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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밝은 밤에...
호두나무 2006-02-12 22:28:09 | 조회: 6575


불타는 달집과 달 그리고 풍물패.


달집태우기, 멋진 불놀이야 한판이더군요.
말로만 듣던 달집태우기, 52년만에 처음 봤습니다.
나이 쉰 둘에 처음 달집태우기를 봤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환상적이더군요. 불티는 아파트 10층 높이까지 튀어오릅니다.
지리산 위로 달이 떠오릅니다. 환하고 동그란 달이 떠올랐습니다.
달집은 맹렬히 타타탁 타타탁 하면서 솟구쳐오르고,
화개의 풍물패 "화개소리"는 신명나게 북과 장구를 쳐댔습니다.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달집 주위를 원을 따라 돕니다.
아이들은 깡통에 불을 피워 신나게 돌려댑니다.
푹죽이 터지고 주민들의 환호성이 터집니다.

달집에 기름을 붓자 불기둥이 치솟고 주변이 더욱 붉고 환해집니다.
불 속에서 불사조가 날아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달집 끝에 높이 꽂아놓은 대나무가 마지막으로 불속으로 타들어갑니다.



한 여자가 불더미 가까이 다가가 한손을 쳐들고 뭔가 중얼거립니다.
마치 주술을 외는 여자 무당같았습니다.
올해 화개에서 벌어진 달집태우기 행사 장면입니다.



2006년 2월 12일(일) 저녁 6시 경,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로 갔습니다.
달집이 다리 밑에 서 있었습니다. 버스터미널 옆 고수부지에
하늘을 찌를 듯 달집이 서있었습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달집에 온갖 기원을 적은 종이들을 꿰어놓았습니다.



마을 청년회 젊은이들이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만든 거라고 합니다.
30여명이 사나흘 동안 쌓아올렸다고 합니다.
목재소에서 나무들을 얻어다가 가운데 넣고 소나무와 대나무로 겉을 둘러쌓습니다.
서양의 크리스마스트리 저리 가라입니다. 그보다 훨씬 크고 듬직합니다.
우리 조상들 참 멋진 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저렇게 부드럽고
품위 있는 구조물을 만들어 냈는지...


달집 왼편 하얀 게 보름달이다. 아주 밝고 동그란 달이 떠 환상적이었다.


오후 6시35분 경, 여러사람이 달집에 불을 당겼습니다. 여기저기에 불을 넣었습니다.
거대한 달집이 확 달아오르는 순간입니다. 달집 전체가 불덩어리로 변해갑니다.
달이 뜨면 태운다고 했습니다. 지리산을 보았습니다.

아, 달이 떠오릅니다. 놀라운 광경입니다. 신성하기까지 합니다.
화개 차밭이 있는 산 너머로 달이 떠오릅니다. 환하고 아주 동그란 달이...
달집이 맹렬하게 타고, 투명한 달빛이 떠오르고, 풍물패가 놀고...
환상적이더군요. 흥겨웠습니다 가슴이 후련합니다.



뭘 잘하게 해달라고 빌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달집이 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원을 도는 것을 바라만 보았습니다.
풍물패가 신나게 두들겨 대는 것을 바라보았습니다.



한켠에서 돼지고기와 떡국을 나눠 주었습니다만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달집태우기가 너무 좋고 여운이 남은 탓에 식욕을 잃었습니다.
한시간여 동안 행사가 계속됐습니다. 그리곤 하나둘 씩 자리를 떴습니다.
멋진 달집에 비해 행사가 짧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집태우기, 도시에선 감히 상상도 못하는 캠프 파이어입니다.
시골에서도 분명 큰 행사일 겁니다. 그런데 너무 짧게 끝납니다.
좀더 오래동안, 좀더 격렬하게, 좀더 감동적으로, 지쳐서 몸이 떨릴 정도로
놀았으면 했습니다. 최소한 불이 꺼질 때까지만이라도...

2006-02-12 22: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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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7
  • 청허원 2006-02-15 23:27:38

    역시 우리문화가 좋군요
    호두나무님 사진 멋지네요
    지리산과섬진강 그리고 보름달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것 같군요
     

    • 봄마중 2006-02-14 23:10:48

      차사랑님 호두나무님 넘 감사합니다.

      제가 이렇게 장구를 친것도 신기 한데 사진 까지 넘 신나서 장구 터진

      줄도 모르고 ...차사랑 샘 덕분에 우리 좋았답니다. 난 그다음날

      너무 깨운 하던데 .............
       

      • 호두나무 2006-02-13 20:41:26

        아직 실력이 그 정도는 못돼요. 흐흐흐 무르익으면 하지 말래도 합니당. 그나저나 별님이 연습을 영 게을리해서 큰일입니다. 온힘을 모아 이 난세에 대처하지 않으면 별님...장구에 곰팡이 슬겠습니다.  

        • 내평 2006-02-13 20:39:40

          이야 차사랑님이다. 간만에 뵈니 너무 반갑습니덩
          어디갔다가 오셨십니껴
          혹시 도를 닦으러.... 무농약 토론회때 한번 뚜드리삐소 고마
          정월 대보름날 달이 떠오를때 이쁜송아지가 태어나서 기분 쥑입니덩
           

          • 차(茶)사랑 2006-02-13 20:06:18

            어지깨는 진짜로 신나게 뚜디리고 잼나게 놀았심니다.
            일명 난장풍물놀이...
            진짜로 재미가 있었지요..

            근디 4시간을넘게 치고논관계로 오늘에야 온몸이 수시고 아푸네요..
            애고폴다리허리모가지야..ㅎㅎ

            호두나무님이 보이시더만 이케 오리주셧구마요.감사헙니다..

            호두나무님 진자로 어지깨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북을 얼매나 뚜디릿는지 애고 기운빠져...

            끝나고서 상쇠보로 와그리 감아돌릿냐헌깨롱 상쇠왈..
            북이더 미쳣더만 이카데요..

            호두나무님 무농약 토론회때 함 뚜디리 삐리까요...
            숨결님만 조타카먼 여거서 두어명 갈수있지요..ㅎㅎ
             

            • 들꽃향기 2006-02-13 11:34:59

              와~~
              어제가 대보름이였군요.
              52년만에 보시다니...
              우째 이런 일이...
              호두나무님 하동에 오셔서 이런저런 체험 많이 하시네요.
              부럽당...
               

              • 호두나무 2006-02-12 22:52:23

                차사랑님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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