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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아이 학교 가는길 2
경빈마마 2006-05-27 20:57:17 | 조회: 6669

세 딸 아이들을 키울 때에는 가구공장을 하던 시절이라 정말 정신없이 살았었습니다.
그 때 마음으론 다시는 아이를 낳지 않고 세 딸들만 키우며 살리라 했었지요~
너무 많은 일에 힘들기도 했지만 한 두살 터울이라 제가 어찌 감당하고 살았는지
지금 다시 그 시절로 가라하면 정말 저 멀리 도망가지 싶어요.
그런 아이들은 이제 숙녀가 다 되어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큰 아이 수빈이는 벌써 주민등록증을 만들었구요.
둘째 경빈이도 제법 철이 들어 많이 부드러워 졌습니다. 투덜투덜 거리던 모습도
많이 없어지고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어가는가 싶습니다.
이제는 어느정도의 현실도 인정하는 것을 보니 우리 아이들이 참 많이 자랐구나~싶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힘듬을 이겨내고 아이들로 인해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엄마 아빠가 늘 바쁘고 정신없는지라 세 딸 아이들도 그랬던 것처럼 막내 제형이도
어쩔수 없이 엄마 아빠 손을 조금 빗겨나서 커야 할 것 같습니다.

토요일 학교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제형아~ 너 실내화 더럽지 않니 " 했더니 "조금 더러울껄요 " 하기에...
"그럼 얼른 빨아서 널어놓자~" 하면서 살살 구슬러 실내화를 빨게 했습니다.
얼굴 표정이 조금 일그러 졌지만 엄마가 지금 할 수 없으니 어쩌겠냐 네가 해야지~했더니
제 손바닥 보다 더 큰 비누를 들고 신발에 묻히고 어설프게나마 쓱쓱 싹싹
밀고 문지르더만요. 조금 더러워도 그냥 헹궈서 널게 했습니다.

맘에 안들어도 어쩌겠나요 빨랫줄까지 직접 가서 집게까지 꽂아 야물딱지게 널더만요.

아빠 얼굴을 보더니 "아빠 실내화 내가 빨았어요?" 하면서 스스로 대견스러워 하는듯 했어요.
이 뽀송한 실내화를 실내화 가방에 쏘옥 넣고 아이는 학교를 갑니다.

엊그제 학교 가는 모습을 또 담아 보았습니다.
3 월 입학식 뒤로 두 어 달이 흐른 뒤 학교 가는 길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이 표정도 밝아지고 훨씬 쑤욱 자란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 풍경도 많이 푸르러지고 더 풍성해 졌습니다.
저 담쟁이 기억하시죠. 마음까지 푸르게 하는 담쟁이...

담쟁이 앞을 지나 차 한대 지나 다닐 듯한 좁은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가방이 그리 부담스러워 보이지 않지요?

"제형아~~엄마가 가방 들어줄까 " 했더니 기다렸듯 얼른 벗어 줍니다.
할랑 할랑 ~~실내화 가방만 들고 가벼이 걸어갑니다.

안개가 자욱하던 3 월 어느날의 모습보다 지금은 푸르름을 많이 볼 수 있는 길이 되어있습니다.

역시 차 한대가 서로 서로 빗겨 가야만 하는 좁은 길 한 가운데로 걸어갑니다.
아침 풀내음이 너무 좋습니다.

누나들이 머리를 관리한답시고 지금은 장발장이 되어 있습니다.
얼른 앞으로 뛰어가서 담아보았습니다.

걷다가 뛰다가 두리번 거리기도 하고... 아이 마음이 얼마나 시원할까요?

까까머리 논밭이 푸릇하니 이쁘고, 두꺼비 울음소리 마저도 마냥 반갑기만 합니다.

이리 저리 해찰도 하고...

실내화 손잡이가 너무 길어 보입니다. 씩씩한 제형이 입니다.

제형아~~어디 보자~ 했더니 장난을 치고 있네요. 큰 길가가 나오니 가방을 다시 둘러멥니다.

평탄한던 길이 지금은 파 헤쳐져서 울퉁 불퉁하지만 잘 걸어가고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그냥 흙만 보이던 밭이 이제는 파 밭이 되어 풍성함을 더해줍니다.

역시 큰 길이라 차들이 많이 오고 가네요. 조금 깊이 파인 길이라 주춤 하는듯 하더니 ...

에잇~~가야지 하는 듯 다시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그래~~그렇게 가는 거란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더 많아질 거란다.

가는 걸음이 빨라졌습니다.

학교 후문이 다가오니 교통 안전지도 어머니 모습도 보입니다.
아마 제 차례도 곧 올겁니다.바쁘고 정신 없지만 제형이 때문에 할 수 있는 봉사가 아니겠나요?
지금 내가 수 있는 봉사라면 시간내서 해야지요.

