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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봄비가 내린 어느날 있었던 ...
강물처럼 2006-03-20 11:28:23 | 조회: 6196
봄비 수채화.

저녁엔 화창한 봄날씨였는데, 아침 창밖엔
옅은 안개에 쌓여 촉촉이 봄비가 내리고 있다.
상큼한 봄내음 속 이른 새벽 출근 길,
함께 우산을 받쳐든 걷는 모습이 싱그럽고 정겹다.

저 돈 있어요 싫어요.
아빠가 기차표 사줌 안되니...
기차역 매표소 앞
돈을 꺼내는 아빠는 무참하다.

전국 겨우 몇 곳뿐인 통일호 통근열차는
차삯이 전구간 1200원이다.
그 표 한 장을 못사줘서 마냥 섭섭한 아버지,
딸은 그 아버지가 안타까워
옷깃을 잡아주고 꺼안으며 아양이다.
아빠 건강하셔야 해요, 알았죠.

모처럼 내 막내 딸년이 다녀와 출근이라오.
이웃 지면에게 말머릴 돌리며
아빠는 스스로 무안을 달래고 있다.

다음은 언제냐
아빤, 말했잖아요 다다음 토요일이라고.
인제 고교를 갓 졸업했을
시골읍내 소녀로는 약간 세련되고
도시 아가씨론 애띄고 순박해 보인 귀여운 딸.

기차가 들어오고 입장이 시작된다.
한사코 말을 건 아버지를 못본 채,
매정타싶게 기차를 향해 휘적휘적 걷는 딸.
차를 오르려다 멈칫 손이 주머니로 간다.

우산을 따라 지켜보며 끝내 매정탄 생각으로
달리는 차창밖이 흐려 어른거린다.

한 번만이라도 봐주기를 바라는 아버지께
그녀는 눈물을 보이기가 싫었던 것이다.
창밖에 머문 그 소녀는 아직도
손이 눈자락을 스치고 있다.

오늘따라 손수건을 놓고온 나는
아직도 마음이 서언하여 짜안하다.
(06 3 13. 여강)

지난 3월 13일 봄비가 촉촉히 내린 새벽길이었습니다.
너무 정답게 걷고있는 아버지와 딸을 우연히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허름한 차림의 촌노와 순박한 소녀의 모습은
대합실에서 뭇사람의 이목을 끌고
참으로 감동어린 아름다운 그림이었습니다.

홀로 살고 계신 아버지가 아닐까 등의 궁금증으로 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아서
너무 서툰 수채화를(실제 상황 보다는 훨씬) 그려본 아쉬움이...
2006-03-20 11: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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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2
  • 으아리 2006-03-21 08:55:52

    아름다운 수채화네요,
    따뜻한 시선으로 담을 수 있는 마음이 부럽습니다.^^
     

    • 노래하는별 2006-03-20 15:07:44

      봄비와 어울리는 따뜻하고 맑은 이야기 한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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