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쇠똥구리처럼 살고 싶습니다.
미루사과 2006-01-13 19:50:44 | 조회: 6473
한겨울 안개비가 내렸습니다.

반가운...기다린...

하릴없이 방안에서 뒹굴방굴 몸을 추스립니다.

사실 며칠전엔 멀리 일본 아오모리에서 반가운 손님이 세분이나 오셨더랬지요.

사과 농가에겐 꽤 익숙한 나리따 선생과 나카하다씨 그리고 보카시 비료회사를 운영하는

사또이 사장님, 몇년전부터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올핸 우리 과원에도 들러주셨습니다.

밤새워 술잔 기울이며 얘기도 나누고 우리의 농업과 일본의 농업을 서로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곤 몹시 아프고 난 후, 글터님이 보내주신 사진을 봅니다.

난 이 그림을 보며 사람이 정한 목표가 이루어지기 얼마나 힘이 든가를 새삼 느낍니다.

저 솔씨가 바위에 내려 뿌리를 뻗고 자라기를 목표로 하였으매 그 긴 세월의 고통과 인내를 가슴 절절이 전해져 옵니다.

그리하여 사진 밑에 이런 글도 붙여 봅니다.

읽어주시면 감사하겠고 아울러 사진 주신 글터님,

아래 사진은 바위 뒷편의 콘크리트 건물이 너무 보기 싫어 지웠버렸고 구도상 필요없는 부분은 잘라낸 사진입니다.

허락없이 저지른 점 용서 바랍니다.






나는 쇠똥구리처럼 살고 싶습니다.









나는 쇠똥구리처럼 살고 싶습니다.



그 삶에 가장 가까운 건 아무래도 농부인 듯 합니다.







쇠똥구리는 드넓은 초원위의 셀 수도 없이 많은 짐승들이 분비한 분비물을 먹고 삽니다.



인간의 눈에는 참으로 더럽기 그지 없으나 그 분비물은 실제로는 아주 고단백 식품입니다.





그 분비물을 쇠똥구리가 분해하지 않는다면,



수만톤이나 쌓인 분비물로 썩어가는 땅을 어찌할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요사이 쌀값문제로 농민들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실제로 그 뜨거운 여름 한 철을 지나오며 죽어라 농사를 지었건만



궁핍함을 벗어나기란 역시 부대낍니다.



우리나라의 논 면적은 약 30억평 정도입니다.



논의 중요함 여러가지들 중 다 접어두고 단 한가지만 우선 말하자면



논에 가두는 물의 양을 꼽고 싶습니다.



여름철 집중 호우기 때,



만약 30억평의 논에 물을 가두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는 그 어느 곳도



온전하게 남아 있을 곳은 단 한곳도 없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농부는 반드시 이땅에 남아야 할 이유입니다.



쇠똥구리가 꼭 살아 남아야 하듯...








쇠똥구리도 날아다닙니다.



그러나 그들은 날기 전,



300~500번 가량 추락을 거듭합니다.



그것은 날개의 온도가 섭씨 39도까지 상승해야만 그것이 완전히 펴지기



때문에 수백번 추락하면서도 날개짓을 되풀이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농부들은,



수확기 한철만을 위해 나머지의 계절을 일합니다.



단 한번 수확하기 위해 수백번, 수천번의 손길과 노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쇠똥구리는 노동하여 자신의 세계를 만듭니다.



쇠똥구리가 이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둥굴게 뭉친 쇠똥을 뒷발로 굴리며 멀리는 500미터까지 이동합니다.



사람의 눈에는 더럽고 혐오스럽기 그지없는 똥덩어리 일지라도



그것의 필사적인 움직임의 속내를 알고 나면 자못 숭고해지기도 합니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 쇠똥구리는,



자신의 몸무게보다 30배가 무거운 분비물을 끌고 이동합니다.



짝짓기할 아내에게 먹이와 집과 산란터를 만들어 주기위해...



그들이 이동하는 500미터가 비록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닌 거리일지 모르나,



사람으로 치자면 맨몸으로 그랜드 캐년을 넘는 정도의



평생의 목숨을 건 이동입니다.








자신과 가족을 위하고,



사회에 대한 봉사와 의무를 생각함에



도시인이건 농부이건 다를 바야 없습니다.



