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세상, 또 한고비를 넘기며...
미루사과 2006-04-12 21:47:55 | 조회: 7549
千洋之皮(천양지피)는 不如一狐之液(불여일호지액)이라,


대저 사람이 사는 일에 때론 큰 고통을 넘을 때가 있습니다.


어줍잖은 문자를 쓰게 되었는데요, 천마리의 양가죽보다 한마리 여우 겨드랑이 털이 더 낫다 라는 뜻의 이 글은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말입니다.








우리들 부모라는 사람들이 자식을 키움에 대부분 그렇습니다.


내 아이는 틀림없이 여우 겨드랑이 털이 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과 자기 확신으로 아이를 구석으로 몰고 있지는 않은지...


내게도 자식이 있습니다.


그것도 딸 하나, 여자 하나, 공주 하나, 이렇게 셋씩이나...


난 이 아이들이 세상에서 제일로 공부도 잘하고 이쁘고 착하고 기타등등인줄 알고 있었는데요,


둘째가 중학생이 된지 겨우 한달만에 전학을 가게 됐습니다.


학교에서 심한 따돌림을 받아 도저히 다닐 수 없다더군요.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고 딸아이가 밉던지...


그래도 내 새끼니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며 훨씬 더 시골로 옮겼고 겨우 일주일쯤 되었지요.


그리고 비오는 며칠 전,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소리를 듣고 발효실 창고에서 토착미생물 발효액의 온도를 조절하는데, 전화가 옵니다.


"아빠, 나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학교까지 겨우 십분 걸리는 거리의 버스를 타긴 탔지만 중간에 내려 길을 잃었답니다.


부랴부랴 찾아 나섰더니 평소 다니던 교회에서 홀딱 젖은 모습으로 오돌오돌 떨고 있습니다.


난,


'아!! 이 아이가 아직도 상처에 신음하고 있구나' 직감하였고


아내는 계속 울기만 하는데 결국 담임선생님과 상의하여 큰도시에 있는 신경정신과에 갔습니다.


너무도 심한 상처가 한참 예민한 아이를 할퀴고 있는 중이라더이다.


약을 지어 먹이고 그날 밤, 아내와 두런거리는 딸아이를 지켜보기만 했지요.



둘째 누리








오늘 낮, 반가운 손님이 멀리 예천에서 왔습니다.


최 효열 박사, 사과 농가에겐 아주 유명하신 분이어서 몇몇 지인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데 이번에도 전화가 옵니다.


"딸아이가 학교 옥상에서 자살하려 하는 걸 다행이 선생님 한분이 발견했습니다."


밥이고 뭐고 숟가락을 던지고 비상깜박이를 켜고 학교에 갔더니 상담실에 아이가 다소곳이 앉아 있습니다.


아내는 하얘진 얼굴로 정신조차 못차리고, 소리도 없이 쏟아지기만 하는 아이의 눈물...


가만 들여다 본 아이의 눈은 이미 초점도 없고 삶의 의욕도 없어 보입니다.


아내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후 난 술을 마십니다.


많이 울어도 봅니다.








결국 아내는 아이와 함께 교회로 들어가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분간은 아내도 아이도 그리고 늦둥이 막내딸도 못볼 듯 합니다.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


헛헛해진 마음으로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냉장고에서 도수 높은 술을 꺼내며 어두운 거실을 보니 왈칵 서러움 같은 거...혹은 두려움 같은 것도 몰려옵니다.


아이가 건강해지길...


마음의 상처가 깨끗하게 치유되길...


상채기 다 나아 이젠 딱지조차 없는 곱고 순결한 영혼이 다시 되어주길,


난 기도합니다.


그땐 이 귀염둥이 막내가 이렇게 벌서는 모습도 함께 볼 수 있겠지요.



