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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마을>이백사호 : 체험농촌이 아닌 생활농촌이라야
정풀 2006-02-11 11:16:54 | 조회: 8037
* 사진 : 생활농촌의 토대이자 대안이고 싶어하는, 원골마을 낙동강 서안 토종매실 농장



잡지<마을>이백사호 : 체험농촌이 아닌 생활농촌이라야

이천육년이월십일,오래된미래마을,정풀홀氏


녹색농촌체험마을이니, 농촌전통테마마을 사업계획서를 꾸미느라, 그리고 농촌과 농업에 지원되는 정부와 지자체의 여러 과제사업들의 신청서와 계획서를 만들어내느라 무척 바쁜 1, 2월입니다.



그런 일말고도 농장, 공장, 회사, 친환경농업단체 등 토종매실 농장을 둘러싼 온갖 영역과 경계에서, 삽시간에 100여가지로 누적된 온갖 종류와 경우의 기획적인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작고 낮고 느리게 마련인 인력을 비웃듯 일들은 자꾸만 마력의 힘으로 저만치 사람을 앞서가며, 사람을 끌고다닐듯한 형국과 기세가 이어지는 나날입니다.

그리하여,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달아나는 일들을 기어이 좇거나 쫓느라, 그리고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일들을 우선 골라내 적시적소에 챙기거나, 불요불급한 일들을 주저없고 미련없이 떨쳐내 버리느라 일꾼으로서의 사무적인 긴장과 탄력을 놓을 새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 긴장과 탄력은 이 시각 현재도 멈추겠다는 기약없이 지속되고 가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잠시 오래된미래마을에서 쉬어 갈틈을 스스로, 억지로 만들었을 뿐입니다.

일에 제압당하지 않고, 일을 지배하겠다는 각오를 새삼 다지려는 생각입니다. 일과 놀이와 삶이 하나되는 사람이 잘 사는 참 좋은 세상마을이 바로 오래된미래마을이 가려고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각성하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제 새로 살면서 만들어보고자 하는 마을은 토종매실마을이 자리잡은 경북 칠곡군 기산면 죽전리 원골마을입니다.

이장님 이하 아무도 정확한 세대수를 몰라, 그냥 30여호 정도가 곧 흩어질듯 좁은 골짜기에 모여사는 것으로 짐작되는 작은 자연부락입니다. 힘도 없고, 말도 없이 조용히 살아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모인 마을이어서 더 그렇게 보이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른바 녹색체험 거리나 전통테마라고 할만한 거리가 발견되지 않는 아무 것도 아닌 마을입니다. 그저 사람(농민)들과 땅(농토와 야산), 그리고 물(낙동강)말고는 삶을 지탱해줄 자원이라고 할만한 거리가 아예 없는 그저그런 마을입니다.



들고간 마을사업계획서를 본 군청 공무원의 논평은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공무원의 입장에서 오히려 지당하신 태도입니다.

"이건 마을사업계획서가 아니라 농장사업 계획서가 아닌가요?"

순간 엿본, 공무원의 표정으로 보아 농촌을 잘 알거나 위하는 농정일꾼이기보다는, 그저 농촌지역에서의 안일하고 무사태평한 공직을 사랑하는 직업공무원으로 추정됐습니다.



"맞습니다. 이건 마치 '갑'의 위치에 놓인듯한 도시민들을 위해 도.농교류입네, 그린투어리즘입네 일회적으로, 또는 간헐적으로 구경하거나 체험할 거리를 제공하려는 유원지나 유흥지같은, 나아가 6시내고향 방송세트와도 같은 체험마을을 만들려는 사업계획이 결코 아닙니다.

늘 부당한 '을'의 자리에 밀려나 살아온, 사실은 농촌의 주민이자 주인인 농민들이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능히 생활해갈만한 토대이자 대안을 제공해줄 수 있는, 생활농촌의 모델을 만들고 싶어하는 한 농장(마을)의 사업계획입니다."

공무원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말할 곳과 때를 본능적이고 감각적으로 잘 가리는 버릇때문에 말을 삼킬 수 있었습니다.

굳이 체험마을이니 테마마을이 되지 않아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좋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어쨌든 마을은 만들어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실이나, 진정성이란 성패나 승패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어야 비로소 진실이나, 진정성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토종매실 농장을 토대로 생활농촌의 대안이거나, 최소한 방향은 되고 싶은 원골마을은, 이제부터 겨우 살아나가는 형해화된 마을의 모습으로 버티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오로지 오래, 오로지 살고싶지만은 않습니다. 다만, 오래된 미래를, 오래된 미래마을에서 살고싶습니다.



구체적으로 '토종매실 농장을 중심으로, 마을주민들과 더불어 건강한 농산물을 더불어 재배하고, 생산하고, 가공하고, 유통시키고 먹으면서, 몸이나 마음이나 쾌적하게 생활해가는 어메니티(Amenity) 마을'을 이루고 싶습니다.

여섯시내고향같이 농민들을 엑스트라나 소품처럼 취급하고 연출해낸 전시행정용 체험농촌이 아니라, 그냥 내고향같은, 바로 외갓집같은 농민들이 농업에 종사하면서 쾌적하게 살아가는 생활농촌이고 싶습니다. 꼭,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오래된미래마을http://cafe.daum.net/Econet
2006-02-11 11: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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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3
  • 하리 2006-02-13 09:50:18

    저희 부모님이 지금 칠곡군에 사셔서 더 관심이 가네요.

    나이드신분들만 몇몇 남아 살아가는 마을이
    체험농보다 생활농촌이 되어갈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정풀 2006-02-12 15:20:19

      고맙습니다. 이사해온 이 농촌에서 잘 생활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아버지와 저의 고향인 지리산남쪽 자락 마을로 오래 생활하러 돌아가겠습니다.  

      • 늘푸른유성 2006-02-12 14:57:23

        정풀님 말씀에 공감을 합니다. 올리시는 글 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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