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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시골, 고향을 소비하는 시대
오솔길 2006-01-10 14:49:41 | 조회: 6706






















농촌, 시골, 고향을 소비하는 시대
농촌살림이 다시 기지개 펴는 날을 기다리며...
김규환(kgh17) 기자


















▲ 어서 농촌에 활기가 돌기를 바랍니다. 다 함께 궁리해 봅시다.
ⓒ sigoli 고향
도시와 농촌, 화해할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지금 농촌과 도시는 대립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도시가 농촌을 지배하며 삼키는 구조다. 농촌과 농민은 도시민을 먹여 살리는 보조수단일 뿐이다.

한 때 미국 CIA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장 하층민이 운동권이라 했다. 그런데 불과 10년 사이 농민이 그 자리를 물려받으려고 한다. 기막힌 현실이다.

농업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현저히 낮아졌다. 그에 따라 농촌 인구도 10% 미만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불과 20년이나 걸렸을까.

한쪽의 지나친 희생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관계다. 농업과 광공업, 생산자와 소비자로 서로 분리되어 있다. 공업화 산업화 도시화로 이어지는 지난 시기가 올챙이 적 시절을 망각하도록 강요했다.

나 먹고 살기도 바쁜데, 남 뒤따라가기도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니 싼값보단 헐값을 원한다. 익명으로 살아가는데 익숙해지다 보니 유심히 이웃의 문간을 넘겨다보는 것 자체가 실례가 되었다. 자연히 담장을 헐고 대문을 열어 마음의 빗장을 풀기는 더 어려워만 간다.

마치 사이가 벌어진 남녀가 원수지간이 되어 헤어지려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마지막 남은 사랑은 한 푼도 없는 듯 각자 갈 길을 가려는 듯하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마당에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나라는 심사다. 추남, 추녀나 거지, 게으름뱅이, 주정뱅이나 만나라고 악담하며 빌어주는 꼴이다.

세상은 하도 변하여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려는 미덕은 온 데 간 데 없고 누울 자리보고 다리를 뻗는 건지, 될성부른 놈에게 한 바가지 더 갖다 바쳐 썩은 감이라도 떨어지기를 바라며 줄서는 모양이 더 흔하고 자연스럽다.















▲ 내가 좋아하던 소와 닭이 있던 행랑채를 박물관이나 민속촌에 가야 볼 수 있습니다.
ⓒ sigoli 고향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 했다. 남녀간의 헤어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 때 사랑했던 그가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밥은 굶지 않은 건지, 여전히 건강한지, 아름다움은 간직하고 사는지, 행여 마주치면 아는 체는 할지 늘 궁금하기도 하며 행복을 빌어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만도 못한 것이 농민과 농촌을 대하는 우리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지나칠까. 주마간산 흘겨 지나치고 농촌에 가서는 배설만 하고 온다. 농어촌이 힘겹게 끌어가는 세상은 관심사가 아니다. 밤새 폭죽을 터트리며 농촌을 뒤흔드니 위화감만 쌓여간다.

벌어질 대로 벌어진 격차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농촌 인심이 예년만 못한 건 농사꾼 힘이 떨어진 탓이다. 해를 거듭하면 땅을 늘려 가리라던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고 농사를 지을수록 빚잔치만 는다. 어르신 주름살 골보다 더 깊어진 상종 못할 관계가 도시와 농촌이다.

한 때 절반이 넘는 사람이 살았던 우리의 고향에 남은 절대다수는 힘없는 노인이다. 5년에서 10년이면 늙고 병든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는 모두 떠나간다. 여기에 젊은 축에 속한 농촌 아녀자들은 물 건너 와 한국말 익히기에도 벅차다. 이런 천덕꾸러기가 우리의 고향이고 시골이며 농촌이다. 구조조정 미명하에 없어져야할 1차 대상이며 사라져도 무방하다고들 한다.

서글픈 심정 달랠 길 없다. 답이 없어 막막하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농촌이 사라진 세상을 상상하면 숨이 막힌다. 극명한 과밀과 과소로 서로 신음하는 이 답답한 정황에 소름이 끼친다.