늦둥이 예니





큰딸 미루







정읍 농부 미루사과

2006-04-12 21:47:55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7
  • 미소애플 2006-04-18 21:28:34

    내가 살아가기 바쁘다보니 미루의소중한소식에 이제서보고 몇자쓰내요
    먼저 본인의 마음 안정이 중요하고 미루사과님도 자녀를 위하여 함께 기도해야 할것 같아요
    우리는 물의신비를 봐서 알듯이 기도하면 통합니다 함께 해보시면 효과가 몇배더 빠름니다
     

    • 글터 2006-04-15 00:01:10

      딸 하나, 여자 하나, 공주 하나...
      세 따님의 모습에서
      미루사과님의 소박한 웃음이 겹쳐 떠올라 가슴이 아픕니다.
      어떠한 위로의 말이
      본인과 그 가족이 겪는 아픔을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뒤늦은 인사, 짧게 올립니다...
       

      • 하리 2006-04-13 18:34:19

        미루사과님 마음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저리 이쁜 따님이 무엇때문에 그런일을 겪어야 했을지 모르겠네요.

        제가 학교 다닐땐 좀 특이한 아이들은 아이들이 싫어하긴 해도
        고의적으로 왕따를 시키진 않았는데..
        세상이 많이 변했는지.. 참 이해가 안됩니다.

        부모님과 가족의 상처도 크지만 누리가 제일 마음이 아팠겠지요.

        누리가 시련을 이겨내고 따뜻하고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길 기도 하겠습니다.

        힘내세요.....!
         

        • 노래하는별 2006-04-13 16:09:00

          힘내세요 미루사과님.
          누리가 이번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타인에게 아픔을 주기보다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게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강한 정신력도 갖게 되구요 그렇게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따님 모두 예쁘네요 ^^
           

          • 들꽃향기 2006-04-13 10:48:08

            미루사과님 안녕하세요.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집니다.
            둘째 딸 성은이도 요즘 왕따때문에 할 이야기가 많더라구요.

            누리가 하루빨리 명랑한 소녀로 돌아 오길 기도하겠습니다.

            힘내시구요.

            화이팅 하세요.
             

            • 으아리 2006-04-13 09:30:00

              미루사과님, 힘내세요.
              둘째 누리가 멋지고 활기찬 모습을 되찾길 기원하겠습니다.
               

              • 목사골 2006-04-13 07:00:37

                미루사과님 내외분 엄청난 시련을 겪고 계시는군요.
                그 마음고생을 어찌 감당 하는지 말로는 위로 하기가 어렵네요.
                다만 용기를 잃지 말고 부모의 넓은 사랑으로 최선을
                최선을 다 하시라는 말밖에...
                누리의 아픈 상처가 다 씻어질때까지 마음으로나마 성원을 보냅니다.
                힘내세요.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24367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83532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87957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24522
                4402 우포... (4) - 2006-05-19 8243
                4401 남도를 지나며... (7) - 2006-05-19 6818
                4400 알아두면 고생 NO & 생활상식 18가지 - 2006-05-19 7165
                4399 헹복배님 이게 토종민들레 래요~ (4) - 2006-05-19 14683
                4398 행복배님 이게 토종민들레 래요~ - 2006-05-20 14627
                4397 책이 나왔습니다 - "씨앗은 힘이 세다" (7) - 2006-05-19 6377
                4396 감사합니다. - 2006-05-18 7495
                4395 비오는 오늘 밤!! (3) - 2006-05-18 7237
                4394 산중 매실농원에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4) 2006-05-18 6600
                4393 피아골 계곡의 맑은 물!! (3) 2006-05-18 6504
                4392 숨결님 덕에 목숨 구했습니다. (3) - 2006-05-17 6621
                4391 아름다운 세레나데 모음 (1) - 2006-05-17 6627
                4390 토착미생물 잘 받았습니다. (4) - 2006-05-17 6633
                4389 한복이 참 곱지요? (7) - 2006-05-17 6564
                4388 저도 토착 미생물 보내 주세요 (1) - 2006-05-17 6646
                4387 지네를 물리치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13) - 2006-05-17 8816
                4386 청와대와 서울시교육위원회로 무농약 청견과 한라봉 샘플 진출 (2) 2006-05-17 6313
                4385 초대 (1) - 2006-05-16 6002
                4384 꽁치이까 불고기와 연잎차 (10) - 2006-05-16 7275
                4383 섬에 가다 (2) 2006-05-16 6449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