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입맞춤
지하철 입구 무료 신문대에 걸려있는 기사 하나가
출근길 오가는 사람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한 연인(?)의 뜨거운 입맞춤을 포착하고 있는 사진의 제목은 "여보"
결혼한지 3년만에 한국전쟁으로 생이별을 하게 된
김기수할아버지와 김두님 할머님.
이 부부가 첫눈에 부둥켜 안고 하는 말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였습니다.
그들 앞으로 5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헤어질 당시 세 살이던 어린딸은 쉰이 훨씬 넘은 나이로
그날 아비 품에 안겨 서럽게 울었습니다.
"아부지 나 알어 난 몰라 아부지 맞어?"
어리광을 부리는 딸의 어깨를 다독이며
일흔이 넘은 늙은 아버지는
"미안하다, 미안해"라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학교에 다녀오겠다는 한마디만을 남긴 채
집을 떠난 대학생이던 남편은
백발이 성성한 일흔의 노인이 되어 아내를 맞았습니다.
이 둘 사이에는 5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건만
기다림은 이들의 시간마저 멈추게 하였던지
깊게 패인 주름살 가득한 얼굴을 서로 보듬고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다신 헤어져서 못 산다는 남편을 뒤로한 채
가깝고도 먼길을 돌아 나오는 김두님 할머니를 보며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에게
기다림은 설레임이고 즐거움이지만
어떤 이에게 '기다림'은 삶의 유일한 희망이며
오늘을 살아내야 할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고 없이 헤어졌어도
그래서 그 어떤 약속조차도 남기지 못했지만
그 날 부부 마음속에 담겨있던 사랑과 믿음은
세월에 더욱 단단하게 단련되고 화석처럼 굳어
뜨거운 입맞춤을 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한다면
때로는 세월과 더불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그래서 누군가를 믿는다는건
어쩌면 스스로를 끝없이 단련시켜 가며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이라는걸,
노 부부의 아름답고
그래서 눈물나는 입맞춤을 보며 깨닫게 됩니다.
어딘가에서 퍼옴...
=읽으면서 눈물이 너무 났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나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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