안개가 끼어있던 학교 모습이 오늘은 훤~~히 보입니다. 왼쪽 끝 건물이 1층이 교실이지요.

조금 더 크면 여기서 둥글거리다 흙투성이 되어 올지 모르겠습니다. 옛날 생각 나시나요?

고생하시지요 도우미 엄마 모습도 살짝 담아보았습니다.
자전거로 아이 태우고 오신 엄마 모습도 너무 멋집니다.
엄마와 아이가 자전거 타고 가는모습...언젠가는 담고 싶은 모습입니다.

혼자 돌아오는 길에 파밭 아래 세상을 엿보았지요. 파사이에서 보호라도 받듯
홀로 피어 있는 풀 한 포기도 소중합니다.

이쁜 세잎클로버 꽃반지 하나 만들고 싶어 쪼구리고 앉아 사진에 담았습니다.

보세요~꽃반지 하나 샀습니다.
비록 거친 손이지만 그래도 이쁜가요 거칠게 일하다 보면 손에 뭐가 껴 있는게 거추장 스럽다지요.
반지를 끼고 살았봤나 달리 기억도 없네요.

동네 주말농장 입니다. 푯말마다 이렇게 이름이 써 있겠지요?
다영이네 ...아름이네...누구~ 누구네...
푸르고 싱싱한 야채가 자라듯 가족사랑도 이 텃밭과 함께 새록 새록 피어나길 바랍니다.

혼자서 조용히 바라보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편안합니다.

아직은 개발되지 않은 이 길이 너무 좋습니다.

길가에 조용히 피어있는 키작은 이 꽃에 잠시 시선이 머물고...

논 밭 배경으로 꽃도 담아보고...

조금은 삐툴어져 있어도 줄 맞춰 심어놓은 모내기 밭도 정겹습니다.
황금빛 가을 날을 서둘러 기대해 봅니다.

아직 미처 다하지 못한 모내기 판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기하지요 이 여리고 작은 모가 그 가을날 풍성함으로 우리에게 다가 오니 말예요.
이렇게 아이 학교 가는 길을 3 월에 이어 푸르른 5 월에도 담아 보았습니다.

때론 우리 마음이 이렇게 답답하고 아무것도 안보이듯 깜깜할때도 많이 있지만
포기 하지 않고 견뎌내다 보면 분명 좋은 일이 있을거라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때 그 자리에서 결단을 내려야 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여 결단을 내려야 할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살아간다는게 그런게 아닌가 싶네요. 칼로 무 자르듯 딱 잘라지는게 아니란것을...

어떤 문제가 있다하면 한 발자욱만 뒤로 물러나 생각해 보고 더 시간을 두고
그 문제를 바라봄이 더 필요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있는 자리에서도 나름대로 린 충분히 힘들지요.
우리 서로 격려하면서 더 많이 사랑하는 삶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2006-05-27 20: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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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3
  • 다래 2006-05-29 14:00:51

    입학식 무렵의 제형이와는 달리 훌적 커보여요
    머잖아 엄마그늘 밖으로 나갈테죠
    잘 자란 제형이
    할머니께 온갖 시름 잊게 그득한 기쁨 안겨드릴거고
     

    • 들꽃향기 2006-05-28 14:00:49

      실내화 빠는 모습이 넘 어른스럽네요.
      늘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늘 좋은 글과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물푸레나무님 교회가는 길에 놓아 주세용...
      거기는 논이 많이 않을까~~
       

      • 물푸레나무 2006-05-28 11:35:33

        실내화 빠는
        어린 제형이가 참 기특하네요~~~

        ---얼마 전 아들아이가 제 친구에게
        올챙이 두 마리와 어린 가재 한 마리를 얻어 왔습니다.
        집에서 잘 자랄까 걱정스러웠지만
        아이들이 워낙에 좋아해서...

        일주일쯤 지나 가재를,
        얼마 지나지 않아 뒷다리와 앞다리가
        막 나오기 시작한 올챙이 한 마리를 나무 밑에 묻고
        아들과 숙연히 머리 숙이고 기도했습니다.

        한 마리 남은 올챙이 뒷다리 앞다리가 모두 나왔습니다.
        어제 아이들이 죽을지도 모르니까 놓아주자고 했습니다.
        올챙이가 밥을 잘 안 먹고 답답할 것 같다며.....
        오늘 아침 올챙이가 안 움직여 죽은 줄만 알았는데,
        지금 활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놓아주어야겠습니다.
        가까운 곳에 논도 없고 물가도 없는데,
        어디가 좋을까?
        차를 타고 좀 나가더라도 적당한 곳이 없을까?

        사진 속 물기 머금은 논길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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