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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효도 잘 하고 왔습니다.
경빈마마 2006-05-08 17:53:16 | 조회: 6718


친정 나들이 가는 날 오전에 이렇게 가마솥 밥을 지었다지요~

큰 아이 학교가 중간고사 시험이 끝나는 날이라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삼겹살을 구워
구워 주기로 되어 있었답니다.

한 가지씩 음식과 야채를 맡기로 했는데 제가 김치와 밥을 맡아 버렸답니다.

ㅎㅎㅎ 제가 일을 벌린 셈이지요~

대표 엄마가 방앗간에 50 인 분 정도의 밥을 맡기니 7 만원 이라 하더군요.
너무 비싸다 하기에~그 돈을 제게 주면 김치까지 해결하겠다고 하니
선뜻 허락을 하시더만요~

김치하고 밥이 제일 큰 고민거리 였는데 제가 맡아주니 마음이 한 결 가볍다 하시더라구요.

어머님 용돈좀 쥐어 주려고 제딴에 꿍꿍이 속이 있었던 게지요~^^*


7 만원에 밥과 김치가 다 해결되니 반 회비도 조금 절약할 수 있어 좋고
또 어머님 용돈생겨 좋고, 저도 쬐매 생색을 내니 좋으니 일거 삼득이 아니겠는지요?

엥 아니라구요 맞는디...ㅋㅋㅋ





흙미쌀 한 줌에 서리태 콩하고 찹쌀까지 조금 섞어 미리 씻어 한 시간 가량 불려놨습니다.






가마솥 불때기의 대가이신 우리 어머님이 이렇게 밥을 지어주시고 계십니다.

이 나무로 때서 밥을 하는 경우는 불 조절이 대단히 중요하다지요~





강 약 조절을 해 가시면서 불을 때신 후에 뜸까지 들이고 나니 이렇게 구수한 밥 내음이

수~우~울~ 술~났습니다.

참을수 없어 국대접으로 밥을 퍼 담아 맛을 봤다지요 양으로 봐선 맛 본 수준이 아니죠

하하하하~~ 옆에 계서 보셔요~ 그리 안됩니다.




김이 모락~모락 ~오리지널 가마솥 밥입니다.
한 수저 떠 드시고 잡죠 울 엄니 정말 재주가 많으세요~
김치만 들고 오셔요~^^





밥을 다 퍼 담고 나니 바닥에 맛있게 누른 오리지널 가마솥 누룽지 입니다.

집에서 이리 저리 궁글러 다닐까봐~ 엄마들 간식으로 학교에 가져갔답니다.

밥과 김치그리고 조금 아쉬워서 콩나물도 한 통 무쳤답니다.

이 모든것을 화물차에 싣고 큰 아이 학교로 덜커덩 거리고 달려갔다지요~

이미 여러 분들이 와 계셔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충 대충 도와주고 밥에 고기도 몇 점 후다다다닥 ~먹고 친정 나들이 길에 나섰답니다.

아~~늦게까지 앉아서 먹고 싶었는데 많이 아쉬웠다지요~

***********************************************************


제 얼굴을 보신 어머니의 가느다란 눈이 놀란 토끼 눈이 되십니다.
가슴 벌렁 거림을 한 참 만에 가라 앉히신 어머니는 늦게까지도 숨을 몰아 쉬시더군요.

늘 ~그랬습니다.
좋은 일 즐거운 일엔 언제나 미숙하셨던 어머니...
늘 폭풍이 휘몰아 치는 일이 있어야 자식 얼굴 보셨던 분이기에 그럴만도 했습니다.

우리 그냥 맛있는 밥 사 드리려고 왔다라고 했더니 어린이 날인데
아이들 놔두고 왔냐며 대뜸 데려오지 그랬냐 그러시더만요~

허리는 더 굽으시고 오른쪽 다리는 절룩거리고 머리는 더 백발에 가까우신
두 분 얼굴이 그래도 싫지 않는 표정이십니다.


아버지 고향인 함평에 가 보시지 않겠냐~했더니 뭐하러 가냐 하시면서 혀를 차시네요.

어머닌 두 오빠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이미 절에 가실 계획을 가지고 계셨더군요.
두 오빠 이야기에 금새 어머니 눈이 글썽 글썽해 지십니다.
눈물 샘을 달고 사시네요~

일단 우리 부부는 함평 나비 축제장에 들러 나주 절로 가자는데 의견을 합치고
두 분을 모시고 출발했습니다.

차로 1 시간 거리지만 한 번도 가 보질 않았다는 말씀에 자식 많음 뭐하나 싶었지요~





저 멀리 나비 산이 보입니다. 많은 인파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어요.

두 분은 어찌 어찌 200 미터도 못 걸으시고 저 정자 위에 주저 앉아 버리셨어요.

절뚝 거리시며 걸으시는 어머니 모습이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서 걸으시는
아버지를 보니 언제 저렇게 늙으셨나 싶더군요.

늘 그 자리에 계신 분인 줄로만 알고 살았네요~
정말 그렇게 약해지신지 몰랐습니다.

