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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부끄러운 하루
노래하는별 2005-11-29 17:42:31 | 조회: 6231






          바람 몹시 불고 비 내리는 오후 3시

          서울대병원 영안실

          벼랑 끝에 내몰려 죽임 당한

          가난하고 가난했던 농민 전용철씨의 빈소에는

          상주인 조카 혼자 문상객을 받는다

          적막

          시민의 이름으로 분향 엎드려 재배를 한다

          고개를 들지 못한다

          꽉 막힌 울음이 몸 밖으로 나오지못한다



          어둠이 깔리는 6시 광화문 거리에

          두런두런 모여선 어깨들이 촛불을 밝혀든다

          14년전 아들을 빼앗기고 살아온

          아비의 한과 절규는 오늘도 끝나질 못하고

          내 허약한 분노가 쓸쓸히

          찢겨진 낙엽되어 거리에 뒹군다

          말이 있으되 말 할 수가 없는

          부끄럽고 부끄러운 하루가 저문다







          -------------------------
          매일 저녁 6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고 전용철씨 추모촛불집회가 열립니다.

          관련기사는 아래 주소로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vop.co.kr/new/index.html


2005-11-29 17: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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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8
  • 해거름에 2005-11-30 13:25:56

    자농이 희망이 아니라면, 우리가 여기 모여 있겠습니까?
    자농은 고단하고도 서러운, 결코 놓을 수 없는 희망이지요.

    그렇기에 어떠한 상처에도, 어떠한 참담함에도
    두 눈 똑바로 뜨고 거짓된 자들을 응시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별님의 조심스러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프게, 듣고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절망을 말하지는 맙시다. 아직은.
     

    • 노래하는별 2005-11-30 13:17:39

      너무 조심스러웠습니다 누구 눈치가 보여서가 아니라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알았음에도 상황을 막지 못했고
      또 벌어진 상황에 이어 어떤 아픔의 역사가 만들어질 줄 알기에

      누구나 절망을 얘기하는데 거기에 또다시 절망을 얘기하기도,
      그렇지만 여기에 희망이 있다는 부풀여진 낙관을 얘기하기도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라도 작은 희망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너희들 하는일이 그리 희망이냐? 묻는다면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지만...

      너무나 무기력하게 무장해제 시키는 거대한 현실앞에
      저는 모든것이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명쾌한 논리로만 살아왔던 제게 이제는 모든것이 모호해 지기만 합니다
       

      • 작은돌 2005-11-30 11:12:22

        님들의 수고가 얼마나 큰지 저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만큼 시사성 큰 소식은 게시판에 올리고
        마음으로나마 함께 하며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는 길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 지리산숨결 2005-11-30 09:27:35

          좋은 글, 찐한 감동으로 읽습니다.
          저희야 말로 처철하게 깊은 겨울의 체감속에 살고있습니다.
          쌀시판, 과일수입개방이면 저희의 생존기반도 몰락할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러니 상황에 대한 외면이 가능할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죠.
          여기 모인 사람들,, 모두 면면히 불같은 사람들이죠.
          그 현장의 상황들을 누구보다도 더욱 생생히 느끼고 있을 겁니다.

          진정 그 죽음을 헛되지 않도록 해야지요.
          진정,,,
           

          • 물푸레나무 2005-11-29 23:29:16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누가 이 서러운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헤집혀져 흥건히 젖은 마음으로
            감.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

            아름다운 길벗들과 함께 함이 고맙고
            그로 인해 힘을 얻고 있다 여겨 왔습니다.
            그런데...그 힘으로 무엇을 했나 생각하니
            가슴 저리게 부끄럽고 죄송함뿐입니다.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어깨걸고 손 토닥여 주며 가는
            그 길이 과연 어딜 향하고 있는 것인지
            떨리고 먹먹한 가슴으로 되돌아보고 또 되돌아봅니다.

            누가 이 서럽고 외로운 죽음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침묵할 수도 있습니다.
            때론 몰라서...
            때론 처절한 아우성과 치떨리는 상황에 너무 기가 막혀서...
            그리고 때론 불편한 마음으로 외면하며...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숨쉬고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실을 알고 가는 자, 돌아가도 언젠가 제 길 찾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연을 섬기며 자연을 닮은 사람들로 살아가고자 모인 마음들이라면
            적어도 그런 마음들이라면
            진실을 올곧게 알고 있어야지요. 그리고 알려야지요.

            어둠을 물리치는 것은 은은하고 잔잔한 달빛이 아니라
            힘찬 기세로 밝아오는 새는 빛이라지요.
            살아 있다면, 깨어 있다면,
            겸손하게 모든 신경의 날을 세우고
            진실을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뜻은 의로우나 정신없이 몰려 가다보니
            방향을 잃고 손잡고 다독이며 함께 가야 할
            길벗들의 안쓰러운 손들마저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자농 식구들과 이리로 마음을 둔
            우리 모두 냉철하게 되새겨 봐야겠습니다.

            우.리.가.혹.시,
            힘없어 흩어져 나뒹구는 진실을 동영상 속 전경들처럼
            감정없이 짓밟고 지나가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서늘한 자괴감과 서러움이 몰려드는 하루입니다.
             

            • 해거름에 2005-11-29 22:20:25

              매일 이야기 하는 그것을 게시판에 올려주셨더라면 좋았을걸요.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자농분들의 힘겨움이나 노력이 부족했다고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리도 없을 뿐더러 제가 그렇게 말 할 수 있는 입장도 못되지요. 곡해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게시판을 보세요. 어디에도 이런 상황에 대한 자농분들의 생각을 볼 수가 없음이 답답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게시판이죠. 그것을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는 아주 협소한 시야, 한편으로는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 하리 2005-11-29 21:30:44

                침묵하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더 열심히 일하면서 덜 부끄러워 하려고 합니다.

                요즘은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일합니다.
                뭐 그만큼 대우를 받고 있으니 잘난척 할것 없지만
                이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절대 마음 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위중에 농민이 사망했다 자살했다..
                저희도 매일 이야기 하는것들입니다.

                빚내서라도 인터넷으로 팔아보겠다고 돈들고 오시는 분들일을 맡으면서
                요즘의 상황을 더 체감 합니다.

                저도 정말로 궁금합니다.

                뭘 더 어떻게 해야할지..
                 

                • 노래하는별 2005-11-29 17:45:22

                  도시생태길벗에 해거름에님이 올리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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