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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겨울 풀바람 소리
으아리 2005-12-28 20:03:51 | 조회: 6378

점심 나절,
뒷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
어느 빈 집 마당에
아직 못 다한 풀들이 서성이는 걸 보았다.



낯선자를 경계하는 이웃집 개의 짖음과
섬진강을 타고 평사리 들판을 내달려온 북서풍의
거친 숨소리에 묻혀



풀바람 소리는 낮게낮게 땅을 기었다.
한갖 나약한 자들의 두서없는 외침처럼
이따금 비명이 되어 내 귀에 꽂힐뿐,



이내 땅에 무릎을 딛고
낮게 엎드려 그들과 눈을 맞추고서야
나는 풀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차가운 바람에 온 몸을 내치면서도
몇 남은 잎사귀들을 부대끼며
뿌리로는 서로를 얼싸안고 그렇게 흔들리며
외쳐대던 소리를,



바람이 헤쳐놓은 풀과 풀 사이로
오후 햇살은 왜 그리도 눈부신지,



나는 끝내 풀바람 소리를 타고 가는 상여를 보지 못했다.

2005-12-28 20: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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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6
  • 으아리 2005-12-30 08:47:11

    모둔님들 어여삐 보아주어 고맙습니다,
    작은돌님 저도 빨리 뵙고싶군요^^
     

    • 하리 2005-12-29 11:26:08

      우우우~
      이제 으아리님도 시인으로 등단을...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끝내주네요~
       

      • 찬비 2005-12-29 09:22:43

        흠...짠~하네요... 서성이는 마음들이..  

        • 노래하는별 2005-12-29 09:11:17

          이곳분들이 올리는 사진을 보면서
          같은 공간에 생활을 해도 공간해석이 이렇게 다르구나 느껴요
          우리 뒷산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을 담으셨군요
          나는 맨날 슈퍼에있는 과자 생각만 하는데...
           

          • 차(茶)사랑 2005-12-28 23:38:34

            찹다..  

            • 작은돌 2005-12-28 23:18:05

              사진 좋네요.
              한번 뵈야지요. 호두나무님처럼 그렇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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