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찬비의 작별이야기 ^^
찬비 2006-01-22 19:16:01 | 조회: 6851
이러저런 고민스런 일들로 인해
악양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다음날, 한통의 편지가 왔다.
이곳으로 오기 위해서도 많은 결심이 필요했었고 그때에 내게
큰 용기를 주셨던 분에게서..
마음이 가득담긴 장문의 편지를 읽으며
차마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강과 인연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밤새 이리저리 뒤척이며 몹시도 가슴앓이를 했던 그 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는 끝내 다 읽지 못한 편지를 주섬주섬 가방에 쑤셔 넣고
섬진강을 보기위해, 그리고 전라도를 만나기위해 길을 나섰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것만 같았다.

3박 4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지금은 다시 문화센터...^^
섬진강을 가슴에 가득 가득 담고 왔다...
한동안 보지 않더라도 그립지 않을 만큼,

섬진강의 발원지를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 여행길은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임실부근 옥정호라는 댐에 모여있는 짙푸른 섬진강물까지를 보았을뿐.

조만간 면허라는 것을 따게 되면 첫 여행지는 섬진강의 시작점을 찾아가보자고
그렇게 지금의 아쉬움을 희망으로 바꾸어두었다..

"이제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네요..
이곳 악양에서 만난 분들, 그리고 사랑방을 통해 만난 분들,
모두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큰 자연안에서 사람살이의 일들쯤 무덤덤해질 수 있는
그런 제가 될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겠습니다 ^^

즐거웠습니다. 진심으로!!

아, 그리고 이런저런 아쉬움들이 있지만 장구를 끝꺼정 배우지 못한게 제일 아쉬워요...
그만두려고 맘먹을때 장구 생각이 어찌나 나던지..
벚꽃이 우수수 떨어질때 화개 벚꽃나무 아래서 신나게 한판
뚜들기고 싶었는데.. 몰아의 경지를 채 맛도 보기전에 중단하게 되어 너무너무 아쉬워요ㅠㅠ
차사랑님! 정말 감사했어요. 그리고 별님이랑 나무님 땡땡이 치지 못하게 열심히
갈켜주세요. 나중에 짬나면 두사람한테 특강받으러 오게요..
별님, 호두나무님 가르쳐주셔야 해요~ ^^

이상 다시 길떠나는 찬비였습니다!
악양의 봄이 못내 그리우면 꼭 다시 들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악양이라!
뒤쪽으로 지리산의 연맥들이 이어져오다 멈추어 져 너른 들판을 열은 곳,
들녁의 앞으로 섬진강의 그 유려한 흐름이 있겠구나.
해정아, 난 우리나라에 흐르는 많은 강중에 왜 섬진강이란 이름을 들으면 가슴설레임이 일고 있는지
모르면서 막연히 좋단다.
어쩌면 너른 들녘이 있는 곡창지대이기 때문에 그 곳 사람들이 감수해야했던 수많은 역사의 질곡을
알기 때문인지, 아니면 영남과 호남이 같은 젖줄로 자라기에 다른 곳의 이질적인 문화와
기질들이 비로소 어울려 질 수 있는 곳이라고 보기때문인지, 또 아니면 김용택의 누이야!로 시작되는
섬진강에서 시인의 가슴에 깊이 든 흙냄새가 좋거나, 그도 아니면 평사리를 무대로 쓴 박경리의 토지에서
만석지기 최참판 손녀로 태어나, 태어날때부터 아래것일 수 밖에 없는 길상이와 부부가 된
서희의 열린생각에 매료되어서인지 모르지만 이름만 들어도 지금 걷고 있는 듯한 꿈같은 정경이
펼쳐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 퍼가도 퍼 가도 전라도 실 핏 줄 같은 / 개울물들이 끊이지 않고 모여
흐르며 / 해 저물면 저 무는 강변에 / 쌀밥같은 토끼풀꽃.....
김용택님의 글은 섬진강과 전라도 사람들과 숨쉬는 소리가 있다. 그의 시에선 그가 곧 섬진강이고
섬진강이 곧 그여서 때론 시인도 강이요, 강도 시인이다.
그러나 섬진강의 진정한 주인은 따로 있을것이다.
......." (편지 중)

낙동정맥의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담으시고 지금은 금강의 기록들을 담고 계신 선생님께서
"섬진강이야말로 다른 곳의 이질적인 문화와 기질들이 비로소 어울려 질 수 있는 곳"이라고 쓰신 이 문장을 읽으며 가슴이 멍먹하였습니다.
저 가까이에서 흐르고 있는 섬진강의 그러한 모습들을 이야기들을 눈으로만 보았을뿐
가슴으로 제대로 느끼고 받아들이지는 못한것 같아요..
앞으로의 다가오는 시간들은 정말 자닮이
그러한 어우러짐이 있는 공간이 되어가길 빌겠습니다.
죄송한 마음 크지만
문화센터 식구분들 부디 힘내세요!!!

