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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유성 아줌마 유성에서 길 잃고...
늘푸른유성 2006-02-12 14:46:29 | 조회: 6302
어제는 일년에 단 한번 뿐인 보름 대목 장입니다.
전날 금요일에도 장사를 해서 그런지 너무나 피곤한데다
보름장 준비하느라 아침에 늦장을 부렸더니 도저히 남편과 함께
장엘 갈 수가 없었습니다.
"애들하고 자기가 먼저 가서 짐 내려요."
뭐 아침 안 먹고 장에 가는 것은 할 수가 있는데 도저히
얼굴에 분장을 안 하고는 장에 갈 수가 없더군요.
까만 시골 아줌마가 분장을 안 하고 장에 가면
손님들이 하루 종일 어디 아프냐 얼굴이 어째 그리 까맣냐......
뭐 기타 등등 ....
그래 저래 분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남편을 먼저 보냈습니다.

나름대로 부랴부랴 아침상 차려 놓고 밥 한술 입에 넣고
중요한 얼굴 분장 마치고 집을 나섰습니다.
차 타는 곳 까지 가다보니 마을 버스를 타려면 뛰어야 겠더군요.
헐래벌떡 씩씩 거리고 숨차게 달렸는데 마을 버스는 안 오고
1시간 만에 오는 162번 버스가 오더군요.
잠시 망설이다 버스를 탔습니다.
충대 정문으로 가더군요. 음 ....후문으로 돌겠지.....
그런데 그냥 달리더군요. 유성 구청에서 돌겠지....
헉....엑스포 까지 가더군요.
순간 이렇게 멀리 왔는데 언제 다시 돌아가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버스기사 아저씨 한테 물었죠.
"아저씨 전민동 가려면 여기서 내리는게 가까울까요?"
"예! 여기서 내려서 조금 가다가 버스를 타면 되요."
내려서 걷는데 .....한참 있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 대전 시내 맞나?.....유성이 이렇게 큰가?.......
얼마를 걷다보니 나오라는 버스는 안 보이고 MBC신축 건물이
보이더군요.
에구....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시간을 보니 집에서 나온지 1시간이 됐더군요.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자기야...여기 위치가 어딘데...."
"진작 전화를 하지....내가 그리로 갈께."
걸으면서도 자꾸만 한심한 생각이 듭니다.
왜 택시를 타지 않았냐구요. 저요 원래 택시 잘 안타요.
거기다 돈도 딱 버스비만 들고 왔거든요. 사실은 버스비도
얼만지 잘 몰랐습니다. 한심하지요?

얼마를 걷다보니 남편이 왔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남편차를 타고 가는데 어째 금방 낯설은 아파트가 보이더군여.
"자기야! 이게 무슨 아파트지?"
"엑스포 아파트잖어."
"뭐야. 그럼 내가 거의 다 걸어 온 거잖어."
"그려."

하루종일 장사하면서도 자꾸만 아침에 겪은 일이 꿈만 같았습니다.
뛰다 걷다 모처럼 만에 엄청 운동 많이 했습니다.
그것 뿐인가요?
소화가 다 돼서 배도 고프고.....
2006-02-12 14: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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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2
  • 내평 2006-02-13 20:34:54

    간만에 땀좀 흘리셨겠군요
    고생은 하셨지만 참 재미나게 사시는 것 같습니다.
     

    • 들꽃향기 2006-02-13 11:36:40

      유성님 남편의 자리를 다시 느끼셨겠는데요.
      추운날씨에 고생 많으시네요.
      늘 말없이 옆에서 계시는 자체가 늘 행복해 보이셨어요.
      언제까지나 두분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시고
      삶의 이야기 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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