이제는 못 걷겠다시며 우리 보고만 둘러 보고 오라네요~ 할 수 없이 대충 둘러보고
캔맥주 하나, 번데기 한 컵, 옥수수 두 개, 닭꼬치 하나 이렇게 사들고 두 분 앉아계신
정자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곳에서 군것질은 한 번 해봐야 왔다간 기분이 들잖아요~^^

옥수수가 연하니 맛나다며 반쪽은 드시네요~
번데기는 오래 된것이라 맛이 없으며 거무죽죽 하다고 하시구요. (우린 봐도 모르는디...하여간에~)
닭꼬치는 넷 이서 나눠 먹었어요.^^

드시는 것도 나이가 드니 맘대로 못드시더라구요~
부모님이 그래도 조금 젊으셨을때 많이 사드려야 겠더라구요~

혹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조금 젊으시다면 맛난거 많~이 사 드리십시요!





저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데 줄이 너무 길어 보기만 했네요.
유채꽃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이 꽃들이 여기 저기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유채꽃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으시더만요~~ 사진을 제대로 담지 못함을 용서하세요.





이 나비 축제가 함평을 알리는데 한 몫을 했다며 대단히 성공적인 이벤트라고
다 들 한 말씀씩 하시더라구요~

그러게요~ 덕분에 저도 와 보게 되었네요.

내일이 마지막 날이라 오늘 미어 터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저 어디메 쯤에 7천원을 내고 들어가서 봐야만 나비 축제 왔다갔다고 말할 수 있다 했는데

우린 그냥 왔습니다. 두 분을 내버려 두고 갈 수가 없었으니깐요~

부모님께 드리는 효돈지 우리 부부의 나들인지 조금 헷갈리지요 ^^*





자운영 꽃 밭이 참 평화로워 보이고 ....





보리이삭도 싱그러움을 더 해 주었습니다.





저 안에 뭐가 있을까 지금도 궁금하네요~ 함평 나비축제 완전히 수박 겉핧고 온 셈입니다. 이궁~




도로 바로 옆에 차를 세워놓고 찍은 사진입니다.



아버지 고향동네 입니다. 어머니와 결혼하자 마자 3일 뒤에 6.25가 터졌다고 하시네요.
전쟁이 나니 아버지는 온데 간데 없이 실종되었고
그 때 부터 어머니 마음 고생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네요.

총알이 귓볼을 지나가 다행히 살 수 있었다고 하시면서 다들 죽은 줄로만 알고 계셨던
아버지래요~ (저 처음 이런 이야기 들어봤네요.)

죽은 목숨 아슬아슬하게 살아
이러고 사나 하시며 한 숨을 쉬시더라구요~ (그 옛날 도청에 근무를 하셨다지요~)

잘 나갈땐 고향엘 오셨었는데 이런 저런 일로 당신이 잘 안풀리니
고향땅과 인연을 끊으셨다 하더라구요.
감회가 새로우신지 먼 산을 한 참을 바라 보셨습니다.

함평 고향 땅을 밟아 본지 50년 만 이랍니다. 무슨 그리 먼 곳도 아니건만...
왜 그랬을까 싶더만요.

저 나무는 어머니 아버지 결혼 전에도 있었던 나무라네요~

지금은 백발의 노인이 되셨지만 ㅡ그래도 꽃다운 시절이 분명 두 분에겐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변한게 별로 없으시다면서 예전 기억에 또 한 번 기~인
한숨을 내 쉬십니다.

나주로 다시 차를 몰아 어머님이 가시는 절에 가서 두 오빠 이름을 쓴
하얀 연등을 두 개 달아주고 광주로 돌아 왔습니다.

어머닌 더 많은 눈물을 머금으시고 하루를 잘 참아 주셨어요~

지금까지도 피곤함에 절어 있지만 우리 부부 효도 잘 하고 왔나요?
2006-05-08 17: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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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6
  • 靑立 2006-05-09 22:03:10

    사진도 글도 푸근하고 배가 부릅니다.  

    • 노래하는별 2006-05-09 11:02:32

      저는 가마솥 누룽지에 완전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이번에 저도 부모님을 뵙고 늙으셨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80을 바라보는 부모님인데도 그전에는 몰랐거든요
      아버님이 이가 많이 불편하신거 같아서 안타깝더라구요

      그나저나 기분좋은 하루를 보내고 오셨네요 ^^
       

      • 오리 2006-05-09 10:29:55

        마마님,저의 아이는 내일 시험이 끝나죠.
        좋은 경험하셨군요.

        파이팅.
         

        • 하늘바람아비 2006-05-09 02:44:58

          마마님,! 글속에..맛난것 잔뜩 들었따,,꿀꺽,침부터
          돌게만드시더니,,,

          꾸~울꺽,,큰 침 한번 삼키네요.!!!;;;

          살고지고..

          저이리도,,철이 덜들었나봅니다..!
           

          • 경빈마마 2006-05-08 22:04:23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르니 참 뒤 늦게도
            철이 들라 하네요.

            아버님...그러고 보니 시아버님과 함께 하셨군요.
            잘 하셨습니다.
            우리가 지켜 가야 할 것은 지켜야 된다고 이 촌닭
            소리 높여 외칩니다.
             

            • 들꽃향기 2006-05-08 18:03:40

              정말 효성이 지극하세요.
              어쩜 그렇게 마음씨가 고운신지...
              저도 배우고 싶네요.

              사진도 잘 보고 좋은 글도 잘 보았습니다.
              부럽습니다.

              저는 친정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서글펐답니다.
              하지만
              모처럼 가족들과 좋았습니다.
              특히 아버님께 넘넘넘 고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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