[사진 : 옥정호에 담긴 섬진강]
2006-01-22 19:16:01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12
  • 사랑이 2006-01-24 07:32:40

    그동안 고생하셨네요. 어디가서든지 좋은 일만 있으시고
    자연을 닮은 사람들도 잊지 마시고...
    한번 스친 인연도 인연이라는데

    더욱 더 행복한 시간 되세요.
    아주 가끔 님의 글을 읽고 좋았었요.ㅠㅠㅠ
     

    • 우랑발이 2006-01-23 21:05:03

      안녕히 가세요.
      그래도 이곳에서는 가끔 뵙는겁죠~~
       

      • 해변의길손 2006-01-23 09:40:38

        찬비님께서 추천한 책을 읽으며 찬비님을 꼭 만나고 싶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되겠지 하는 맘에 여유를 부려 이리 못만나고
        이별하네요
        이후에라도 인연이 되면 꼭 만나요
        어디에 계시든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호두나무 2006-01-23 09:37:33

          장구 치면서 찬비님 생각했슴돠. 면허 따면 짜장면 사줄께여~~  

          • 차(茶)사랑 2006-01-23 09:14:34

            찬비님 날이추분디 따뜻하게 댕기세요...  

            • 노래하는별 2006-01-22 23:47:08

              이번 주말에 제일 생각나는 사람이 찬비님이었어요
              여행을 좋아하는 찬비님과 주말여행 한번 하고싶었는데...
              언제한번 시간을 맞춰봐요 멋진 여행이 될 수 있을것 같은데요~
              건강하고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면서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
               

              • 청허원 2006-01-22 23:33:55

                찬비님 항시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지리산은 어머니 품속같은 포용의산 이라고 그러드군요
                이러한 지리산을 감싸고 흐르는 섬진강은 우리 모두에게
                젖줄이겠지요
                 

                • 소세마리 2006-01-22 21:53:55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갑짜기 이 귀절이 왜? 생각이 나는건지...
                  생의 어디에선가 또 만나겠지요?
                  몸도 건강,마음도 건강,항상 건강 하시길...
                   

                  • 이영국 2006-01-22 21:47:18

                    어~~찬비님도 떠나시나요 허~참 얼마전에 다리님이 떠나시더니...
                    자연농업을 시작하여 막 사랑할려는 참에 마음 아픈일이 생기네요
                    하지만 또 만날 수 있겠지요

                    자연농업하시는 분들 잊지 마시고 담에 또 만납시다.
                    잘 가시고, 건강하세요
                     

                    • 지리산숨결 2006-01-22 21:41:56

                      잘가세요. 찬비님! 건강하시구요.
                      이별 곧 만남의 시작일 수 있어요. 앞일은 누구도 모르죠.
                      떠나는 님 앞에 제 할일, 그 책임 때문에 앞으로는 더욱 진중하게
                      일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고마워요.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03394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58875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71638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799427
                      4080 평사리에 자운영이 피었습니다 (6) - 2006-04-13 6990
                      4079 토착미생물 채취대회 문화센타 오시는 길입니다! - 2006-04-13 6491
                      4078 봄은 발자국소리도 없이 귀한 손님이 오시는가? - 2006-04-13 6264
                      4077 속보입니다!!!!! (7) - 2006-04-13 7174
                      4076 4/22일 고흥 팔영산으로 4월 정기산행 갑니다 (2) - 2006-04-12 6961
                      4075 세상, 또 한고비를 넘기며... (7) - 2006-04-12 7513
                      4074 간디교육생태마을 안내 - 2006-04-12 21527
                      4073 18일 지리산에서 토미와 재충국이~~ (2) - 2006-04-12 7256
                      4072 그래서 오늘은... (2) - 2006-04-12 7145
                      4071 사진으로 보여주는 시골이야기 (3) - 2006-04-12 7369
                      4070 하리님 허니문은 오데로.. (1) 2006-04-12 7162
                      4069 아~~ 아침부터 막걸리가 (7) - 2006-04-12 7206
                      4068 하하하..하리님의 결혼 소식이 날 글쓰게 만들어 부리네염 (3) - 2006-04-12 7246
                      4067 아들자랑사진 그리고 안성봄소식 (8) - 2006-04-12 6986
                      4066 시골에 사는 사람은 참 좋겠다... (7) - 2006-04-11 6631
                      4065 시골에 사는 사람은 참 좋겠다... - 2006-04-11 18029
                      4064 봄은 오고 있었습니다 (5) - 2006-04-11 6759
                      4063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2) - 2006-04-11 7234
                      4062 펄펄~ 비가 옵니다 하늘에서 비가 옵니다~ (3) - 2006-04-11 6709
                      4061 누가 문자했나요? (4) - 2006-04-11 6523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