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 한번 가는 것도 별러야 한다.
늦둥이 초등학생 막내딸 한테 맞추어야 한다.
이곳도 일반 목욕탕은 문을 닫고
24시 사우나, 찜질방으로 바뀌어 목욕도 호사스럽게 하게 되었다.
목욕가는 날은 막내딸 소풍가는 날이다.
넓은 탕에서 수영하고, 휴게실에서의 즐길거리도 만만치 않다.
예전의 때만 밀고 오던 목욕이
무슨 친목계 하듯이 여럿이 어울러져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모임 장소가 됐다.
어제는 토요일.
목욕을 끝내고 나오니
천지가 하얗다.
시내에서 약간 벗어난 집까지의 운전이 걱정이 된다.
올해에 처음으로 쌓인 눈이다.
하얀눈을 보고 탄성을 지르는 딸아이.
"엄마! 너무 멋있어."
연발해서 감탄하는 딸아이.
"엄마는 눈이 않 좋아"
"글쎄 멋있기는 한데 집에 어떻게 가지?"
바딱이 미끄러워 엉거주춤 걸으며
걱정스러운 마음이 먼저인 까닭에 내 밷은 말에 금방
" 엄마는 이럴 때는 시를 써야지.
그렇게 말하면 엄마답지가 않지."
초등4학년 딸아이의 말.
속으로 비식 웃음이 나온다.
언제 딸아이가 이렇게 컸나 싶으면서
딸아이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생각해 본다.
ㅡ 2005.12.4 배꽃뜰 이야기 ㅡ
딸아이와 있었던 어느 날 이야기입니다.
폭설로 고생이란 단어마저 무색한 남부지역 이야기.
농사는 하늘이 도와 주어야 한다는 말이 절실 합니다.
TV속의 눈이야기는
가슴만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