서울사람으로 대표되는 기득권층은 가진 것 한 푼도 내놓지 않으려한다. 신행정수도가 행복도시(행정복합도시)로 둔갑하는 사례는 우리네 처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단면일 뿐이다. 치부를 드러낸 듯 부끄럽지만 3년에 집값이 3배나 뛰는 세상에 더 말하면 입만 아프지 않겠는가.

식물인간 숨통을 끊는 건 범죄다. 아니 살인이다. 얽히고설킨 세상에서 안락사는 여러모로 위험한 상황을 내포한다. 농업과 농촌, 농민을 대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 도시인이 그렇다. 마치 하이에나나 승냥이처럼 다 죽어가는 시체를 먹어치우겠다며 농촌을 대하고는 있지 않은가 말이다.















▲ 눈 하나도 시골에서 보면 훨씬 멋있는데 뒷 배경이 없어 아쉽군요.
ⓒ sigoli 고향
소통과 이해를 위한 기초-관심과 발상의 전환

어깨동무하고 교류하며 상생할 길은 정녕 없는 건가. 돕고 살 일은 눈 씻고 찾아도 없을까. 화타나 히포크라테스 같은 신묘한 의술을 가진 구세주 신농씨(神農氏)는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건가.

밑그림을 다시 그려보자.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농민은 도시인이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무얼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다수 도시인의 생활이 농촌과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 도시소비자를 나와 분리된 세계에 내동댕이쳐진 별개의 존재로 생각했다면 친구로 받아들일 준비를 우선해야 한다.

도시 사람들도 농사를 지어 1차로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 막연히 농업과 농촌, 농민은 어렵다는 판단으론 부족하다. 도시인은 무조건 싼 것만을 바라면 안 된다. 때깔 좋은 것만 원해선 안 된다. 모양 좋은 걸 우선 고르면 농업은 비전이 없다. 시골에서마저 시멘트 안에 틀어박히는 걸 지양해야 한다.

값은 적당히 나가되 더디 자라서 알갱이 속이 단단한 섬유질로 가득한 농산물-예전 어릴 적 먹던 맛을 찾자. 다소 벌레와 새가 파먹었더라도 얼마나 맛있으면 먹었겠는가 곰곰 생각해보자. 모양은 약간 찌그러들었어도 속이 꽉 찼다는 걸 알아야 한다.

또한 일년에 몇 번 안 되는 날은 군불 때는 흙집과 목조주택에서 지내보자. 바람이 솔솔 들어오지만 아침엔 가뿐한 느낌이 들리라. 코가 뻥 뚫릴 게다. 흙을 밟으며 가벼운 명상의 기회로 삼자.















▲ 전주비빔밥은 어떻게 해서 비빔밥 지존이 되었을까요 안동헛제사밥과 궁중에 골동반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 sigoli 고향
시골 사람은 더 많이 변해야 한다. 그 정점에 지자체 일꾼, 공무원이 있다. 안주하고 군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으므로 이젠 연구하고 봉사하는 정신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공무원 생활로 안정된 평생직장에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 함평군 어느 공무원은 나비축제 하나로 일년에 수백만 명이 다녀가게 하는 좋은 본보기를 만들지 않았는가.

정년퇴임하던 날 “그래, 말단으로 시작한 내가 그 골짜기 마을을 금맥이 나오는 알찬 곳으로 만든 주인공이었어”라며 회고하고 주민들이 칭송하도록 아름답게 퇴장하면 얼마나 멋질까.

이러려면 먼저 중앙무대에서 펼쳐지는 생활 패턴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도시인은 대체 어떤 곳에 관심이 있고 무얼 먹으려 하고 어디서 자고 싶으며 하루라도 어찌 보낼까를 고민하는지 고민하면 금세 답이 나온다.

얼마 전 어느 시골 지방의회의장과 대화하던 중 “혹, <오마이뉴스>라고 아세요?” 했더니, 글쎄 답은 “난 몰라!”라고 손사래를 치며 당당히 말을 하더라.

