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너무나 안타가운 사연.
늘푸른유성 2005-12-05 11:12:38 | 조회: 6106
금요일 중촌동 장날 이었습니다.
그 날은 늦은 시간 까지 집에를 못 가고 장에 있었습니다.
이유는 남편이 추위를 대비해서 배추 같은걸 손 보느라 좀 늦었기
때문입니다.

늦은 밤 사람들도 별로 다니지 않는 시간에 언니랑 둘이서
팔다 남은 골파를 난로 옆에 앉아 다듬고 있었습니다.
한 아줌마 가 왔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었습니다.
얼굴은 예쁘장한데 기운도 없어 보이고 즐거움 이란건
도무지 없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올해는 김장을 좀 하고 싶은데......"
"김장 하시면 되지 뭘 그러세요."
"집이 여기가 아니예요. 부여거든."
가만 사연을 들어보니 아들 때문에 선 병원에 있답니다.
막내 아들이 대학 다니다 해병대 들어가 제대하고
복학 준비하다 뺑소니 차에 치였답니다.
옆에 선 병원이 있는데 그 곳에서 뇌 수술을 했는데
수술이 잘 못돼 지금 식물인간이 된 모양이더군요.
7년동안 단 한번도 집인 부여를 못 갔답니다.
얼마전 까지 아들 옆 간이 침대에서 먹고 자고 했는데
아들 보다 자기가 먼저 죽게 생겨서 아파트를 하나 얻었다고
하더군요.
"나는 부여에 있을 때 농사를 짓고 살았었는데 아들 저렇게
되고 남편은 술에 쩔어서 알콜 중독자가 됐어요."
제 입에서도 그렇고 언니 입에서도 그렇고 자꾸만
한숨만 나왔습니다.
어떻게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배추를 절이고 싶어도 그릇이 없어요. 라는 그 아줌마의 말에
큰 봉지에 절이면 되다고 했습니다.
"배추는 얼마예요?"
"7~8포기에 만원입니다. 배추가 엄청 달고 맛있어요."
갑자기 그 아줌마 얼굴에 많은 생각이 오고 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조금만 해야지....."
혼잣말로 하던 아줌마 배추를 고르는데 양이 자꾸만
많아졌습니다.
7년동안 배추 김치 한번 제대로 못 먹어 맘 먹고 담을 생각인
모양입니다.
마음이 안타까워 자꾸 덤을 더 주게 되고 무우도 자꾸만
더 집어 주게 되었습니다.
"나...근데 지금 돈이 없어요."
"다음장에 주세요. 뗘 먹겠어요 아들이 낫어서 뗘 먹었으면 좋겠네요."
그 아줌마 얼굴에 잠시나마 미소가 지나갑니다.

의식 없는 아들 먹는걸 챙기려 이것 저것 사길래
"어떻게 먹이셔요?"
"호스를 꼽아 놨는데 너무 오랫동안 꼽아 놔서 염증이 생길 까봐
빼 놨어요. 그냥 곱게 갈아서 넘겨줘요."
"가망은 있겠어요?"
"내가 나 살 궁리 하는거 보면 알잖아요. 무슨 가망이 있어요.
집은 엉망이 됐고..."
순간의 사고가 이렇게 한 집안을 무너지게 합니다.
지금도 그 아줌마 얼굴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군요.

오늘 추워서 장에 안 갈려고 했습니다.
야채가 빠진 장은 도저히 안 된다는 과일 팀장의 협박에
남편은 장에 갔습니다.
저도 점심 먹고 나가 봐야겠습니다.
지금 남편한테 전화가 왔는데 아파트에 차가 안 빠져 장사를 못 한답니다.
내일도 장날인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2005-12-05 11:12:38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이영국 2005-12-05 21:57:24

    유성님이 잠시나마 미소를 주셨네요
    아들이 빨리 일어났으면 하는바램입니다.
     

    • 검지 2005-12-05 19:46:59

      언제나 감사하며 살아야 된다 생각됩니다.
      지치기도 하겠는데...
       

      • 하리 2005-12-05 19:10:44

        참.... 할말이 없군요.

        그에 비해 이렇게 사는 저는 얼마나 행복한건지
        다시 생각하게 하네요.
         

        • 차(茶)사랑 2005-12-05 13:27:59

          정말로 안타까분 일이네요...
          뺑소니를친 차는 아마도 그보다 더한일을 당햇을깁니다.

          유성님이 힘을주신것 가터네요.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24337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83416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87858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24370
          3931 이제 정상화 되었습니다. 휴~~~ (3) - 2006-01-22 6665
          3930 서버 디스크 에러 문제로,,, - 2006-01-22 6193
          3929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7) - 2006-01-20 20619
          3928 [오늘의 운세] 2006년 1월 20일 (음력 12월 21일 己酉) - 2006-01-20 6174
          3927 마지막 데이트~~ (5) - 2006-01-20 19370
          3926
          세계 10대 불가사이 경치 (3)
          - 2006-01-20 21445
          3925 오늘 당신이 그립습니다. (3) - 2006-01-20 6219
          3924 [기타] [자녀교육따라잡기] 훈육의 효과는 벌보다 칭찬이 커 (1) - 2006-01-20 6629
          3923 퇴직인사 드립니다. (12) 2006-01-19 7380
          3922 올해 다시 시작하는... (3) - 2006-01-19 6453
          3921 지상을 천국처럼 살아 (2) - 2006-01-19 6319
          3920 [오늘의 운세] 2006년 1월 19일 (음력 12월 20일 戊申) (3) - 2006-01-19 6203
          3919 [낮은 목소리로] 농촌총각 결혼이야기 (4) - 2006-01-18 6508
          3918 [오늘의 운세] 2006년 1월 18일 (음력 12월 19일 丁未) (4) - 2006-01-18 6731
          3917 저의 꿈이었습니다. (5) - 2006-01-18 6678
          3916 강정만들기 (4) 2006-01-18 6690
          3915 아이고 이빠지야... (10) - 2006-01-17 6517
          3914 [오늘의 운세] 2006년 1월 17일 (음력 12월 18일 丙午) (6) - 2006-01-17 6557
          3913 아침을 시작하는 음악~~~ (5) - 2006-01-17 7599
          3912 샛별농원 행운의 500번째 회원님은 대구에 사시는 주부님이 .... (10) - 2006-01-16 7240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