살아가는 진지함과 삶에의 애착이야



직업이 무엇이건, 경제력이 어느 정도건, 사는 곳이 어디이건,



누구에게나 강하고 소중합니다.



그럼에도,



나는 농부이고 내 삶의 방식이 자랑스럽습니다.








난 ,



쇠똥구리처럼 살고 싶습니다.



꼭 쇠똥구리의 삶의 방식을 배우고 그 방식대로 살고 싶습니다.








정읍 농부 미루사과

2006-01-13 19:50:44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5
  • 아하, 사랑법 2006-01-17 03:15:25

    쇠똥구리...참 잊혀지고 있는 이름이지만 그렇기에 귀하고 소중함을 아는 이들이 당신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료를 먹는 소의 짜디 짠 똥을 굴려야 하는 소똥구리마냥 서글플 때에도 밤하늘 별보단 찬란한 반딧불이의 꿈으로....
     

    • 아하, 사랑법 2006-01-17 03:15:23

      쇠똥구리...참 잊혀지고 있는 이름이지만 그렇기에 귀하고 소중함을 아는 이들이 당신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료를 먹는 소의 짜디 짠 똥을 굴려야 하는 소똥구리마냥 서글플 때에도 밤하늘 별보단 찬란한 반딧불이의 꿈으로....
       

      • 글터 2006-01-14 23:50:24

        글터으~ 허락없이 칼질 가위질 하셨으니
        정읍까정 옐로카드 던집니다, 휘리리릭~~~~~~~
        (흠...제가 소싯적에 수.류.탄.던.지.기 선수였거든여~^*^)

        ㅎㅎ 농담이구여~
        이런 의미있는 글에 쓰셨으니
        용서해 드립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건가여?
        ㅎㅎ 봄비처럼 푸근한 비도 내렸으니
        쌓인 눈도 제법 녹았겠어요.
        몸도 마음도 가뿐하게 훌훌 털고
        봄마중...하셔야져?
         

        • 미소애플 2006-01-14 22:29:25

          미루님 마음을 누가 알아주랴
          사과가격도 하렴없이 추락하고 쇠고기도 수입한다고 뉴스만듣고 낙하산되고 과연 농촌은 누구를위한 터전이 되어야 할까요
           

          • 목사골 2006-01-14 08:15:30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농사를 지으며 올곧게 살아간다는 자세
            선비정신 이군요. 우리의 옛선인들은 그런 삶으로 농사를
            지어 왔는데 그분들은 참 마음의 욕심이 없으니 넉넉한 삶을
            살았으리라 생각 합니다. 나도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24334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83397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87842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24348
            4091 호두나무님 사과 드립니다. 제발...부디.. (5) 2006-03-08 6997
            4090 오동도, 향일암 구경하세요 (5) - 2006-03-08 6976
            4089 딱 걸렸쓰~~ (3) - 2006-03-08 18403
            4088 중국구경 한번 해보세요~ ^^ (3) - 2006-03-08 6638
            4087 우리 주위에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5) - 2006-03-07 6837
            4086 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7) - 2006-03-07 7263
            4085 하동야생녹차산업 특구 지정 (4) - 2006-03-06 6885
            4084 화개 녹차밭을 보면.. (5) - 2006-03-06 6175
            4083 그래도 아직은 어린아이인가 봅니다. (4) - 2006-03-06 6113
            4082 아쉬운 장구 쫑파티 (8) 2006-03-05 6887
            4081 신지식인장 수여식 장면입니다. (16) 2006-03-04 6669
            4080 날로묵우까? (8) 2006-03-03 6689
            4079 오늘밤... (3) - 2006-03-03 10314
            4078 봄이 잠시 왔다가..... (8) 2006-03-02 6649
            4077 웰빙 찜질방 (4) - 2006-03-02 7739
            4076 화장실에 갇힌 기분을 아실런지..... (3) - 2006-03-02 7031
            4075 귀농지 탐색여행 (2) - 2006-03-02 6887
            4074 농림부 선정 신지식인장 수여식에 참석합니다. (18) - 2006-03-01 7177
            4073 눈 맞은 산수유 (4) - 2006-03-01 7266
            4072 추위에떨고있는 매화꽃... (6) 2006-03-02 6583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