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달집과 달 그리고 풍물패.
달집태우기, 멋진 불놀이야 한판이더군요.
말로만 듣던 달집태우기, 52년만에 처음 봤습니다.
나이 쉰 둘에 처음 달집태우기를 봤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환상적이더군요. 불티는 아파트 10층 높이까지 튀어오릅니다.
지리산 위로 달이 떠오릅니다. 환하고 동그란 달이 떠올랐습니다.
달집은 맹렬히 타타탁 타타탁 하면서 솟구쳐오르고,
화개의 풍물패 "화개소리"는 신명나게 북과 장구를 쳐댔습니다.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달집 주위를 원을 따라 돕니다.
아이들은 깡통에 불을 피워 신나게 돌려댑니다.
푹죽이 터지고 주민들의 환호성이 터집니다.
달집에 기름을 붓자 불기둥이 치솟고 주변이 더욱 붉고 환해집니다.
불 속에서 불사조가 날아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달집 끝에 높이 꽂아놓은 대나무가 마지막으로 불속으로 타들어갑니다.
한 여자가 불더미 가까이 다가가 한손을 쳐들고 뭔가 중얼거립니다.
마치 주술을 외는 여자 무당같았습니다.
올해 화개에서 벌어진 달집태우기 행사 장면입니다.
2006년 2월 12일(일) 저녁 6시 경,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로 갔습니다.
달집이 다리 밑에 서 있었습니다. 버스터미널 옆 고수부지에
하늘을 찌를 듯 달집이 서있었습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달집에 온갖 기원을 적은 종이들을 꿰어놓았습니다.
마을 청년회 젊은이들이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만든 거라고 합니다.
30여명이 사나흘 동안 쌓아올렸다고 합니다.
목재소에서 나무들을 얻어다가 가운데 넣고 소나무와 대나무로 겉을 둘러쌓습니다.
서양의 크리스마스트리 저리 가라입니다. 그보다 훨씬 크고 듬직합니다.
우리 조상들 참 멋진 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저렇게 부드럽고
품위 있는 구조물을 만들어 냈는지...
달집 왼편 하얀 게 보름달이다. 아주 밝고 동그란 달이 떠 환상적이었다.
오후 6시35분 경, 여러사람이 달집에 불을 당겼습니다. 여기저기에 불을 넣었습니다.
거대한 달집이 확 달아오르는 순간입니다. 달집 전체가 불덩어리로 변해갑니다.
달이 뜨면 태운다고 했습니다. 지리산을 보았습니다.
아, 달이 떠오릅니다. 놀라운 광경입니다. 신성하기까지 합니다.
화개 차밭이 있는 산 너머로 달이 떠오릅니다. 환하고 아주 동그란 달이...
달집이 맹렬하게 타고, 투명한 달빛이 떠오르고, 풍물패가 놀고...
환상적이더군요. 흥겨웠습니다 가슴이 후련합니다.
뭘 잘하게 해달라고 빌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달집이 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원을 도는 것을 바라만 보았습니다.
풍물패가 신나게 두들겨 대는 것을 바라보았습니다.
한켠에서 돼지고기와 떡국을 나눠 주었습니다만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달집태우기가 너무 좋고 여운이 남은 탓에 식욕을 잃었습니다.
한시간여 동안 행사가 계속됐습니다. 그리곤 하나둘 씩 자리를 떴습니다.
멋진 달집에 비해 행사가 짧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집태우기, 도시에선 감히 상상도 못하는 캠프 파이어입니다.
시골에서도 분명 큰 행사일 겁니다. 그런데 너무 짧게 끝납니다.
좀더 오래동안, 좀더 격렬하게, 좀더 감동적으로, 지쳐서 몸이 떨릴 정도로
놀았으면 했습니다. 최소한 불이 꺼질 때까지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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