옆에 있던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하게 한 인터넷신문 말이에요.” “그 놈의 대통령 때문에 세상 참 살기 힘들어. 고집도 고집 나름이지 억지를 부리는데 원….” “그게 아니고요. 요즘엔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라니까요.”

학력도 괜찮고 세상 돌아가는 걸 적당히 알 거라 여겼던 그 분은 인터넷신문의 위력에서 한참 빗나가 현 대통령에 대한 비난만을 하고 있었다. 그런 시골 분에게 인터넷 판도라를 이야기한들 무슨 소용일까 보냐.

이런 지자체가 수두룩하니 암담할 뿐이다. 취재 중 잘 나간다는 신문을 이야기해도 과장, 국장들도 조중동에 종이신문 외에는 모르고 있으니 정보격차는 곧 농민과 농촌을 더 참담한 지경으로 몰아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나를 감쌌다.















▲ 맨송맨솔할 것 같은 죽순에 홍어 몇 점을 넣고 무칠 줄 아는 담양 사람들 처럼 자기 고장에서 나는 산물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 sigoli 고향
농촌, 시골, 고향을 소비하게 하자

이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농사를 제아무리 잘 지어도 팔리지 않으면 헛고생이다. 뼈 빠지게 일해 놓고 쥐새끼만 좋은 일 시키면 뭐하는가. 남김없이 팔아야 아이 학비 보태고 먹고 살며 내년 농사지을 것 아닌가.

바야흐로 지금은 농촌, 고향, 시골을 소비하는 시대다. 여기에 답이 있다. 농수축산물은 매개이다. 농민과 도시인을 연결하는 고리다. 신뢰로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다. 배곯지 않는 사람에게 식량이나 식구, 양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말이다. 식량주권도 별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면 소득은 어디에서 보전할 것인가 보전이 아니라 아예 다품종소량생산 즉, 복합영농을 껴안고 농업외소득을 중심으로 보자. 이게 가능하게 하려면 농사만 알아서는 안 된다.

외식산업 흐름을 이해하고 복고풍 먹을거리를 연구하고 웰빙패턴을 파악해야 한다. 결코 인기가 식지 않을 전통 가옥과 음식, 놀이에 대해 박사가 되어야 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식탁도 달라져야 하며 작은 축제를 마을 공동으로 기획하자. 과감히 빈 땅을 활용하여 자체 운영하는 6홀짜리 소규모 골프장도 들일 생각을 해야 한다.

도시인들이 맘 편히 쉬도록 거든다면 그들 주머니는 서서히 열리게 되리라. 요리조리 맘껏 즐기게 하여 문화에 대한 갈증, 욕구를 충족시켜주자. 여기엔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한다. 먹을거리, 놀거리, 볼거리, 쉴거리를 제공하면 며칠이고 안 묵고 배기겠는가.

산채정식 하나도 그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걸로 구색을 갖추고 한 마을이나 한 시군에서 웬만한 건 해결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프랜차이즈처럼 서울이나 전라도나 경상도나 똑같은 맛과 느낌이라면 두 번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경쟁력 있는 유럽 몇몇 나라에 여러 사례가 있듯 농업 이외 소득이 50%를 넘는 시대가 열리면 내 고향인 우리 농촌이 다시 기지개를 펼 수 있으리라. 과감히 농민의 옷을 벗고 마케팅 전문가, 사장님이 되어 보시라.

그 첫 걸음으로 오늘 당장 인터넷을 배우러 골방을 나가라. 농민은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3년, 5년 후의 모습이 현저히 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어서 잔치가 열리길 바란다. 이에 대한 다양한 비책은 함께 모아보면 될 일이다. 단지 명절 때만 도시인들의 차량으로 채워지지 않길 바란다.















▲ 홍도입니다. 굳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만 특산품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 sigoli 고향


















김규환 기자는 인터넷고향신문 시골아이 고향을 만들고 있다. www.sigoli.com에 가면 포근하고 따뜻한 고향의 맛과 멋, 그립던 시골 추억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2006-01-10 12:47
ⓒ 2006 OhmyNews

2006-01-10 14: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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