 블로그에 올린 그림입니다.


그리고 그 밑엔 이런 글도 있더군요.


"하릴없는 비, 바람, 진달래꽃 색깔 버선 신은 할머니의 발, 나도 이 버선발로 떠날 수 있을까?"


난 잠시 섬뜩해졌습니다.


허걱!! 감수성 예민한 나이의 이소녀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어딜 떠나며 진달래꽃 색깔의 저 버선발은 무슨 의미...???


어허...참...안절부절...


기회만 되면 딸아이 일기장을 훔쳐보려 기웃기웃하다가 어느 일요일 아침,


한판 두는데 만원씩 주기로 하고 2년을 가르쳤더니 이제 겨우 7급이나 될까?


아홉점을 깔고 바둑을 두다가 넌즛 사진에 대해 물었더니,


"방학에 어학연수를 가고 싶은데 우리 형편에 어찌..."


말끝을 흐리는 딸을 보며 가슴이 시큰하고 뭔가 울컥 치밀어 오릅니다.


그러고 보니 딸아이가 외국어에 취미가 있다고 아내가 말하던데, 장차 외교관이 되고 싶대나 뭐래나!!






근데 흔해 빠진 유학이래도 보낼려면 한달에 월매나 있어냐 되는겨? 쩝~~


그날 밤, 난 술 깨나 마셨습니다.








그래도 농부로 살아가기


온라인은 때로 무척 즐거운 곳입니다.


뜻하지 않은 기쁨도 주곤 하는데요,


미니 홈피 일촌관계인 어느 얼굴도 모르는 아가씨가 사진을 보내 왔습니다.


그러면서 "미루사과님 힘 내시고, 다시 한번 달리자구요. 홧팅!!"이란 격려도 해줍니다.


보증섰더니 친구는 외국으로 도망가 버렸고,


마흔살 넘어 낳은 늦둥이는 급성 장염에 후두염까지 겹쳐 병원에 입원하고,


진즉에 끝낸 공부, 새삼 뭐 건질게 있다고 대전하고도 유성까지 돈들이고 시간들여 대학원 다니느라 허리 휘어지고,


저녁 뉴스에선 중국산 과일의 수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떠들어 대는데,


스산한 바람이 불다가 가라앉고 기온마저 급강하, 허접스런 남자의 마음은 휘영청하는데...!!.


만사가 짜증나고 ‘뚜껑 열린’채 무슨 트집거리 없나 휘번득 거리다가,


이 그림을 보며 나는 다시 달립니다.


다시 유쾌한 꿈을 꿉니다.


딩동 딩동 벨소리 경쾌한 날, 아자! 아자! 화아팅!!









정읍 농부 미루사과

2005-11-17 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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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그려 2005-11-21 17:36:56

    언제나 내일은 오기 마련이니까요...희망과 더블어...  

    • 들꽃향기 2005-11-18 18:40:28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하리 2005-11-18 10:02:34

        살아가면서 생기는 이런 일들을 웃으며 넘길수만 있다면
        그런 사람을 성인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마지막 그림 넘 유쾌한데요~ ^^
         

        • 노래하는별 2005-11-17 20:15:40

          잔잔하면서도 생각을 하게하는 일상을 올리셨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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