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어떤 입밎춤
시냇물 2005-12-08 11:08:47 | 조회: 6405


어떤 입맞춤

지하철 입구 무료 신문대에 걸려있는 기사 하나가
출근길 오가는 사람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한 연인(?)의 뜨거운 입맞춤을 포착하고 있는 사진의 제목은 "여보"

결혼한지 3년만에 한국전쟁으로 생이별을 하게 된
김기수할아버지와 김두님 할머님.
이 부부가 첫눈에 부둥켜 안고 하는 말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였습니다.

그들 앞으로 5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헤어질 당시 세 살이던 어린딸은 쉰이 훨씬 넘은 나이로
그날 아비 품에 안겨 서럽게 울었습니다.

"아부지 나 알어 난 몰라 아부지 맞어?"
어리광을 부리는 딸의 어깨를 다독이며
일흔이 넘은 늙은 아버지는
"미안하다, 미안해"라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학교에 다녀오겠다는 한마디만을 남긴 채
집을 떠난 대학생이던 남편은
백발이 성성한 일흔의 노인이 되어 아내를 맞았습니다.
이 둘 사이에는 5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건만
기다림은 이들의 시간마저 멈추게 하였던지
깊게 패인 주름살 가득한 얼굴을 서로 보듬고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다신 헤어져서 못 산다는 남편을 뒤로한 채
가깝고도 먼길을 돌아 나오는 김두님 할머니를 보며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에게
기다림은 설레임이고 즐거움이지만
어떤 이에게 '기다림'은 삶의 유일한 희망이며
오늘을 살아내야 할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고 없이 헤어졌어도
그래서 그 어떤 약속조차도 남기지 못했지만
그 날 부부 마음속에 담겨있던 사랑과 믿음은
세월에 더욱 단단하게 단련되고 화석처럼 굳어
뜨거운 입맞춤을 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한다면
때로는 세월과 더불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그래서 누군가를 믿는다는건
어쩌면 스스로를 끝없이 단련시켜 가며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이라는걸,
노 부부의 아름답고
그래서 눈물나는 입맞춤을 보며 깨닫게 됩니다.



어딘가에서 퍼옴...

=읽으면서 눈물이 너무 났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나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잖아요=
2005-12-08 11:08:47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풀벌레 2005-12-09 10:14:04

    정말 오랫만이네요..
    앞으로 쭈~욱 건강하세요
     

    • 하리 2005-12-08 14:32:47

      간만에 오셨구만요. ^^

      날씨 쌀쌀한데 다들 건강하신지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노래하는별 2005-12-08 13:16:07

        안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시냇물님 ^^
        날씨가 많이 차가워 졌어요 건강조심하시구요
        겨울 행사에 꼭 오세요~
         

        • 시냇물 2005-12-08 11:10:47

          오랜만이죠
          우째 여기 들어올 사이도 없나 모르겠네요
          너무 안들어와
          혹 시냇물 잊어버릴까 싶어 퍼뜩 복사해 올리고 갑니다~~^^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24334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83397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87841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24348
          3960 사랑은.... (4) - 2006-01-24 10361
          3959 2006년 1월 23일 (3) - 2006-01-23 7310
          3958 인생은 거기서 거기드라...... (4) - 2006-01-23 6583
          3957 예쁜 여우 (4) - 2006-01-23 6760
          3956 이별을 강요당한 자의 슬픔 (9) - 2006-01-23 7039
          3955 시골 중학생의 노래 (6) - 2006-01-23 6467
          3954 독후감 - 2006-01-23 5538
          3953 기본연찬 신청 (1) - 2006-01-23 16070
          3952 수천마리가...? (8) - 2006-01-23 6520
          3951 떠나는 그대에게... (6) - 2006-01-23 6493
          3950 혼자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7) - 2006-01-22 6685
          3949 나무 처럼, 나무 처럼,,,,, (5) - 2006-01-22 6987
          3948 영화 한번 보여주고 10년을 사는 남자.. (6) - 2006-01-22 6484
          3947 찬비의 작별이야기 ^^ (12) - 2006-01-22 6867
          3946 찬비님께 드리는 음악,,,, (5) - 2006-01-22 6991
          3945 성제봉 1월 정기산행 사진요 (9) - 2006-01-22 6508
          3944 회비 사용내역 입니다용 - 2006-01-22 9881
          3943 언제나 마음은 그렇듯이 (9) - 2006-01-22 6663
          3942 e비니니스센터가 안열리는데요.. (6) - 2006-01-22 7128
          3941 이제 잘 열리네요.. 히궁 @.@ - 2006-01-22 16304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