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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사랑해요.
작은곰 2006-05-08 21:11:12 | 조회: 7130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아버지가 더 뵙고 싶습니다.

이날 이때까지도 변변한 모습 한번도 보여 드리지 못했지만

6년전 돌아가진 그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아버지 가슴에 그 흔한 카네이션 하나 정성껏 달아 드리지 못한것이 죄스럽습니다.

그저 마지못해 때가 되어서 연례적으로 형식적으로 달아 드리는 카네이션!

그리곤 효도했노라고 자위 하던날들이 부끄럽습니다.

왜 아버지 생전에 더 잘해 드리지 못했는가 왜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켜 드리지못했는가

거의 60 여년전 월남하셨던 아버지에게 있어 적어도 전 아버지의 희망이었습니다.

지금도 거의 마찬가지지만

월남하신 이북출신자의 자녀들은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성공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타향살이에서 오는 열등감 때문이었을것 입니다.

그시대 다른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유독 이북출신의 부모님들의 교육열은, 그 열정은 대단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북출신자의 자녀들중 잘못된 자식들은 없다" 라는 자부심들이 대단하셨지요.

내 아버지 역시 그러하셨지만

그래서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지만

혈혈단신 월남하신 그 아버지의 그것도 장남으로 태어난 저는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이 모자란 사람이었습니다.

아버지의 기대는 크고, 저의 능력은 따라주지 못하고

어느때부턴가 아버지와 전 늘 함께 있었지만 만날 수 없는

철로에 이편 저편에 서 있었습니다.

전 그땐 몰랐습니다.

적어도 아버지에게 있어 제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말입니다.

제가 아버지의 희망이며, 전부 였다는것을 전 몰랐었습니다.

8년전쯤 폐암말기를 선고받으시고 투병하시던중 1년쯤 지난후에

아버진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셉아! 내가 몰랐구나!

세상에 태양이 셋이 있는줄 정말 몰랐구나"

하늘에 떠 있는 태양하나! 그리고 내 가슴속에 태양하나!

그리고 네가 내 태양이라는것을 내가 몰랐구나"하시더라구요.

그 말씀은 제가 아버지의 희망이며,전부라는 사실을 모르셨다는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비로소 못난 아들,아버지 기대에 못미치는 아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하시겠노라는 말씀이셨습니다.

당신의 기대에 못미치는 자식을 그대로를 당신의 태양으로 받아들이시겠다는것이었습니다.

그순간 저는 아버지의 희망이 되었고,아버지의 태양이 되었습니다.

그리곤 아버지는 저를 믿어 주셨습니다.

죽음의 극심한 고통과 두려움속에서도 저를 믿어 주셨습니다.

아버지 투병당시 다른이들도 그러했겠지만

나름대로 아버지를 살려보겠다고 이것저것 해보았습니다.

그때 아버지께 제가 아버지를 병을 낳게 해드리겠다고 말씀 드리곤 했었습니다.

양방의 치료를 받으며 한방의 치료도 하고,민간요법도 해보고

지금 제가 민간요법이나 약초,야생화 이런것들에 관심을 갖게됐던것은 그때부터 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제게 실낱같은 희망을,믿음을 가지게 되셨던것 같습니다.

제가 그 사실을 안것은 돌아가시던날 이미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없으셨던 그때

저를 그렇게 찾으셨다고 하시더라구요.

돌아가시기 한두달전부터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 말입니다.

저를 그렇게 애타게 부르셨다고

아마도 그 순간에도 저를 부르면 제가 살려 드릴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지 않으셨을까요

언제가도 말씀드린적이 있지만

지금도 궁금합니다.

왜 그때 아버지께서 저를 그렇게 애타게 부르셨는지

돌아가시기 전날 아침 아버지께 출근인사를 드렸을때 보여주시던 환한 미소가

무슨 의미였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장례미사를 드리던날

저와 누님들과 동생은 신부님앞에서 어머니께 맹세를 받쳤습니다.

아버지께 못해 드린 만큼 그만큼 더 어머니께 효도하겠노라고 큰절을 올리며 맹세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어머니께도 그다지 잘해드리지 못하고 있네요.

어머니께 잘해드린다는 명목으로 50 여년 이상을 사시던 서울을 떠나

물설고 낯설은 곳으로 모셔와서 아직까지도 고생을 시켜 드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손주녀석들 재롱 보시며 편히 지내셔야되는 연세에

아직도 마흔넘은 장가한번 못간 자식 뒤수발을 드시니 말입니다.

적당한 운동은 건강에도 좋다고 무리한 밭일을 아직도 하시게 하니 말입니다.

서울 계실땐 없었던 관절염까지 생기게 하고

저는 나쁜놈입니다.

아버지!

먼훗날 저를 다시 만나게 되시거든 저를 용서 하지 마세요.

나름대로는 어머니께 최선을 다해 모신다고 하는데

몸고생,맘고생만 시켜 드리고 있습니다.

아버지!

저에게 용기를 좀 주세요.

무슨일인가를 하게되면 지레 겁부터 먹고 두려워하는데

용기와 지혜를 좀 주세요.

무슨일인가를 할때 보면 막상 닥치면 열심히 하는데

시작하기전에보면 항상 겁부터내고 두려워하네요.

아버지!

뵙고싶습니다.그리고 가슴에서 우러 나오는 한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2006-05-08 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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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2
  • 노래하는별 2006-05-09 11:12:23

    저희 아버님도 월남하신 분입니다
    고생이 많으셨지요 그런데 80이 낼모레인데 아직도
    자식들때문에 맘고생을 하시지요
    작은곰님 글을 보니 마음이 울컥하네요...
     

    • 경빈마마 2006-05-08 22:02:57

      사진속의 작은 곰님이 울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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